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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난징학살' 부각…동질성 앞세워 사드 돌파구 찾기

등록 2017-12-13 23:18:09 | 수정 2017-12-13 23:19:54

정상회담 앞두고 신뢰구축…맞춤형 전략
靑 "언급 않는 게 더 어색…고민 끝 결정"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재중국한국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방문 첫날인 13일 난징 대학살 문제를 집중 부각한 것은 이튿날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코드 맞추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근현대사에서 한국과 중국이 공통으로 겪었던 역사적 아픔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본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듯한 언급을 것은 균형외교를 표방한 문 대통령의 외교전략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노영민 주중(駐中)대사를 공항 영접 대신 난징(南京) 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등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대통령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난징학살 80주년 추모식이) 이 나라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라고 하니, 노 대사가 직접 참석해 뜻을 기리는 것이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대통령 영접이라는 형식적 의전을 지키는 것보다 방문국의 주요행사에 참석해 성의를 표시하라는 실리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방중 첫날 가진 모든 행사에서 난징 대학살을 거론하며 중국과의 동질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첫 방중 일정인 재중 한국인 간담회에서 "한·중 양국은 오랫동안 긴 역사를 함께해 왔다"며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도 함께 겪었고, 함께 항일투쟁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해쳐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이다. 한국인들은 중국인들이 격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은 동질감을 갖고 있다"며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진 한·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도 같은 언급을 반복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존재 자체가 존엄하다. 사람의 목숨과 존엄함을 어떤 이유로든 짓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동북아도 역사를 직시하는 자세 위에서 미래의 문, 협력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를 성찰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937년 12월 당시 중국의 수도 난징을 강제점령하며 대학살을 자행한 일본의 만행을 비판한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앞세워 중국과 밀착 시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은 전략을 구사한 것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을 풀기위한 출구전략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3불(不)'(사드 추가배치 중단,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중단,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 중단)을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한국을 압박해왔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일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형세와 중국 외교심포지엄' 개막식에서 "한국이 대외적으로 사드 추가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참여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발전시키지 않는다고 표명하면서 양국은 사드 문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 CCTV는 순방 전 청와대에서 진행한 문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3불을 거론하며 중국 시청자 앞에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이 이미 사드에 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그것은 결코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라며 "과거부터 한국이 지켜왔던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확답을 피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문 대통령께서 오늘 난징대학살 관련한 말씀을 한 것은 마침 오늘 중국 방문일자가 난징대학살 80주년 되는 날이었고, 그와 관련해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 추모행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도 그것과 관련한 발언을 했던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공교롭게도 중국 방문 첫날이 난징대학살 80주년과 겹친 상황에서 방문국 정상이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어색하다는 게 윤 수석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실무진으로부터 첫날 난징대학살 추모식이 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시 주석의 동선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중국 방문 첫날 시 주석의 난징행을 확인한 뒤 '그렇다면 난징에 관한 발언을 안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언급을 하기로 결정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반발 예상 여부에 대해 "그런 우려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80주년 추모식을 '국가적 제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굉장히 크게 보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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