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없는 기자회견, '대통령과 눈 맞추자' 기자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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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없는 기자회견, '대통령과 눈 맞추자' 기자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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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0 15:19:13 | 수정 : 2018-01-10 16: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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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눈에 띄려 인형 들기도…17명의 기자에게 발언권
10일 오전 2018 무술년 신년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평창동계올림피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들고 있다. (뉴시스)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 마련한 2018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장에 웃음꽃이 피었다.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가 끝난 후 발언권을 얻기 위해 기자들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과 언론인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질의응답 순서를 이어나갔다.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질문자를 선택해 지명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은 방식이다.

오전 10시 20분께 문 대통령이 신년사 발표를 마무리한 후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마이크를 잡고 질의응답 순서를 진행했다. 그는 "대통령 지명 방식이 처음이라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청와대가 만든 독특한 방법을 소개했다.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맞춘 기자가 발언권을 얻는 것이다. 질문을 하려면 반드시 문 대통령과 눈을 마주쳐야 하는 게 관건이다.

윤 수석은 "'나도 대통령과 눈을 마주쳤다'며 일방적으로 일어나면 곤란하다. 기자들의 양심을 믿겠다"며 농 섞인 말로 질서를 당부했다. 윤 수석의 말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질문자를 선택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영빈관에 있는 기자들 모두 재빨리 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수많은 기자들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다 앞쪽에 앉은 통신사 뉴스1 기자에게 첫 발언권을 줬다.

대통령의 주목을 받기 위해 종이를 들거나 두 손을 다 드는 기자가 있었고 심지어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을 드는 기자도 있었다. 수호랑 인형을 든 기자는 결국 발언권을 얻어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질의응답이 열기를 더해가던 중 윤 수석의 우려처럼 대통령이 지목하지 않았는데도 '내가 대통령과 눈이 마주쳤다'며 당당하게 일어서 질문한 기자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한 후 한겨레 기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최근 파문을 일으킨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의혹'을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민감한 현안에도 에둘러 가지 않고 성의껏 답변했다. 대통령이 답변을 마친 후 다음 기자를 지명할 때까지 한겨레 기자의 질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단 한 사람 문 대통령만 제외하면 말이다. 문 대통령은 한겨레 기자 바로 옆 기자를 지목하며, 애초 해당 기자를 지목하고 눈을 마주쳤는데 뜬금없이 한겨레 기자가 일어났다고 폭로(?)했고 기자회견장은 한바탕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날 기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은 또 있었다. 반드시 하나의 질문만을 하는 것이다. TV조선 기자가 발언권을 얻자 전날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한일위안부합의 정부 방침 발표를 포함해 두 가지를 질문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질문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지만 해당 기자는 당황하지 않고 "대통령의 선택에 맡기겠다"며 다시 공을 넘겼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웃으며 "위안부 할머니 문제 질문의 요지가 무엇이었나"며 질문을 다시 들은 후 대답을 이어나갔다.

전자신문 기자 역시 2기 내각 구성방안과 대한민국 성장을 이끌 묘책 두 가지를 질문했다. 문 대통령은 성장률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자세히 설명하고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장 실장이 혁신성장안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질문의 답변을 마쳤다. 그러자 해당 기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어 자신의 첫 번째 질문에 답해 달라고 채근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질문 자체가 뜻밖이다. 2기 내각은"이라며 뜸을 들이더니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질문"이라며, 재치 있게 답변을 피했다.

언론인의 질문은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등 총망라해 대부분 굵직한 사안을 중심으로 한 것이었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질문이 있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에 악성 댓글이 많이 달려 힘들다는 한 기자의 호소가 그것이다.

조선비즈 기자는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데 지지자들이 보내는 격한 표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해당 기자는 문 대통령이 기사에 비판 수위가 높은 댓글을 다는 지지자들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답변은 기자의 바람과는 정확히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은 "아마 대한민국에서 저보다 많은 악플이나 문자를 통한 비난을 많이 받은 정치인이 없을 것이라고 보는데, 저와 생각이 같건 다르건 상관없이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다"며, "기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겠나 싶다.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모두 17명의 기자가 발언권을 얻고 질문했다. 여성 기자가 8명, 남성 기자가 9명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UAE 방문 의혹'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부를 시작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아랍에미리트와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그 가운데 공개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한 군사 협정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공개하지 않은 것은 상대국인 UAE가 '공개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저는 기본적으로 외교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지만 앞의 정부가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면 그 점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개하지 않은 협정과 MOU의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시간을 두고 UAE와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이고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샛별 기자  [star@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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