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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보다 검증이 더 문제…협상 프로세스 깨질 수도"

등록 2018-03-22 11:22:19 | 수정 2018-03-22 12:13:54

21일 한국프레스센터서 민화협 정책포럼 열려
정성장, "김정은은 CVID 핵폐기할 것"…조남훈, "체제 보장 불가역성 쉽지 않아"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했다. (뉴스한국)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릴 예정인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개념의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협상이 깨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핵화를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21일 오후 2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 로드맵'이란 제목의 통일정책포럼을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성공적인 대화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CVID)' 수준의 핵폐기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실장은 "남북관계가 빨리 진전하다보니 우리 사회가 김 위원장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말하는데도 '설마 핵 폐기까지 할까, 핵동결 수준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계속 CVID를 강조했는데, 이런 요구에 만족할 만한 답을 제시하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것이므로 김 위원장이 CVID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수교 등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구한 한반도 냉전 체제 해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해빙이 아니라 완연한 봄이 올 것"이라고 낙관하며, "내년에는 금강산 관광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개성공단도 가동하고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 행보가 상당히 파격적이고 이전보다 희망적이긴 하지만 정 실장의 말처럼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협상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대화 과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말하는 비핵화가 미국의 CVID와 다를 경우 협상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하면서도 선동결 후폐기를 주장하고 막상 폐기 시점을 못 박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폐기할지 약속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폐기하지 않겠다는 말과 동일하다. 게다가 '비핵화는 하겠지만 미국이 아는 핵시설 범위에서만 진행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북한에는 한국과 미국이 알지 못하게 은폐한 핵시설이 많은데 이 시설을 아예 협상 탁자에 올리지 않는 것이다. 또한 '비핵화는 하겠지만 검증은 거부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통일정책포럼의 토론자로 나선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뉴스한국)
조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어떤 주장을 하더라도 이는 미국이 주장하는 CVID와는 거리가 멀다. 협상이 결렬할 수 있다"며, 더 중요한 변수는 '검증'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료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보다 이를 어떻게 검증할지가 더 중요한 의제라는 게 조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검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비핵화 협상 프로세스는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CVID 수준으로 핵을 포기하게 만들려면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줘야 하는데, 북한은 분명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협상을 마냥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북한은 리비아 사례를 목도하며 적잖은 충격을 받은 터라 더욱 그렇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는 미국의 체제 보장 약속을 확신하고 핵개발을 포기했지만 2011년 반정부 시위 '아랍의 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유엔 전체가 나서서 아무도 북한 체제를 건들지 못하게 막거나 무너지지 않게 보장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책임연구원은 미국 내 정치도 주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접하는 태도는 장거리 미사일을 없애려는 안보 관점도 있지만 국내 선거에서 이겨 트럼프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12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지면 (러시아 스캔들 등으로) 탄핵 위기에 처하고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미대화와 비핵화 프로세스를 자신의 정권 유지에 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핵화' 자체보다 왜곡된 다른 안을 선호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 대목을 경계하며 미국이 (비핵화를 추구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심 요소이지만 공은 오히려 북한에 있다"고 말했다.

조 책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 인식에 따라 군사적 옵션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북한은 열악한 경제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고자 대화에 나선 것'이라고 가정하면, '제재 국면에서 2~3년 더 압박하면 북한은 경제 위기 때문에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인식 때문에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은 굳이 협상을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 한다고 판단하면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이럴 경우 '북한은 비핵화를 원하지 않았다. 북한은 믿을 수 없기에 군사적 옵션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 있다. 협상장에 들어가지 않은 것보다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 옵션이 북한에 엄포를 놓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미국의 인식은 전혀 다르다. 미국은 전쟁을 하겠다고 하면 하는 나라다. '통킹만 사건'을 만들어 전쟁 빌미로 삼아 베트남을 공격한 적도 있다"며 "이전보다 비핵화 프로세스가 잘 작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험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전쟁이 발발하지 않게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