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 '주거의 평온'…법조 경력 100년에 한 번도 없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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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압수수색 영장 기각 사유 '주거의 평온'…법조 경력 100년에 한 번도 없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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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0 16:43:11 | 수정 : 2018-10-10 23: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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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10일 대법원 국정감사서 사법농단 수사 비협조 행태 지적
안철상(가운데) 법원행정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의 질문을 듣는 모습. (뉴스한국)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서울 서초구에 있는 대법원에서 대법원을 포함한 6개 기관을 국정감사한 가운데 초점은 사법농단에 미온적인 법원행정처의 태도를 질타하는 데 맞춰졌다. 사법농단 관련 인물의 압수수색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는 행태를 두고 '방탄판사단'이라는 비아냥부터 "순장하라"는 섬뜩한 호통까지 나왔지만 사태의 핵심을 파고드는 촌철살인이나 날선 지적은 없었다.

국감은 오전 10시께 시작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을 상대로 질의를 해야한다는 야당 소속 위원들과 이에 맞서는 여당 위원들의 공방으로 오전 시간은 허무하게 끝났다. 오후 2시께 시작해 오후 4시 40분께까지 이어진 주 질의는 대부분 안철상 대법원처장을 상대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질의에 나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으로 인해) 사법부 70년 역사의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라며 "법원에 남아있던 믿음은 '방탄 영장 기각'으로 더욱 무너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사법농단 주역들의 압수수색영장은 줄줄이 기각이다. 대표적인 기각 사유가 '주거의 평온'이다. 제가 법조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여태까지 '주거의 안정'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사례는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했다"며, 안 처장부터 법원행정처의 김창보 차장·이승련 기획조정실장·이승한 사법지원실장에게 각각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안 처장은 "다른 사유와 함께 (주거의 평온을)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하다 "저는 경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세 명 역시 "직접 경험한 사례가 없다"거나 "아직 없다"고 답했다. 백 의원은 "네 분의 법조 경력을 합치면 100년이 넘는다. 숱한 사건을 다뤘을텐데 한 번도 없다"며, "그런데 유독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주거의 평온'이 기각 사유로 숱하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안 처장은 "'주거의 평온'이 법적인 요건은 아니어도 기본권 문제라서 사유로 삼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백 의원은 "사법농단 전에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한 게 한 건이라도 있으면 말을 안 한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등장한 개념이다. 이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면 '주거의 평온'이 기각 사유로 나올 수 있다. 이는 영장 판사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등 전·현직 판사들의 당시 직위와 사법농단 문건 작성자를 실명으로 총정리한 '사법농단의혹사건 인명사전'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농단 관련 판사 17명을 증인신청했으나 거대 양당의 반대로 무산한해 매우 안타깝다"며, "명단에 오른 17명은 사법부 오욕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사법부를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방탄판사단'이라고 부른다. 지금 법원의 태도를 보면 사법농단은 일어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라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고위 법관들의 인식이 아닐까 싶다"며, "이대로 가면 사법부는 못 살아 남는다. 김명수 대법원은 적폐를 끌어안고 가는 무능한 체제다. 이제 결단의 때가 왔다. 살려고 하면 죽고 죽으려고 하면 산다는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라"고 충고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명수 사법부가 셀프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억울하겠지만 국민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사법농단 관계 판사들의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일부 기각을 포함해 208건 중 23건(11.1%)에 불과하다"며, "김 대법원장이 진심으로 사법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용퇴해야 한다. 사법부를 위해서 순장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수령하고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금액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증빙 자료는 없다"고 버티는 안 처장의 '모르쇠' 벽을 넘지는 못했다.

안 처장은 "일선 법원은 공보관실이 따로 없고 공보관실 업무는 법원장·수석부장판사·사무국장들이 공보와 홍보 업무를 하기 때문에 공보관실 운영 예산은 법원에 배정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법원장이 이를 수령한 건 잘못이 아니다. 다른 분이 수령했다고 해도 법원장 지시로 수령했을 수 있기에 누가 수령하든 동일하다"며, "법원행정처에서 공보관실 운영비를 내려줄 때 '아무런 절차 구애됨이 없이 사용하라'고 했고 그래서 일선 법원은 믿고 할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예산 편성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집행에는 문제가 없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면 문제지만 그런 혐의는 없다"고 말했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료로 증빙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자료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자료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국가 예산을 쓰면, 얼마를 배정해서 어디에 썼는지 증빙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묻자 안 처장은 "그럴 수도 있지만 운영비가 나오면 수령한 사람이 서명 날인해서 수령한 것이고, 커피를 샀는지 생수를 샀는지까지 일일이 다 밝힐 수는 없다"고 맞섰다. 이에 김 의원은 "궤변이다"며, "법원행정처가 '너희들 마음대로 현금성으로 써라'고 했다고 법을 다루는 법관들이 쌈짓돈처럼 쓰고 증빙을 안 남겼다? '나는 제대로 썼지만 증명을 안 남겼다'고 하면 그게 횡령이 아닌가"라고 질타했지만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수령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안 처장은 "현금성 경비는 원래 그렇게 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 의원이 답답하다는 듯이 "원래 그렇다는 게 어딨나"고 질타하며, "국회와 감사원의 그듭된 지적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고위 법관이 예산을 현금으로 나눠 갖는다는 건 많이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공보관실 운영비 때문에 양승태 사법부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렇다면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도 그와 다를 바가 없지 않나"고 따졌고, 안 처장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으로 명명한 건 잘못"이라고 맞섰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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