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군기 행동수칙'은 왜곡된 통념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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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군기 행동수칙'은 왜곡된 통념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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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2-08 12:08:14 | 수정 : 2015-02-10 08: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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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통합·장기적 대책 마련 촉구
최근 육군 여단장의 여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이 발생해 군대 내 성폭력 문제 해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이하 성폭력상담소)가 이른바 '성군기 행동수칙'을 맹비판하고 나섰다.

육군은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대책 논의에 착수했고 지난달 29일 '성군기 관련 행동 수칙'을 밝혔다. 수칙에는 ▷여군 또는 남자 군인이 혼자서 이성의 관사를 출입해서는 안 되고 ▷남자 군인과 여군이 부득이하게 신체 접촉할 때는 한 손 악수만 허용하고 ▷남자 군인이 여군과 단둘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과 사무실에 있는 것은 금지하고 ▷부득이 함께 있어야 할 경우 출입문을 열어두고 ▷SNS 등으로 음란물을 이성에게 보내거나 보여줘서는 안 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성폭력상담소는 5일 발표한 논평에서 "육군이 제정한 성군기 관련 행동수칙은 성폭력 문제 해결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먼저 성폭력 예방을 군기의 문제로 접근하는 '성군기'라는 용어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성군기라는 용어는 성폭력 발생 원인을 군기(기강)의 해이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성폭력상담소는 "대부분의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는 군대 내 상급자이고, 피해자는 이번 사건처럼 비정규직 군인이라는 열악한 위치에 있거나 계급이 낮은 군인들이다. 이러한 위계구조 속에서 상급자의 명령의 정당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평등한 의사소통 구조는 존재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인 아니라, 싫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와 싫다고 이야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명하복의 위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육군 간부들이 대책을 논의하기 전에 해야할 일은 본인들의 군기 남용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며, ‘성군기 행동수칙’처럼 지엽적인 접근이 아니라 군대 내 성폭력이 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두 번째로 행동수칙의 내용 자체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덩어리라고 비판했다. 성폭력상담소는 "이성 군인의 관사 출입 제한, 신체접촉 부위 제한으로 성폭력이 예방될 수 있다는 인식은 성폭력이 남성의 성욕구(성충동)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오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육군중장 출신의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육군 여단장에 대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것도 왜곡된 통념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성폭력상담소는 "군의 고위직급자 성폭력을 남성 군인의 성욕구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충동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인식은 성폭력이 일어나는데 있어 피해자도 어느 정도 성충동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이는 군 생활에 있어 성폭력피해자(특히 여군)가 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며 조심해야 하는 문제로 피해자가 처신을 잘하면 일어나지 않을 일로 해석되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을 예방하는 '초점'은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하고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행동수칙'으로 성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접근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 구성원들의 성인식을 점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왜곡된 인식을 발견하고 평등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성문화 속에서 성폭력 가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상담소는 군대 내 성폭력사건을 포함한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객관적인 문제 진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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