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유엔 특별보고관 “영장 없이 통신자료 제공…표현의 자유 침해”

등록 2017-06-08 15:34:30 | 수정 2017-06-08 19:00:46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4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의견서 제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따른 익명 표현·통신 자유 침해

데이비드 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사진)은 8일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규정은 익명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AP=뉴시스)
8일 데이비드 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무단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한 법률 규정은 익명 표현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데이비드 케이 특별보고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들이 청구한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사건의 제3자 의견서에서 “이용자 정보를 아무런 영장 제시가 없는 상태에서 국가기관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제4항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및 통신 사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위험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법원, 검사,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해 통신자료를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가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4항은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을 통해 이 같은 요청을 하도록 하면서도,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서면에 의하지 않고도 통신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신자료 정보제공 범위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또는 해지일로 명시해 중요한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민변과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시민단체가 해당 규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함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된 사실을 확인한 시민 500명도 이 헌법소원에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시민단체들은 헌법소원 청구 당시 기자회견에서 “국가기관의 통신자료 취득은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으므로 헌법 제12조 제3항의 영장주의에 따라야 한다”며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와 그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위헌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신자료 무단수집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대해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이 1990년 4월 10일 비준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규약) 당사국으로서의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 제공 행위는 규약 제19조 제2항에서 보호하고 있는 익명 표현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가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구에 대한 사법 사전승인절차의 부재는 규약 같은 조 제3항의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제한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경우 다른 민주주의 국가보다 1인당 국가기관의 이용자 정보 요구 건수가 훨씬 높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취득 건수는 584만 건으로, 이는 인구 9명당 1건에 달하는 수치다. 2015년의 정보제공 요청 건수는 대략 10억 건으로 집계됐다.

의견서 내용에 따르면, 영국은 2015년 기준 85명당 1개의 통신자료 제공(인구 6500만, 76만1702건 제공)이 승인되었고, 이 중 절반만이 고객 개인정보에 대한 내용이었다. 프랑스의 경우 2015년 10월에서 2016년 10월 사이 1375명당 1개의 통신자료의 제공 요청(인구 6600만, 4만8208건)이 있었으며 이 중 고객 정보 제공은 적은 비율뿐이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의 국가기관이 이용자 정보를 요구하는 비율을 고려할 때 정보제공 요구가 영장 제시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침해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덧붙였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