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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가의 마지막 손길, 요양보호사 입니다"

등록 2017-06-08 22:58:21 | 수정 2017-06-09 15:59:00

8일 오후 국회에서 집담회 열어 "공공성 강화해야 요양서비스 질 좋아진다"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요양보호사 집담회 모습. (뉴스한국)
"[기사 내용 수정 : 2017년 6월 9일 오후 4시]요양보호사도 사람인데 너무 무시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시설 증축한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하더라. (송춘임 돌봄지부 도봉실버센터본회)"

"누워있는 어르신들 등에 종기가 생길까봐 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1명이 아침마다 20명~22명의 어르신을 일일이 앉혔다가 다시 눕히는 등 체위를 바꿔준다. 이렇게 일하는데도 휴게시간 30분을 제대로 쉴 수 없다.(정숙희 돌봄지부 도봉실버센터 분회장)"

"돌보는 어르신들이 뇌졸중으로 편마비가 왔거나 와상인 분들이라 요양보호사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지만 산업재해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월급이 적어 날마다 물리치료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참다 참다 정 아플때만 가서 치료 받는다. (유희숙 좋은돌봄 실천단 요양보호사 임원)"

올해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군이 태어난 지 10년이다. 요양보호사는 65세 노인인구 중 돌봄이 필요한 이들에게 국가가 내미는 마지막 손길을 대신하는 사람들이다. 보육이 한 명의 시민을 생애 처음 맞이하는 국가의 모습이라면, 요양은 시민의 생애 마지막을 지키는 국가의 모습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유독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현실 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요양보호사 집담회에서는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민간이 요양보호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면서 하향 경쟁이 심해졌고, 이 때문에 양만 늘었지 서비스 질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요양보호사는 물론 요양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날 열린 집담회는 고용 환경이 열악한데다 쉽게 실업자로 전락하는 30만 요양보호사의 현실을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김상희·권미혁·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소하·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함께 요양노동네트워크·노인장기요양보험법개정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는 31만 3168명이지만 자격증 소지자는 133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 장기요양보험통계연보를 기반에 두고 산출한 결과다.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요양보호사의 역할은 절실해지고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대표적인 저임금 일자리라는 게 요양보호사들의 주장이다.

시설 요양보호사는 격일제로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업무 시간 사이 휴게시간이 없어 맘 편히 쉴 수가 없다고 토로한다. 이는 시설 요양기관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과 휴게시간 부여 의무, 시간외 수당지급 의무 등을 위반하고 인원 확보 기준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재가 요양보호사는 짧은 시간에 단시간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임금이 낮은데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이 시설에 들어가거나 사망할 경우 비자발적인 실업자로 전락한다. 여기에 재가 요양기관이 이용자 본인부담금을 할인·면제해 이용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면서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깎는 실정이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최소한의 요건만 갖춰 신고하면 요양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현행 신고제로 인해 영세 재가 요양기관이 난립하거나 쉽게 폐업한다는 데 있다. 사실상 정부가 해야할 역할을 민간에 맡기고 시장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둔 꼴이다.

그렇다면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이용자들이 질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양보호사들은 무엇보다 요양기관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기관 입소시설은 5085개, 재가 요양기관은 1만 2917개에 이른다.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시설은 199.1%, 재가 요양기관은 95.2% 늘었다. 이 가운데 개인이 직접 관리·운영하는 재가 요양기관은 전체의 80.94%에 달하고 시설은 69.2%다. 공공 재가 요양기관은 0.8%에 불과하고 요양시설 중 공공의 비중은 2.2%뿐이다.

사회서비스의 공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군구가 공공요양시설을 1곳 이상 설치하고 직접 운영하거나 지역 거점형 재가 공공 요양기관을 만드는 식으로 공공 요양기관의 수부터 늘려야 한다는 게 요양보호사들의 요구다. 또 국민건강보험이 주관하는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좋은 일자리 기관으로 인증해 민간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소유권과 운영권을 행사하는 게 핵심이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들은 공공의 비중이 30% 정도는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좋은돌봄 실천단 요양보호사 임원을 맡은 이봉선 씨는 "사회서비스공단이 생기면 실업과 퇴직금 걱정을 해결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