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잡범 만드는 치사한 정권…후지고 무능하게 블랙리스트 만들어”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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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잡범 만드는 치사한 정권…후지고 무능하게 블랙리스트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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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19 07:13:11 | 수정 : 2017-09-19 10: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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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1차 대국민 경과보고 진행
고통 받은 5명 무대에 올라 블랙리스트 정권 강도 높게 비판
18일 오후 인디스페이스에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1차 경과보고 발표가 있은 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예술가들이 나와 피해 사례를 밝혔다. 왼쪽부터 박민규 소설가, 노숙택 사진작가, 이송희일 영화감독, 이하 미술작가, 전인철 연극연출가. (뉴스한국)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는 광장에서 항의하는 예술가는 물론 집에서 작업을 하는 예술가의 삶에도 피해를 줬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이 ‘불편함’을 고민하도록 하는 것이라 믿는 예술가들일수록 돈으로, 공권력으로 압박을 받았다. 지난 정권 9년에 걸쳐 블랙리스트는 과연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작동했을까. 누구 누구의 이름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더라는 뉴스 속을 들여다보고 블랙리스트 구조를 파헤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1차 대국민 경과보고 ‘블랙도 화이트도 없는 세상’을 열었다. 진상조사위는 7월 31일 공식 출범하고 지난달 31일부터 온·오프라인으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14일 현재 25건을 제보 받았다. 이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 외압사건·서울연극제 대관배제 및 아르코대극장 폐쇄 사건을 포함한 6개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진상조사위는 신청이 없더라도 진상조사위가 직권으로 사건을 수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 소위원장을 맡은 조영선 변호사는 블랙리스트가 문화 다양성을 침해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백서발간으로 역사적 교훈을 남기는 게 진상조사위 활동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예술가가 자기검열하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블랙리스트란 박근혜 등 정치권력이 문화체육부관광부 등 행정권력을 이용해 사적으로 문화예술계 인사에게 불이익을 준 사건”이라며, “정상적인 기금 지원과 예술제 행사는 행정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데 청와대와 국정원이 이를 배제하고 문체부에 지시를 내렸고 문체부는 코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기춘 등의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블랙리스트 피해 사례는 374건이고, 문체부 감사에서 확인한 범죄 사례는 444건에 달하지만 블랙리스트가 어느 부서에 의해 어떤 사람에게 작동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과정을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문체부가 2016년 생산한 문건에서 당시 정부가 어떻게 예술인들을 정치적 성향을 기준으로 구별해 목록으로 만들어 관리했는지 설명하며, 민간인 사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어느 부서의 누가 블랙리스트를 관리했는지, 누가 검토했는지 살필 것이며 당시 블랙리스트 작동을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의 경과보고에 이어 변영주 영화감독의 사회로 피해자들이 직접 블랙리스트를 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노숙택(개명 전 노순택) 사진작가, 박민규 소설가, 이송희일 영화감독, 이하 미술작가, 전인철 연극연출가가 무대로 나왔다. 변 감독은 “이명박(MB) 정부 초창기에 한 영화제에 갔는데 영화제 직원이 ‘여기도 빨갱이가 너무 많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아무도 웃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부가 목록을 만들었음을 알게 됐다”며, “이 블랙리스트는 편파적이고, 반민주적이고 심지어 무능하기까지 하다. 연출부 막내 스태프도 목록을 이따위로 만들지는 않는다. 분노 이전에 어이가 없다고 맹비판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MB정부 때 영화감독들이 모인 인디포럼작가회의가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전용관 위탁운영 사업에 공모해 1등을 했지만 떨어졌고 영화제 지원사업에서도 줄줄이 탈락했다고 털어놨다. 영화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하면서 빚더미에 올랐다고 말했다.

전인철 연출가는 블랙리스트가 연극인들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연분야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지원을 받을 예정이었던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배제하고 선정한 작품이 전 연출가의 작품 ‘고제’였다. 전 연출가는 “당시 누군가는 선정작 모두를 보이콧(공연 거부)해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공연을 하면서 이 사건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우왕좌왕하며 시간이 흘렀고 박근형 극단을 제외한 7개 극단이 연극을 올렸다. 이 사건을 겪으며 연극인들은 많은 상처를 주고받았다. 말을 안 하고 모르는 것처럼 스치며, 분열과 불신의 벽이 생겼다”며, “당시 공연을 올린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있고 연극인들의 흐트러진 관계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변 감독은 “문화예술에는 공공기금으로 활동하는 영역이 있다. 기초과학과 같은 것이다. 블랙리스트는 그들에게 돈을 빌미로 반목하게 하고 자기를 무능력자로 보이게 하고 부역했던 자들이 있다”며, “진상조사위가 적어도 공공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다시는 완장을 찰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월호를 소재로 소설을 써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민규 작가는 “도대체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건지, 정말 오랜 시간을 두고 끝까지 이 일을 누가 지시하고 시행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오르고 6번 기소를 당하고 한 차례 경범죄처벌법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하 작가는 “예술은 좌파들의 놀이다. 좋은 작품을 하는 사람은 좌파, 뭔가 도전하고 실현하는 사람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좋은 작업을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 감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치사한 것은 예술인들을 잡범을 만든다”고 비난했다.

블랙리스트 문제로 서울 광화문에서 넉 달 반 동안 노숙 투쟁을 한 노숙택 작가는 “(정부가) 명단을 만들어 배제하고 옥죄고, 문화예술인들이 취약한 경제적인 부분을 붙들어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 게 슬프다. 우리는 블랙리스트 없는 세상을 바라지만 그들이 바란 것은 블랙리스트 문화예술가들이 없는 세상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진상조사위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조사 신청을 받는다. 이명박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조사 대상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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