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5.4 포항지진, 지열발전소 탓? 학계, "방아쇠 역할" VS "인과관계 낮아"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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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5.4 포항지진, 지열발전소 탓? 학계, "방아쇠 역할" VS "인과관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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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4 15:35:10 | 수정 : 2018-04-27 16:4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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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가 단층대 마찰력 낮아져 움직였을 수도"
"마지막 물 주입 후 두 달 후에 지진 발생 의심스러워"
24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 긴급포럼'이 열렸다. (뉴스한국)
이달 15일 경북 포항을 강타한 규모 5.4의 지진이 포항에 있는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24일 오전 지진 전문가들이 서울 중구에 있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긴급포럼을 열었다. 대한지질학회,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대한자원환경지질학회, 대한지질공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6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한 가운데 지열발전소가 원인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로에 짓고 있는 포항지열발전소는 국내에서 시도하는 첫 지열발전소다. 땅 속에 설치한 2개의 지열정으로 차가운 물을 넣은 후 지열로 데워진 수증기를 끌어올려 터빈을 돌리는 식으로 전기를 생산한다. 2010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으로 건설을 시작했다. 포항지진에 지열발전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확산하자 산업자원부는 22일, 지열발전소 공사를 중단하고 정밀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열발전소, 포항지진에 '방아쇠' 역할"
지난해 9.12 경주지진이 발생한 후 울산에서 미소지진 관측망을 운영했다는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 포항분지 흥해 지역에서는 주요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없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23일부터 포항지진 발생 전까지 네 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입을 열었다.

김 교수는 "규모 5.4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 가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추론 가능한 모델이 있다"며 물 주입과 미소지진 활동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열발전소는 지난해 1월 29일부터 올해 9월 18일까지 물을 주입했는데 물을 주입한 후 미소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규모 5.4 포항지진 진앙과 지열발전소는 600m 떨어져 있다"며, "'지열발전소가 주입한 물의 양이 적다'거나 '잠시만 주입하고 오랫동안 주입하지 않았다'는 등의 말이 있는데 그것으로는 문제점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교수가 '유발지진의 개념'을 설명하며 포항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한국)
'유발지진의 개념'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이진한 고려대학교 지질학과 교수는 "공학적 공사로 사람이 일으킨 지진을 '유발지진'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지진의 원인은 아니고 '방아쇠' 역할을 한다. 판들이 움직이면서 쌓인 응력을 조금 더 건드렸다는 의미"라며, "인간이 무슨 활동을 해서 지진을 앞당기거나 평형상태를 깨는 방아쇠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진을 유발하는 '방아쇠'는 ▷땅 속으로 유체를 주입할 때 ▷채굴할 때 ▷단층으로 물이 들어갈 때라고 설명하며 "포항지진도 물이 유입해 단층대 마찰력이 낮아지면서 (단층이) 움직이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모델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실험이 필요하고 여러 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물 주입 두 달 후 규모 5.4 지진? 의심스러워"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역사적으로 대단히 불규칙적인 점을 강조하며 포항지진 발생 원인을 지열발전소에서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압 파쇄 주입량과 지진 모멘트의 상관관계를 고려하면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하려면 수백만 톤의 물을 주입해야 하는데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누적 주입량이 수만 톤이라서 격차가 크다"며, "단순히 물을 주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진이 발생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다시 말해 포항지진 규모는 수백만 톤의 물 주입량에 상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조구조 활동에 따른 준비된 단층 운동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역시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2016년 초부터 다섯 번에 걸쳐 1만 2000㎥의 물을 누적해서 주입했고, 배출양을 빼면 땅 속에 남은 것은 5000㎥정도다. 한쪽에서 물을 주입하고 다른 쪽에서 배출해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2011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지진은 유체 주입으로 인해 발생한 최대 규모의 유발지진으로 꼽힌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오클라호마 지진과 포항 지진을 비교하며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뉴스한국)
홍 교수는 "(오클라호마 지진 당시) 규모 5.6의 지진은 엄청나게 많은 물이 이미 수년 동안 주입된 상황에서 벌어진 것인데 반해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지열발전소에 불과 세 차례의 물을 주입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번 발생할 때 규모 4.0 이상은 10번, 규모 3.0 이상은 100번, 규모 2.0 이상은 1000번 발생하는 지진학계 법칙을 설명하며, "(지열발전소가 있는) 이 지역은 많은 미소지진을 예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규모 2.0 이상이 3번, 규모 3.0 이상이 1번 발생한 후 곧바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찬동 충남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을 개발할 때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지진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고 조율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열발전으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는 자체에 놀랄 것은 아니다"며, "지열발전소에서 마지막으로 물을 주입한 후 두 달 후에 규모 5.4의 지진이 갑자기 발생한 대목이 궁금하고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청중으로 포럼에 참석해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듣던 민기복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도 "지열발전소에서 물을 주입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고 60일 이후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만약 조사를 통해 연관성을 증명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독특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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