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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명 사망한 밀양 세종병원에 스프링클러 없었다

등록 2018-01-26 21:44:27 | 수정 2018-01-29 14:20:05

규모 작아 법적 의무 대상에서 빠져

26일 오전 경남 밀양시에 있는 세종병원 1층에서 불이 나 37명이 목숨을 잃고, 143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국립과학수사원 수사관들이 병원 1층에서 화재 원인을 조사하는 모습. (뉴스한국)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37명이 사망한 밀양 세종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법상 세종병원은 규모가 작아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화재 당시 이 병원에는 83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클러는 불이 났을 때 물을 뿌리는 장치로 건물 각 층 천장에 설치한다.

119구조대는 이날 오전 7시 32분에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7시 35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1층 출입문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독가스를 포함한 시꺼먼 연기가 가득 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1층 곳곳을 파고든 불길 탓에 연기는 건물 밖으로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만약 스프링클러가 있어 제대로 작동했다면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사망자 37명은 대부분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계속 번지면서 내뿜은 유독가스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날 오후 화재 현장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소방대원이 불을 어느 정도 끈 후에 병원 앞 가게에 나왔는데, 코가 맵고 눈이 아팠다"고 호소했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불을 완전히 끈 지 반나절이 지난 후였지만 여전히 고무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났다. 세종병원 1층 앞에 경찰이 둘러친 경계선에 가니 눈이 가렵고 기침이 나기도 했다.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시설 바닥 면적 합계 600㎡ 이상인 정신의료기관·요양병원 ▷층수가 11층 이상인 의료기관 ▷ 층수가 4층 이상으로 바닥면적이 1000㎡ 이상인 의료기관은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불이 난 세종병원은 일반 병원이고, 바닥면적이 224.69㎡인 5층 건물이라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세종병원 옆에 붙어 있는 세종요양병원은 올해 6월 말까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지만 아직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6시 밀양시청에서 연 관계기관 합동 기자회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요양병원 환자는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오래 전에 만든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올해 6월 말까지는 설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말에 따르면, 올해 6월이 지나더라도 세종병원처럼 작은 규모의 병원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 어디서든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를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박 장관은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스프링클러 기준을 내진 설계 기준 강화하듯이 하는 게 필요하다면 각계 부처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며, "이렇게 하나하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거기서 철저하게 배워나가고 제대로 고치고 보완하며 (사회를)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을 찾은 정치인들도 병원에 스프링클러를 합법적으로 설치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관련 법률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참사 현장을 찾아 이상규 경남소방본부장을 만나 "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건물 규모로만 보는 것은 문제다. 국회에서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다수가 돌아가신 병원인 본 건물은 면적이 작다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도 빠져있는 상태"라며,"유사한 사태가 다른 곳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정의당도 소방 관련 허점과 이에 대한 법령 등을 재점검하고 시급한 대책을 마련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