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 대자보

등록 2018-03-02 14:23:56 | 수정 2018-03-19 14:58:09

고인 입사 동료, "태움은 '단편'…근본 원인은 구조적 문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아산병원으로 가는 길에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리본이 걸려 있다. 행인이 리본 사이에 붙은 대자보를 읽고 있다. (간호사연대 제공)
서울아산병원의 한 신입 간호사가 설을 하루 앞둔 지난달 15일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자신을 고인의 입사 동료라고 밝힌 A간호사가 지난달 28일 병원 근처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였다. A간호사는 "故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은 우리 모두의 죽음입니다"라는 대자보에서 "6개월 동안 함께 교육받고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동료 간호사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저희 곁을 떠나갔다"며, "동료 간호사를 죽음까지 몰고 갈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삶은 저희가 살고 있는 삶과 다르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A간호사는 "사건의 원인이 단편적으로는 신규 간호사에 대한 높은 연차 간호사의 태움으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간호사 근로 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며, "간호사 한 명당 돌보는 환자 수가 많아 업무 부담이 높으며 간호사의 업무는 환자 안전과 직결하므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신규 간호사는 업무 수행 능력이 미숙하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근로 환경의 구조적 문제에 가장 직접적이고 적나라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죽음은 비단 신규 간호사와 경력 간호사의 대립 문제가 아니라 간호사 모두가 내몰린 근로 환경의 구조적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A간호사는 무엇보다 병원이 나서 고인의 죽음에 얽힌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간호사의 업무 부담만 가중시키는 형식적인 개선방안이 아닌 실질적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들 스스로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작 사건의 진원인 우리 병원에서는 어떤 뚜렷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진정한 변화는 외부의 힘으로만 일으킬 수 없다. 이제는 불편한 침묵을 깨고 우리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부가 간호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간호사는 "그동안 병원의 간호혁신 및 개선활동은 주로 간호부 주도의 활동을 각 부서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며, "근로환경의 구조적인 문제는 부서마다 특성이 다르고 업무도 다르고 형성된 조직 문화도 달라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변화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달 25일 고인의 유가족도 간호사연대를 통해 언론에 배포한 입장서에서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해 달라. 병원의 내부 감사 결과 보고서를 유가족에게 공개하고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저희처럼 고통 받는 유가족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간호사들 사이에 만연한 태움문화의 실태가 드러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인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가르칠 때 '불에 타서 재가 될 정도로' 혹독하게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