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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말고 가해자에게 물으라…차별과 배제·위력의 구조를 물으라”

등록 2018-03-13 11:50:06 | 수정 2018-03-13 16:36:52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대책위, 2차 피해 중단 요구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정치권력은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안 지사의 전직 수행비서 김지은 씨가 심각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어 이들 2차 가해자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이하 안희정공대위)’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지원 변호사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행위가 범죄에 해당한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서 대중이 질문해야 할 대상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라는 지적과 여성과 남성이 권력을 동등하게 공유할 때 권력형 성범죄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상급자가 직속 근로자에게 ‘투명한 그림자’가 되라면서 성관계까지 요구하여 근로자의 자존감을 파괴하려고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폭로한 김지은 씨의 강인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입을 열고, “신성한 직장에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당한 김 씨에게 불륜의 혐의를 씌우는 것은 이 사건을 폭로한 김 씨의 용기를 꺾고 대한민국 직장에서 황당한 인면수심의 범죄를 당하는 근로자들이 미투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무력화하고 상처 입히고 방해하고 파괴하는 또 다른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김 씨와 안 씨의 관계가 틀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김 씨가 폭로로 어떠한 이익을 약속받았을 것이라는 억측 또한 삼가 달라”며, “피해자가 제기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그리고 그 이후에도 피해자를 공격하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어떤 비난과 공격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고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모욕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정치권력은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김경숙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운영위원은 “이제껏 수많은 성폭력은 피해자에 대한 의심과 비난을 만들어 왔다. 피해자를 공격하는 2차 피해는 성폭력에서 유달리 독보적이다. 2차 피해는 진실을 가리고 피해의 본질을 빗겨가게 한다. 그래서 2차 피해는 성폭력을 유지시킨다.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지 못하게 하는 큰 장벽이 된다”며, “우리 사회는 2차 피해를 물리쳐야만 성폭력의 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가해자와 가해자를 비호하는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춰 저항을 했는지, 왜 했는지, 왜 안 했는지, 어떻게 했는지 묻지 말라. 당신 스스로가 모든 생계, 진로, 은행 빚, 부양해야하는 처자, 앞으로의 일자리 이 모든 것 앞에서 언제나 매 순간 부당한 일에 떨쳐 일어나 저항하고 소리 지르고 밀치고 살아가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가해자에게 묻자”고 촉구하며, “그가 어떤 권한을 행사해왔던 사람인지, 어떤 위력을 구축해온 사람인지, 어떤 왕국과 성채가 유지되고 움직이고 있었는지, 낱낱이 살피고 그 차별과 배제, 위력의 구조에 대해 묻자”고 말했다.

1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정치권력은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이진옥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불평등의 결과이자 이를 유지시키는 도구였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여성을 학교에서, 일터에서, 정치 영역에서 배제시키고 소외시키고 도태시키는 매커니즘이었다. 그리고 미투운동은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종언”이라고 말하며, “동수 정치는 남성 지배의 정치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강화되는 남성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견제 수단이다. 여성과 남성이 권력을 동등하게 공유할 때 여성에 대한 권력형 성범죄와 기형화된 정치 괴물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