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사회

한국여성의전화 “지난해 배우자·애인 등에 살해당한 여성 최소 85명”

등록 2018-04-11 09:13:07 | 수정 2018-04-11 16:48:38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 최소 103명, 주변인 피해 55명
“젠더 기반 폭력 근절 위해 여성에 대한 편견·혐오에 주목해야”

지난 한 해 동안 배우자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8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살인사건을 분석한 결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85명, 살인미수 등에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103명이었다고 11일 밝혔다. 또한 피해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경우도 최소 55명에 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살인범죄의 피해자 연령은 40대가 24%로 가장 많았고, 50대 20%, 20대 18%, 30대 17% 순이었다. 특히 데이트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한 살인범죄 피해자 수는 20대와 40대가 각각 29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1명, 50대 17명, 10대 6명, 60대 3명 등으로, 데이트폭력은 주로 20~30대에서 발생한다는 통념과 달리 40~50대에서도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여성 외에도 피해자의 자녀와 부모, 현재 파트너, 이웃 등도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특히 방화를 동반한 범죄로 인한 이웃주민의 피해, 공곡장소에서 발생한 폭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시민이 흉기에 찔리는 등 이웃의 피해가 많았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피해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피해자의 가족이나 직장, 학교 등 피해자의 생활공간과 인적관계를 이용하여 위협을 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토킹 범죄 등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국가시스템 구축에 있어 다양한 주변인의 피해를 포괄할 수 있도록 피해자 및 관련 제도의 대상범위를 보다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해자의 범행 동기는 피해여성이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만남 요구를 거부해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66명으로 가장 많았다.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우도 43명이나 됐다.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서’(24명), ‘자신을 무시해서’(16명), ‘성관계를 거부해서’(3명)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009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사건분석을 통해 이 같은 통계조사를 발표해왔다. 지난 9년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최소 824명의 여성이 살해됐고, 최소 602명의 여성이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한 해 평균 최소 92명의 여성이 배우자나 데이트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셈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우리 사회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정불화’ 또는 ‘치정’의 문제로, 특정 개인의 불운이나 일탈, 병리적인 문제로 손쉽게 해석하며,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로 점철된 피해자 비난의 범행동기를 그대로 받아 써왔다”며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폭력을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주목하고, 이러한 폭력은 불평등한 성별권력관계에 기인하는 동시에 이를 강화한다는 핵심에 다가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