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현장실습…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뭐라고 답했나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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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현장실습…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뭐라고 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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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1 14:30:31 | 수정 : 2018-05-31 17: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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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즉시 중단…대안 직업교육 마련해야"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호견을 열고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대상 정책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뉴스한국)
‘직업교육’이란 이름으로 직업계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에게 저임금 노동을 강요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일이 반복하면서 변화의 기미가 보이는가 싶었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앞으로 대한민국 교육의 4년을 책임질 미래의 교육감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청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이하 네트워크)는 31일 오전 서울 종로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 후보들이 내놓은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책 답변을 공개했다.

응답한 후보자 30%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중단하겠다”
지난해 1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과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게기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해 11월 제주의 한 음료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교육부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1달 만인 12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 전면 폐지’ 계획을 발표해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올해 2월 재학 중인 학생의 조기취업을 유지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4월에는 각 시·도교육청에 현장실습 운영 지침에 조기취업을 공식화했다. 이나래 네트워크 활동가는 “교육부가 여전히 학생을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데다 현장실습생들의 죽음과 사고의 근본적 원인을 뿌리 뽑으려는 의지가 없다”고 질타했다.

네트워크는 4월 17일부터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 후보 64명에게 7가지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정책제안과 13가지 질문을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질의서에 응답한 30명의 후보 답변서를 분석해 발표했다. 대구·세종, 충청남도 지역의 교육감 후보는 단 한 명도 답하지 않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9명(30%)이 직업계고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제도를 중단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10명(33.3%)은 즉각 중단하는 대신 현재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을 부추기는 ‘취업률 중심 학교 평가’를 폐지하겠다고 답한 후보는 28명(93.4%)에 달한다. 현장실습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체가 책임지기보다 현장실습생에게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게 만드는 ‘실습 전 서약서 작성’ 제도를 중단하도록 한다는 데에도 22명(73.3%)이 동의했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조기취업하는 게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평가권을 침해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후보도 18명(60%)에 이른다. 조기취업이 양질의 ‘취업’을 보장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교육부와 일부 후보 및 당사자의 바람이 오히려 현장실습의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더디게 한다는 게 동의 의사를 밝힌 후보들의 주장이다. 저임금 노동 착취 수단으로 변질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에 더 빨리 노출되면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취업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현장실습 운영 전반을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에게 공개하고 이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데는 29명(96.7%)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직업계고 학생이 현장실습 전에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산업안전 및 근로관계법’ 온라인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데는 23명(76.7%)이 동의했다. 이는 2011년 기아자동차 현장실습생 뇌출혈 사건을 계기로 마련한 의무 교육이지만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네트워크는 지난 몇 년 동안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지만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로 책임을 미루거나 비공개하기 일쑤였다고 지적했다. 가장 최근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건 이달 초다. 교육부에 6건, 시·도교육청별 24건 총 414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정보부존재가 206건으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는 게 네트워크의 설명이다.

림보 네트워크 활동가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현장실습 운영에 관한 지도·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무려 96.7%의 교육감 후보들이 현장실습 운영의 국민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질의서의 답변을 작성했을 그 시간에 교육청 실무자들은 정보부존재·비공개 통지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국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협의회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호견을 열고 17개 시·도 교육감 후보 대상 정책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영조 현장실습 제주 대책위 집행위원장과 김동국 전교조 부위원장. (뉴스한국)
“민호 군 사망했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교육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답변은 현장실습이 내포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교육계가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여전히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영조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의 말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이 대책위는 지난해 현장실습 도중 기계에 끼는 불의의 사고로 숨진 故(고) 이민호(당시 서귀포산업과학고 3학년) 군 사망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정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한다고 하니 민호 군의 아버지가 ‘지난해 11월 9일 사고가 난 후 6개월 동안 진상 규명과 사고 재발을 위해 공대위와 유가족이 쫓아다녔지만 점점 민호의 죽음이 헛되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사고가 났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진상규명도 하지 않았고 사고 재발 움직임도 없다. 검찰은 4월 2일에서야 수사를 시작해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사고가 난 그 공장에 다시 학생들이 갈 수도 있는데 해당 기계를 조사하지 않는다. 우원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부탁해 공장을 재방문한 후에야 어떠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이야기하는 정도다. 게다가 법적으로 산업안전공단이 해당 기계를 조사할 의무가 없다고 하는데, 그런 기계에 아이들을 다 맡기고 있다. 올해도 그럴 것”이라고 분개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현장실습이 명백한 노동이며 교육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제주도 교육청이 저희에게 보낸 안을 보면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선정하는 자료가 있다. 선정기준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주로 ▷산재가 많이 일어나는지 ▷임금을 제대로 주는지 ▷기숙사가 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이게 무슨 교육인가 말도 안 된다. 그런데 이런 현장실습을 올해도 한단다”고 질타하며, “학생들이 교육과정 틀 안에서 교육을 받아야지 왜 회사에 보내는 것인가. 현장실습 자체가 교육과정에 위배하고 이를 허용한 교육감이 위법이라는 내용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업 받아야 할 기간에 조기취업…교육과정 편성 기본 원리 스스로 무시”
김동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위원장은 “직업교육 역사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과 차별화한 조선인은 상층 일부를 제외하고 식민 통치에 필요한 충실한 황국신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직업교육을 받았다. 해방 후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한 채 직업계고 학생들의 몫으로 남았고, 현장실습으로 포장한 저임금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현장실습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의 교육권을 방해하는 교육정책”이라며,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학습중심 현장실습 안정적 정착 방안'이 2013년에 마련한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과정에 명백히 수업을 받아야 할 기간임에도 조기취업이라는 표현을 과감하게 사용한 것은 교육과정 편성의 기본 원리를 스스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이름은 학습형 현장실습이라 하면서 그 기간에도 노동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권 보장을 위해 죽음을 부르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의 즉시 중단과 대안적인 직업교육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히는 한편 교육부가 이달 14일 발표한 직업계고 산업체 현장실습 지도점검 지원 위탁사업 기관 공개 모집 공고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네트워크는 “공교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학생의 안전을 외주화하겠다는 발상과 선정한 기관 1곳이 전국의 현장실습 참여기업 3500개를 지도·점검하는 사업 계획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교육부, 교육청, 교원단체, 시민단체를 포함한 조사단을 꾸려 전국 직업계고 현장실습 참여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다. 방식 또한 외주화가 아니라 직접 교육부가 나서 산업체의 직업교육 준비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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