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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난민'은 없어요…난민이거나 난민이 아닌 사람일 뿐"

등록 2018-06-29 00:04:20 | 수정 2018-06-29 13:51:55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28일 '난민영화의 밤' 행사 열어
친선대사 정우성 참석해 관객과 대화 "당황스러움 충분히 이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주관한 난민영화의 밤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한석준 아나운서, 정우성 친선대사, 제인 윌리암슨 법무관, 신혜인 공보관. (뉴스한국)
최근 제주도로 예멘 난민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려 난민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대표부가 28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에서 '난민영화의 밤' 행사를 열고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유엔난민기구는 세간에 떠도는 '가짜 난민' 표현 자체가 편견의 산물이라고 설명하며, 난민의 처지와 고통에 귀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친선대사인 영화배우 정우성 씨는 갑작스런 대규모 난민 신청 사태에 많은 분들이 당황했을 수 있다며, 이러한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는 UNHCR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호다'를 본 후 진행했지만 영화 자체보다는 제주도 예멘 난민신청자와 난민 그 자체를 묻는 질문이 많았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사회로 정우성 친선대사, 제인 윌리암슨 법무관, 신혜인 공보관이 자리했다.

시민에게 난민 문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친선대사'로서 역할을 묻는 질문에 정 친선대사는 "여러분에게 말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조심스럽다. 해외 난민 캠프를 다녀오고 나서는 약 한 달 정도 언론에 대응하는데 그 한 달이 제가 가장 긴장하는 시기"라며, "어떻게 조심스럽게 강요하지 않는 말로 전달할까 그게 숙제 같다"고 입을 열었다.

특히 정 친선대사는 이달 20일 매해 '세계 난민의 날(6월 20일)'을 맞아 해왔던 대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에 UNHCR 입장문을 게시했다가 비난을 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입장문을 접한 분들이 아마 강요하는 말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배우 정우성으로 저를 보던 분들 중 일부는 '내가 걱정하는 우려의 마음을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무시하는 건가'라며 반감을 표시했다. 안타까운 오해가 시작했다. 이 오해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지가 저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 문제를 늘 먼 나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먼 나라에 멀리 있을 때는 연민의 마음이 충분한데 누군가 문을 열고 도와달라고 해서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며, "유엔난민기구도 인권 운동 단체들도 반대의 목소리를 (반대라고만-기자 주) 치부하지 말고 이슬람의 오해나 문화의 차이를 계속 설명해서 이해의 폭을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친선대사는 시민이 난민과 함께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첫 걸음은 난민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고, 각자의 삶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의 소액 후원이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꺼내며 정 친선대사는 전 세계 유엔난민기구 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한 아나운서가 "사무총장 아니에요?"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정 친선대사는 "안 그래도 기구에서 저를 직원 취급해서 불만이긴 하다"며 유머러스하게 맞받아쳤다. 아래는 정 친선대사의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유엔난민기구가 하는 활동을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저에게 다른 유엔 단체의 이름을 대며 '활동 잘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엔난민기구가 난민 캠프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직원의 활동을 일반 분들에게 알려드리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유엔난민기구 직원은 1만 1500여 명이다.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1500여 명이 근무하고 1만여 명은 123개 나라에 퍼져서 협력 단체와 함께 수만 명의 난민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각 캠프에 있는 소수의 직원들이 굉장히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게 일을 하다 보니 봉사활동을 하는 분들이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난민은 전쟁과 분쟁에서 도망친 분들이고 순식간에 모든 생활 터전을 잃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충격에 빠진 상태다. 자원봉사자들이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심리 상태일 수 있다."

자료사진, 예멘 난민들이 18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후원금이 미친 듯이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사회자의 농 섞인 추임새에 정 친선대사는 "분쟁과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그는 "유엔난민기구가 난민 이야기를 하는 건 발생한 난민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 원인을 근절해야 한다는, 결국 평화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후원이 좋지만 그 행동은 궁극적으로 전쟁과 분쟁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의 후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로 흘렀다. 특히 세간에 퍼진 이른바 '난민 루머'와 편견을 바로잡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혜인 공보관은 "난민 신청을 하는 건 국제적인 권리이고 난민을 받아들이는 건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지닌 국제적인 책임"이라며, "더 나은 직장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는 분들은 난민이 아니다. 난민은 정말 특수한 상황에서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어 국제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난민이 아니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게 맞다. '가짜'난민이란 표현도 많던데 그 표현 자체가 편견에 사로잡혀서 사용하는 것이다. 가짜 난민은 없다. 난민이거나 난민이 아닌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 공보관은 "무슬림의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는 것으로 아는데 뭔가 수치를 말한다고 해서 그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제가 유엔난민기구에서 일하긴 하지만 한국대표부에선 직접 난민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제주포럼에 갔다가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직접 만났다"며, "이 분들은 오히려 한국인들을 두려한다. 한국인들이 자신들을 두려워하는 상황에서 갈등이나 범죄에 휘말리면 본국으로 송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의 말을 들으면 여러분이 안심할 것 같다"며, 함께 난민 신청자를 만난 정 친선대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제주도에서 만난 예멘 난민 신청자는 통역 1명을 제외하고 6명이다. 두 명은 기자, 이들 중 한 명은 고문에 시달리다 예멘을 탈출했다. 다른 네 명은 각각 요리사·프로그래머·컴퓨터 하드웨어 전문가·전기 전문가다. 통역은 예멘 사이클 선수 출신으로 한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아래는 정 친선대사가 한 말이다.

올해 2월 촬영한 예멘 사나의 모습.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공습으로 도시가 폐허로 변했다. (AP=뉴시스)
"난민 신청자들은 한국인이 자신들을 두고 우려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먼저 옷차림을 보고 한국사회가 걱정한다고 했는데, 전쟁이라고 헐벗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나이키 운동화 신으면 안 되고 청바지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나. 내전은 도시를 옮겨가며 발생하는 전쟁이기에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지역) 안에서 생활이 이뤄진다. 그러다보니 빈부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옷차림만 보고 '가짜 난민'이라고 말하는 것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해서다.

난민 신청자들은 핸드폰도 쓴다. (이걸 이상하게 보기도 하는데-기자 주) 이들은 식사를 거를지언정 핸드폰을 포기하지 못한다. 고국에 있는 가족과 소통하고 자국 사람들과 공동체를 형성하며 정보를 교류하는 중요한 소통 도구이기 때문이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말레이시아 거쳐 왔다는 점을 두고도 걱정하는데, 이들은 말레이시아가 이슬람권이라서 피신했다가 이 나라가 난민협약 비준국이 아니어서 강제 추방됐다. 이에 어쩔 수 없이 저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온 것이지 마치 한국에 오려고 말레이시아를 경로로 삼은 것은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어느 난민촌을 가도 브로커는 있다. 가고자 하는 나라의 정보가 없으니까 그 나라의 법과 제도를 아는 누군가가 난민 사이에서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브로커 중에는 난민을 도우려는 사람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한 난민에게 사기를 치는 가짜도 있다. 여성을 인신매매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다. 난민이 브로커를 찾는다고 욕하면 안 된다. 우리도 생활에서 법률을 모르면 변호사에게 도움을 받으려고 찾지 않나.

한국사회가 뉴스에서 다루는 제주 예멘 난민 소식에 본인들은 답답해했다. 그리고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낯선 공간에 왔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뭉치는데 (이를 경계하는 한국인들을 의식해) 밖으로 다니는 행동을 굉장히 자제하려 한다."

윌리암슨 법무관도 한국을 찾은 난민 신청자들의 처지에 말을 보탰다. 그는 "난민과 난민 신청자에게 한국에서의 삶은 큰 도전 과제다. 한국어를 배우기 어려운데 한국어를 모르면 생활과 구직 모두 굉장히 어렵다. 제가 만난 많은 난민은 고학력이고 전문직 종사자이지만 한국에서는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유엔난민기구가 상영한 영화는 니콜라 이바놉스키 감독의 ‘구원’과 폴우 연출의 ‘호다’다. 구원은 시칠리아 중앙의 작은 마을 수테라가 지중해를 건넌 난민을 따뜻하게 받아들인 후 우정을 나누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호다’는 정 친선대사가 지난해 이라크 쿠르드 지역 하산샴 실향민촌에서 만난 소녀의 이름이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난민을 막연하게 동정하는 대신 이들의 삶과 삶의 궤적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