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 올라간 망루인데" 용산참사 피해자, "재수사하고 이명박·김석기 구속하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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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 올라간 망루인데" 용산참사 피해자, "재수사하고 이명박·김석기 구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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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9-05 14:56:41 | 수정 : 2018-09-07 17: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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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앞서 기자회견 열고 경찰 진상조사위 권고 이행 촉구
용산참사 피해자들이 5일 오전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용산참사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앞줄 네 번째부터 차례로 유가족 권명숙·유영숙·김영덕·전재숙 씨와 오른쪽 두 번째부터 생존 철거민 김창수·김주환 씨. (뉴스한국)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 사건이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였던 김석기(현 자유한국당 의원)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안전 대책 없이 조기에 과잉 진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용산참사 피해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 전 청장의 구속을 촉구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철거민 5명과 경찰 특공대원 1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당시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이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며 대화를 촉구하던 중 경찰 진압에 쫓겨 남일당 건물 옥상으로 내몰렸고, 망루를 설치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경찰 특공대원이 과도하게 진압하면서 화재로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망루에서 살아서 탈출한 생존자들도 있지만 이들은 망루에 불을 질러 경찰을 죽게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특수공무방해치사 등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실형을 살거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용산참사 피해자들은 5일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의 살인 진압 지휘 책임·조직적 여론 조작·검찰수사 개입 지시를 즉각 수사하고 처벌하라"며 진상조사위 발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김 전 청장 등 경찰 지휘부가 ▷안전대책 없이 조기에 특공대를 투입하고 ▷과잉진압을 강행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고, 김 전 청장의 대응문건에서 ▶검찰수사의 조직적 대응 ▶사이버 수사대 900명을 동원한 여론 조작을 확인했다며 경찰 지휘부의 잘못을 사과하고 철거 현장의 경찰력 개입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전재숙(76·여) 씨는 "왜 이렇게 마음이 떨리는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며 "바라는 것은 살고 싶어서 올라간 망루인데 그 사람들을 과잉진압해서 (망루에 올라간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죽였어야 했는지 그게 제일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라는 건 이명박과 김석기를 끌어내리고 그 사람들을 끌어 내리고 우리와 똑같이 만드는 것인데 김석기는 금뱃지를 달고 국회를 활보하고 있다"며, "김석기를 끌어내리고 이명박과 김석기를 구속시키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전 씨는 용산참사로 남편 이상림 씨를 잃었다.

김영덕(62·여) 씨는 "참담하다"는 말로 겨우 입을 열었다. 그는 "무차별하게 사람을 죽이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죽었는데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분하고 원통하다.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서 죽이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김석기가 꼭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철거민 5명은) 왜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어야 했나. 먹고 살려고 망루로 올라갔는데 하루도 지나기 전에 이 사람들은 다 죽어 내려왔다"며, "진상조사위가 이렇게나마 진상을 밝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김석기를 꼭 국회에서 끌어내려서 구속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용산참사로 남편 양회성 씨를 잃었다.

유영숙(59·여) 씨는 "저희는 용산 지역 사람도 아닌데 같이 살자고 도우러 갔다가 남편이 죽음을 당했고 가족들이 고통을 감당하고 있다"며, "이명박과 김석기를 꼭 처벌해야 한다. 살아있는 동안 끝까지 투쟁하겠다. 남편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걸 꼭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유 씨는 용산참사로 남편 윤용헌 씨를 잃었다.

권명숙(56·여) 씨는 "용산참사는 경찰의 고의적인 살인이다. 살인할 생각으로 투입했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권 씨는 "몇 개월 있으면 용산참사 10주기인데 그나마 진상조사위 발표로 (참사의 진상에) 실눈이라도 떠 다행이지만 (조사 결과를 들으니) 심장이 떨리고 몸이 굳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겠다. 실눈을 떴으니 이제 시작이다. 이명박은 저렇게 죄를 받지만 김석기는 저렇게 둬서는 안 된다. 유가족들은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 씨는 용산참사로 남편 이성수 씨를 잃었다.

성남 단대동 철거민대책위원장으로 용산 시위에 참여했다가 불타는 망루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던 김창수(43·남) 씨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용산참사 진상이 드러난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참담하고 원통하다"며 울음을 삼켰다. 그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아니었으면 지금 살아계셨어야 할 희생자들, 구속되지 말았어야 할 동지들이 정말 안타깝다"며, "반면 경찰 책임자나 김석기는 처벌은커녕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권고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10년 전 검찰 조사가 (진상조사위 발표처럼) 이러했더라면 이정도만 됐더라면 어땠을까"라며, "경찰 책임자 처벌하지 않으면 우리의 원통함을 씻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특수공무방해치사 등의 공모공동정범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2013년 1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서울 신계동 철거민으로 연대 투쟁에 나섰다가 망루에서 생존한 김주환(54·남) 씨는 "저희들은 너무 미약한 존재라서 어디에 뭐라고 하소연할 기회도 없어서 망루를 짓고 올라간 것이었다. 다 같이 올라갔다가 웃으면서 내려오자는 심정이었는데 망루를 지은 지 24시간도 안 돼서 강제진압을 당했고 경찰과 검찰은 우리를 도시 테러범으로 매도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재개발로 쫓겨난 힘없는 시민이 10명·20명이 된 것인데 저희들을 나쁜 단체로 몰아 부모 죽인 자식으로, 동료 죽인 죄인으로 만들어 감옥살이를 시켰다"며,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다. 지금도 원통한 심정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책임자들이 우리에게 용서를 빌고 법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을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 씨 역시 특수공무방해치사 등의 공모공동정범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하던 중 2013년 1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조희주 진상규명위원회 대표는 "오늘 국가가 폭력을, 살인을 했음을 인정했다. 진상조사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지 못한 한계가 있으므로 반드시 이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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