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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상황서 여성 인권 보호하려면 국제사회 연대 구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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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19 17:05:25 | 수정 : 2018-10-19 21: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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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세계인권포럼서 '도시와 여성' 주제회의…미얀마·인도 상황 공유
분쟁이 발생할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는 이들은 여성과 아동이다. 여성의 몸을 착취하고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 깨뜨릴 수 있을까. 미얀마와 인도에서 온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전 세계가 연대해 범죄 행위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인권도시포럼 2일차 일정이 시작한 가운데 '도시와 여성' 주제회의에서 수자타 고터스카(오른쪽) 인도 여성탄압반대포럼 활동가 발표했다. 왼쪽은 데모나 쿠 미얀마 여성발전연구소 프로그램 책임자다. (뉴스한국)
"미얀마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젠더 기반 폭력"
19일 오전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 이틀째를 맞은 8회 세계인권도시포럼은 '분쟁 상황과 국가에 의한 여성 인권 침해'를 주제로 한 '도시와 여성' 회의로 열기가 뜨겁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데모나 쿠 미얀마 여성발전연구소 프로그램 책임자는 대형 화면에 띄운 미얀마 지도를 가리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내전이 진행 중이며 모든 지역이 분쟁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친·카친·꺼잉·몬·샨 등 대부분 지역에서 민족별로 자치 독립을 요구하고 나섰고, 여기에 천연자원 채굴과 마약 무역 등 경제 상황이 더하면서 내전은 도저히 풀 수 없는 실타래처럼 계속 엉클어지며 심화하는 양상이다. 주민들이 분쟁지역의 민족 저항군을 돕지 못하게 미얀마 정부군이 마을에 불을 지르거나 식수 공급을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피해가 크다. 이렇게 삶의 터전이 깨지면 사람들은 결국 고향을 버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난민으로 전락한다. 이렇게 발생한 내전은 약 150만 명에 이른다.

쿠 책임자는 "70년의 군사정권 이후 현재 미얀마가 민주화로 나아간다지만 정책 결정자 중 70%가 여전히 옛 군사정권 출신인 탓에 공포정치가 횡행한다"며, "학대·고문살인 등이 굉장히 흔하게 발생하는데다 남성과 여성 모두 다양한 폭력을 경험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남성은 정부군과 해방군이 곳곳에 설치한 대인지뢰를 제거하는 데 끌려각고 여성은 시신을 치워 매장하고 성적 착취를 당하는 실정이다.

쿠 책임자는 특히 젠더 기반 폭력이 미얀마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소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이 성폭행을 당하며, 강간이나 집단 강간을 한 가해자들은 증거 인멸을 목적으로 총칼로 살해하고 질식시켜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이렇게 사망하는 피해자는 전체 피해자의 4분의 1에 달한다. 쿠 책임자 발제의 토론자로 나선 황정아 광주아시아여성네트워크 대표는 "샨 여성행동네트워크 유엔 플래시 보고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모욕하려 벌거벗긴 채로 사진을 찍거나 나체의 여성을 그 이웃이나 가족이 강간하도록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성폭력 피해를 당해도 이를 어디에도 신고할 수도 가해자를 처벌받게 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것이 분쟁지역에서 성폭력을 저지르는 가해자는 주로 미얀마 정부군과 경찰로 알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범죄는 대부분 은폐되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발해도 보복을 당하기 일쑤다. 설령 고소한다 해도 부패한 사법 시스템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다.

쿠 책임자는 "분쟁지역의 성폭력 상황을 연구하고 있는데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성폭력은 계속 증가할뿐 결코 감소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얀마 연방의 평화 프로세스에서 지도자들은 이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고 사람들은 피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열악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쿠 책임자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이 없으면 평화가 없다'·'더 많은 여성이 더 많은 곳을 바꾼다'는 캠페인을 진행해 여성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성폭력방지법이 통과하도록 정부에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오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인권도시포럼 2일차 일정이 시작한 가운데 '도시와 여성' 주제회의가 열렸다.(뉴스한국)
"특정 지역 군인·경찰은 성폭력 저질러도 처벌하지 않는 나라, 인도"
수자타 고터스카 인도 여성탄압반대포럼 활동가는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인도를 지배하면서 '지배하는 다수'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잔인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인도가 파키스탄과 종교적 분쟁 중인데다 신분 상승의 여지를 완전히 밀봉하는 카스트 제도를 가지면서 '지배하는 다수'의 폭력성은 더욱 심각해지는 상태다.

고터스카 활동가는 "여성은 우파가 성장하기 좋은 비옥한 땅과 같다"며 인도 여성의 인간성을 짓밟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우파 정치인들은 '17세기 통치자가 잘못한 건 이슬람 여성을 강간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을 성폭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슬람 남성이 두려움 없이 힌두 여성을 성폭행한다'는, 여성의 몸을 적에게 공포감을 주는 존재로 삼는 수준의 주장을 공유하는 게 21세기 인도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런 인도의 현주소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건 국경지대를 중심으로 작전 중인 군인과 경찰이 여성을 성폭행해도 처벌받지 않는 법이다. 1990년 만든 군인특수권한법으로, 군인이 작전 중에 선의로 저지른 범죄라면 처벌하지 않는다. 이는 파키스탄과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에서 잔혹하고 뻔뻔한 범죄가 벌어지는 이유다.

카슈미르는 인도에서 군대가 가장 많이 주둔하는 곳이다. 1991년 2월 23일 눈이 내리는 밤 카슈미르 주둔 인도 육군은 쿠난-포시포라 마을에서 100명에 달하는 현지 여성을 집단 강간했다. 피해자 중에는 어린 소녀도 있었다. 대여섯 명의 군인이 여성 한 명을 붙잡아 남편이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강간했고, 강간 후에는 가슴에 총을 겨눴다. 임신한 여성도 시각장애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할머니와 손녀를 같은 방에서 강간하기도 했다. 이들은 술을 먹은 상태로 범행을 반복했다.

고터스카 활동가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검찰 조사를 요구한 성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이 군인특수권한법 때문에 50개의 사건은 불기소 처분으로 끝났다"며, "국가 그리고 국가의 무력 조직과 다수지배 이 두 가지 기제가 씨실과 날실로 엮여 단단한 직물을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다수가 소수를 참혹하게 짓밟는 행태는 비단 분쟁지역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 목적으로 또는 천연자원을 쉽게 채굴하기 위해서 소수집단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해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서 해당 공동체의 남성이 저항하지 못하게 막는다. 게다가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이 보호받기는커녕 공동체에서 추방당하는 굴욕을 겪으며 공동체는 무너져 간다.

고터스카 활동가는 끔찍하고 참담한 사건을 나열하고 분석하는 데서 발제를 끝내지 않았다. 그는 "2002년부터 성폭력에 대항하는 투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법적 투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군인특수권한법 폐지를 촉구하는 단식 투쟁이 16년 동안 이뤄지고 있으며, 군인에게 성폭행 당한 60~70대 여성 12명이 군 기지 앞에서 "인도 군인이 나를 강간했다"고 쓴 펼침막을 들고 나체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고터스카 활동가는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가 서로 연대해야 한다. 투쟁으로 국가·우익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한다. 우리의 존엄과 자존감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가 있다"며, "예전에는 강간을 당하면 피해자가 창피한 일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세계가 특히 영국이 인도 정부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강간 피해자를 폄하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전략은 여러 나라에서 배우는 것이다. 성폭력의 원인은 가부장제·여성혐오 등이지만 이런 것 하나만 따지지 않고 복합 요인을 분석해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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