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최소 100명의 여성 숨지는 현실…국가 가정폭력 대응 쇄신해야"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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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최소 100명의 여성 숨지는 현실…국가 가정폭력 대응 쇄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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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29 10:47:38 | 수정 : 2018-10-29 15: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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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여 개 전국 여성단체, 29일 가정폭력 피해자 살해사건 규탄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2일 발생한 강서구 전 부인 살해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가정폭력범죄 대응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는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뉴스한국)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절망했을까. 피해 여성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절망감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온 몸이 아프다. 부디 폭력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시기를 기도한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한 전 남편의 손에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사망한 사건을 두고 전국 690여 개 여성단체가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 전면 쇄신을 촉구했다. 이들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폭력을 처벌하지 않는, 가정폭력을 좌시하는 국가가 가해자" 라고 공분을 표출했다.

25년 이상 이어진 가정폭력 피해자 이 모(47·여) 씨가 이달 22일 전 남편 김 모(49·남)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강서구 여성살해 사건은 유가족이 가해자의 집요하고 참혹한 가정폭력 실태를 폭로하면서 실태를 드러냈다. 이 씨와 세 자녀는 결혼 기간 내내 상습폭행에 시달렸고, 이혼 후에도 집요한 괴롭힘과 위협에 지난 4년 동안 6차례 이상 이사를 다니고 10차례 넘게 휴대전화번호를 바꾸며 두려움에 살았다고 전해진다.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25년 동안 가해자가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고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경찰은 가해자의 '잘 해결됐다'는 말만 믿고 돌아가거나 '우리도 어쩔 수 없으니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때 가서 신고하라'며 피해자의 구조요청을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가해자는 피해자와 자녀를 미행·추적하고 피해자의 회사·집·친척집 등으로 수시로 찾아와 살해 위협을 했다. 폭행·상해·스토킹·살해 협박·흉기 사용·방화 시도 등 가정폭력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무능력·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동안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했나"고 지적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2일 발생한 강서구 전 부인 살해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가정폭력범죄 대응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는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 뒤에서는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가정폭력을 안이하게 바라보는 시각과 이를 반박하는 글을 차례대로 대조했다. (뉴스한국)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안녕하시냐는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여기지는 상황"이라고 막막한 심경을 표현했다. 송 사무처장은 "지난 9년(2009~2017년) 동안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최소 824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이는 최소 수치"라며, "이 나라가 전쟁 중인가. 어떻게 해마다 최소 100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나. 하루 건너 하루에 한 명의 여성이 살해되니 이제 아무렇지도 않나. 국가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무대응·무능력·무관심이 한국 사회가 가정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참여한 한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는 "가해자인 아빠의 계속된 구타에 저 자신을 지키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가해자와 저를 분리하지도 않고 한 공간에 두고 추궁했다. 가해자에게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나에게는 '여기가 아빠 소유의 집인데 같이 있기 싫다는 게 말이 되니'라고 말했다. 어떤 날은 경찰과 가해자가 농담을 하며 껄껄 웃었다"며, "저는 제 멍과 상처를 밟고 이 자리에 섰다. 저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우리에게 국가를 돌려 달라.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과 아이들을 위해서 외친다. 국가는 가정폭력을 제대로 처벌하라"고 절규했다.

김명진 여성 인권 실현을 위한 전국 가정폭력 상담소 연대 준비위원회 위원은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이들 중 99%에 달하는 이들이 풀려났다. 구속율 0.995%로 1%도 되지 않는다. 기소율은 8.5%로 경찰에 신고를 해도 사실상 거의 처벌하지 않는다"며, "처벌한다 해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해 '상담명령' 등으로 처벌 수준이 미미하다.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과태료만 내면 그만일 뿐 그나마 감호위탁은 유명무실하고, 설사 형사기소해도 검찰은 '상담소 가서 상담을 받고 오면 기소를 하지 않는다'며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상담소 처벌을 무력화한다"고 고발했다.

공권력과 사법부가 가정폭력 가해자에 지나치게 관대한 건 가정폭력처벌법 제정 목적 자체가 가해자 처벌이 아니라 가정 유지이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범죄자를 다른 범죄자와 다르게 형사 처벌하는 대신 성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하는 방식으로 운용한다. 검찰이 가정폭력 가해자를 교육을 조건으로 기소유예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하는 경우는 2017년 기준 40%에 이른다. 가정보호사건을 심리하는 법원이 가해자에게 아무런 처분을 하지 않고, 한다고 해도 상담·교육·사회봉사 명령에 그치는 경우는 2016년 기준 약 45%에 달한다. 올해 3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법의 주요 목적이 가정 유지와 복원에 있다"며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고 상담·교육을 조건부로 한 가정보호사건 기소유예 제도를 폐지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22일 발생한 강서구 전 부인 살해사건을 계기로 국가의 가정폭력범죄 대응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라는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강서구 살해사건 가해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뉴스한국)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가는 가정폭력을 처벌해야 할 범죄가 아닌 성행의 문제에 기인한 상담으로 해결 가능한 경미한 문제쯤으로 바라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사재판·가사조정 및 협의이혼을 진행할 때 (법원은) 가정폭력의 특성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으며 피해자의 안전 보장 및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는커녕 다시 폭력의 위험으로 내모는 과정을 반복한다"고 지적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과정임에도 법원이 부부상담명령과 사전자녀면접교섭권 처분 등을 내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살해된 이 씨의 친구가 나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 떨리고 믿기지 않는다. 시간만 되돌릴 수 있다면 탄원서를 넣을 걸 후회한다"며 "영화보다 더 처참하게 아파트 주차장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 가해자 악마가 두 번 다시 세상 빛을 못 보게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시민 여러분이 도와 달라"고 오열했다. 이어 "사람을 죽이고도 (감옥에서) 쉽게 나올 수 있다고 믿는 가해자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가해자가 세월이 흘러 출소한다면 유가족들에게 공포의 날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끝난 후 참가자들은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촉구 및 사법정의 실현 촉구 서명에 동참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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