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 별세, 한국 최고의 소설 ‘광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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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별세, 한국 최고의 소설 ‘광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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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23 17:28:56 | 수정 : 2018-07-23 17: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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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최인훈 작가. (뉴시스)
소설 ‘광장’의 최인훈(84) 작가가 별세했다. 23일 오전 10시 46분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도의 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지난 3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해 왔다.

최 작가는 함경북도 회령에서 4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8·15 광복 후 가족과 함께 원산으로 이주해 그 곳에서 중학교를 마쳤다. 원산고등학교에 다니던 중 6·25동란이 일어나자 1950년 12월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1개월간의 부산 피란민수용소 생활을 거쳐 목포에 정착,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5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지만 졸업 한 학기를 남겨둔 4학년 2학기에 등록을 포기하고 입대했다. 학업에 전념하기에는 당시 한국 사회 현실이 혼란스러워 중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중퇴 후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을 투고, 안수길(1911~1977)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1960년 10월 ‘새벽’지에 실린 소설 ‘광장’은 전후 한국문학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해방과 전쟁, 분단으로 이어지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주인공 이명준의 깊은 갈망과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분단 현실에 대한 의미 있는 문학적 증언이다. 남북 간의 이념, 체제에 대한 냉철하고도 치열한 성찰을 담았다.

‘광장’은 출간 이후 현재까지 204쇄를 찍으며 고등학교 교과서 최다 수록작 기록을 세웠다. 2004년 국내 문인들이 한국최고의 소설로 선정하기도 했다.

최 작가는 2008년 11월 기자들을 만나 “‘광장’의 모티브가 됐던 1960년의 4·19 혁명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우둔했던 사람들이 시대의 문제에 대해 눈을 뜨면서 총명해지고, 영감이 부족해서 허덕이던 예술가도 새로운 발상으로 예술적 결과물을 내놓던 시대였다”고 회상했다.

“나는 단지 그 시대에 그 장소에 있었던 것뿐이고 역사가 비추는 조명에 따라 내 눈이 본 것을 글로 옮긴 것 뿐”이라며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 평범한 청년이었던 내가 시대의 큰 흐름을 겪고, 그 사건에 대해 문학이라는 강력한 형식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나는 거대하게 휘몰아치는 역사를 기록하는 서기였다”고 돌아봤다.

또 그때는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는 데만 너무 급급했다고 털어놓았다. “책을 완성하고 10년,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1960년 광장 초판의 ‘작가의 말’에 썼던 그 시대에 대한 내 심정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 있다. 당시는 문학으로서의 수사적인 면을 다듬기보다는 역사를 증언한다는 마음으로 숨 가빴을 때다. 독자들은 이 책을 소설로 받아들여야지, 그 시대의 기록으로서 받아들이도록 내가 요구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인훈 전집. (문학과지성사 제공=뉴시스)
대표작 ‘광장’을 비롯해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화두’ 등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냈다.

“단 한 사람도 글 위에서 죽으려 하지 않으니 보리는 땅속에서 썩지 못한다. 누구도 소금이 되기를 원하지 않고 추잉껌과 캐러멜이 되기를 원한다. 많은 재앙을. 풍성한 재앙을. 햇빛처럼 우박처럼 원자의 재처럼 푸짐한 시간 속에서 아이들은 잉태되고 죄의 첫 공기를 숨 쉰다.”(‘하늘의 다리·두만강’)

“자기가 표현한 것을 동시에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표현하면서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이 파괴며, 파괴가 곧 표현인 그런 모순의 몸짓을 고안해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구보라는 소설가의 마음의 레이더에 들어오는 생활의 파편들을 미분하고 적분하면서 그의 이성과 정서의 장세를 각각으로 추적해보았다. 나는 이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지극히 소시민적으로 풀어 쓴 ‘나의 율리시스’라 부르겠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2004) 등을 수상했다.

지난해 2월 서울대 법대를 명예졸업했다. 간간이 인터뷰를 통해 대학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를 드러낸 바 있다. “맏이인 나를 대학에 보내려고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 하신 부모님이며 또 내가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할 때 고통스러워 한 부모님이다. 그러나 학교를 그만 두던 그 당시에는 내가 그런 부모의 심정을 헤아릴만한 인간이 못 됐다.”

1977년부터 24년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부인 원영희 여사, 아들 윤구, 딸 윤경 씨를 남겼다. 장례는 문학인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발인 25일 오전, 장지 경기도 고양시 자하연 일산 공원묘원. 02-2072-2020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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