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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측 이동 생중계 결정…자신감 표출 및 주목끌기

등록 2018-04-19 10:47:08 | 수정 2018-04-19 10:49:09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베이징에서 차를 타고 가면서 창문을 내리고 밖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은 중국 관영 CCTV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동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이 영상은 같은 달 26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만나고 난 후 숙소인 댜오위타이로 돌아가면서 시 주석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CCTV·AP=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는 순간이 전 세계에 생중계된다. '안전'을 중시해 '깜짝쇼'를 벌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달리 동선을 예고한 배경에는 '미국이 전쟁을 걸어오지 못할 정도의 핵 단추를 사무실 책상에 놓았다'는 자신감과 비핵화 해법 모색 의지가 복합적으로 깔려있다는 관측이다.

18일 남북 정상회담 의전·경호·보도 관련 2차 실무회담에 참여했던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날 오후 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 간 처음 악수하는 순간부터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알리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북한이) 흔쾌히 수렴했다"고 부연했다.

지난 5일에 있었던 1차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이 생중계를 제안했고, 이후 북한 측이 내부 검토를 거친 끝에 후속 실무회담에서 '생중계'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확답을 줘 합의에 이르렀다는 게 권 관장의 설명이다.

생중계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생중계 사실을 회담 개최에 앞서 확정하고 공개한 것은 앞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비춰볼 때 파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00년 남북 첫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한 수행단 모두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기 직전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나올 거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의 경호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임동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피스메이커'에서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의 동선과 일정이 사전에 공개된 데 대해 불쾌감을 나타내며 일정을 하루 앞당기거나 늦추자고까지 제안했다고 밝혔다. 우리 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북한은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시점에 '기술적 준비관계'를 이유로 회담을 하루 연기하자고 요청했고, 이를 수용했다.

임 전 원장은 회고록에 "우리는 이것을 '김정일 위원장이 공항을 영접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중략) 김 위원장과 관련된 일정은 북한 내부에서도 끝까지 보안이 유지되는 것이 상례였고, 북측의 갑작스러운 일정변경은 이례적인 것도 아니었다"고 썼다.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김정일 위원장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영접 나온 사실을 몰랐다는 게 당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기억이다.

이와 비교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날짜뿐만 아니라 회담일 오전 이동 시간과 동선까지 사전에 합의하고, 이를 생중계로 내보내는 데까지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고한 시각 예고한 장소에 모습을 드러내고 동선을 사전에 정하면 보안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외부 방해세력'과 '불순세력'을 우려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모습과 상반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지난 1월 육성 신년사에서는 "미국은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 (미국은)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이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대내외에 공언했다.

그는 동시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공세적으로 꾀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특사로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평양에서 만나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했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데 이어 중국을 깜짝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자신감이 더해지면서 '생중계 예고'라는 모험 감행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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