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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장준환 감독 "모두가 주인공, 이 말 하고 싶었다"

등록 2017-12-21 17:40:46 | 수정 2017-12-21 19:28:19

장준환 감독. (뉴시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아, 내가 주인공이었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장준환(47) 감독은 새 영화 '1987'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우리 영화 홍보용 카피에 '모두가 주인공이었던'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그게 바로 이 작품으로 하고자 했던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던 '6월 항쟁'을 다룬다. 영화에는 그해 1월 발생한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을 시작으로 6월에 혁명이 일어나기까지 과정이 담겼다. 대학생 박종철이 죽은 이유를 밝히기 위해 꼭 부검해야한다고 버틴 검사를 시작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인,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우리 민주주의가 한 발 전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니까 작은 물결이 모여 거대한 파도가 되고, 힘겨운 발구름이 합쳐져 땅을 뒤흔드는 지진을 만들며, 외마디 외침이 뭉쳐져 거대한 함성이 되는 과정이 '1987'에 담겼다.

"이 영화로 제가 꿈꿨던 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거죠."

장 감독은 이른바 '충격의 데뷔작'으로 불리는 '지구를 지켜라'(2003)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작품이 나온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데뷔작으로 평가받는 걸작이다. 이후 10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작품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로 다시 한번 호평받으며 단 두 편의 영화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987'은 전작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작품이다. 지난 작품들이 인간 실존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파생한 영화들이라면, '1987'은 장 감독의 말처럼 사회적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다. 이름을 가리고 본다면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로 볼 수 없을 정도의 차이다.

"저도 제가 역사물 혹은 시대물을 하게 될지 몰랐어요. 아이를 갖게 되니까 제 자신 뿐만 아니라 이 세계에 대한 고민,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많아지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사람들과 잘 어울려 가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 거죠. 영화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장 감독은 "물론 촛불집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1987년에 벌어졌던 일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순수하고 뜨거웠는지 돌아보고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1987'은 비밀리에 진행되던 프로젝트였다. 김경찬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출연할 배우들을 하나 둘 씩 만나러 다닐 때만 해도 지난 정권이 힘을 잃지 않았던 시기였다. 영화계에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게 있었고, 자칫하다가는 프로젝트 자체가 좌초될 수 있었다. 위기 속에서도 배우 강동원·김윤석·하정우 등이 동참하면서 그나마 이 영화의 뜻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 직전 촛불집회가 일어났고, 촬영 도중 정권이 바뀌었다.

장 감독은 "1987년에 대해 어떤 영화도 말하지 못하고 있는 게 화가 났다. 그래서 무조건 이 영화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일종의 반골 기질, 삐딱한 태도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본다면 '1987'은 '지구를 지켜라' '화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볼 수도 있다. 앞선 두 작품은 모두 기존에 어떤 영화도 보여주지 않은 시도와 문법을 보여준 영화였다는 점, '1987'은 누구도 다루지 않은 역사를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광장의 촛불과 '1987'에 관한 비교를 많이 해주세요. 이 작품을 만들면서 30년 전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하지만 씁쓸한 마음도 컸습니다. 왜 또 국민들이 이렇게 나와서 저렇게 울부짖어야 하는지…. 그런 복잡한 마음들이 이 영화에 담겼어요.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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