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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국민투표로 낙태 허용 결정

등록 2018-05-28 09:18:32 | 수정 2018-05-28 11:28:47

1861년 제정한 낙태 금지법 역사 속으로
아일랜드 총리, "조용한 혁명의 정점"

낙태 금지 조항을 반대하는 아일랜드 시민들이 26일(현지시각) 수도에 있는 더블린성 앞에서 '낙태 금지 헌법 조항 폐지'쪽에 우세한 국민투표 결과를 확인하자 환호했다. (AP=뉴시스)
국민 중 78%가 가톨릭을 신봉하는 아일랜드에서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해진다. '낙태 금지' 헌법 조항을 폐지하는 문제를 두고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반대'를 압도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조만간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을 제한 없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안을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교리를 충실하게 지키는 국가적 분위기로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꼽힌다. 가톨릭에는 낙태를 금지하는 교리가 있다.

26일(현지시각) 아일랜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낙태를 허용하도록 헌법을 개정할지 결정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66.4%에 이르는 찬성표가 나왔다. 반대표는 33.6%다. 40개 선거구 336만 명의 유권자 중 64.1%가 투표에 참가했다. 국민투표 대상 조항은 낙태 금지를 명시한 수정헌법 8조다. 이 조항은, 태아 역시 임신부와 동등한 생존권을 가진 만큼 낙태를 할 수 없으며 낙태를 할 경우 최대 14년형을 선고한다고 규정한다.

1861년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아일랜드는 1983년 국민투표에서 임신부와 태아에 동등한 권리를 부여한 수정헌법 8조를 통과시켰다. 낙태 전면 금지 조항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낙태를 하지 못해 임신부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2012년 인도 여성 사비타 할라파나바르가 임신 중 패혈증으로 유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병원이 낙태 시술을 거부해 할라파나바르와 태아 모두 숨진 것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산모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이 있을 때만 낙태에 예외를 두었지만 동시에 불법 낙태를 할 경우 최고 14년형에 처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이 때문에 매년 5000명에 가까운 임신부는 영국 등으로 건너가 '원정 낙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낙태 찬성 입장을 밝혀 온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조용한 혁명의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국민투표 결과를 근거로, 임신 12주 이내 중절 수술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입법안을 조만간 하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임신 12주~24주 기간의 낙태는 태아 기형이나 임신부 건강의 위험이 있을 경우에만 허용한다.

한편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 조항 폐지 결정이 한국에 어떤 결정을 미칠지 관심을 받는다. 헌법재판소는 낙태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2012년 8월 한 차례 낙태 금지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한 지 6년 만이다. 이달 24일 공개 변론을 마친 상태이며, 이르면 올해 9월 이전에 결정할 전망이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