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찾은 교황, 성범죄 사죄했지만 은폐 의혹에는 입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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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찾은 교황, 성범죄 사죄했지만 은폐 의혹에는 입 닫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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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8-27 09:17:02 | 수정 : 2018-08-27 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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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노 대주교, "교황은 매키릭 성학대 의혹 알고 있었다" 주장…가톨릭 파열음
프란치스코 교황이 26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 열린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AP=뉴시스)
가톨릭 교회 내 성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해 아일랜드를 방문한 교황이 교회 내 성범죄에 대해 사죄하며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아일랜드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공감과 정의, 진실을 보여주지 못한 시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돌보지 않고 침묵을 지켜온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같은 날 아침 방문한 녹 성지에서도 “우리 중 그 누구도 학대로 고통당하고, 순수함을 유린당하고, 그들의 어머니로부터 떨어뜨려지고, 고통스러운 기억의 상처를 안게 된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감화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공개적인 상처는 우리에게 더욱 확실하고 결단력 있게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도록 요구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런 죄들과 추문, 배신에 대해 주님의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교황은 더블린의 교황청 대사관에서 성직자들에게 성 학대를 당한 피해자 8명을 만나 위로했다. 이날 만남에 참석한 피해자들 중에는 13세 때 성직자에게 폭행당한 여성과 교회가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에서 태어나 불법적으로 입양됐던 남성 등이 포함됐다.

교황이 용서를 구한 26일 녹에서 멀지 않은 한 마을 투암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가톨릭 교회가 운영했던 미혼모 보호시설 ‘어머니와 아기’에서 희생된 영아들을 추모하는 침묵의 행진을 진행했다. 지난 2014년 이 시설이 있던 자리에서 수백 구의 영아 유해가 발견돼 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트렸다. 이 시설 피해자 단체인 ‘어머니와 아기 가정 생존자 연합’(CMABS)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 약 6000명의 아기가 숨지고 3000명이 외부로 보내져 백신 실험을 받았다.

더블린에서는 5000여 명의 인파가 모여 ‘진실을 위해 일어서라’는 제목의 시위가 진행했다. 가짜 피를 들고 수녀복을 입은 채 시위에 참여한 한 여성은 AFP에 “나는 교황이 무릎을 꿇고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26일(현지시간) 가톨릭 사제들의 성폭력과 은폐 시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아일랜드에서는 2000년대 들어 성직자들의 아동 성폭력 문제가 드러나면서 가톨릭 교회의 위상이 추락하고 교황청과 갈등을 빚어왔다. 여러 차례의 조사를 통해 교회 지도자들이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들을 보호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메리 매컬리스 전 아일랜드 총리는 2003년 교회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당시 교회 문서에 정부 조사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티칸 고위 당국자가 막았다고 최근 폭로했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관습을 버리고 2015년 동성 간의 결혼을 승인하고, 올해 초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를 합법화하는 등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다. 아일랜드 내 가톨릭의 줄어든 영향력은 교황을 보러온 인파의 규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아일랜드 경찰은 세계가정대회 미사에 모인 인원을 13만 명으로 추산했다.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했을 당시 같은 자리에서 열린 미사에 100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던 데 비해 많이 줄었든 규모다.

레오 바라드카르 아일랜드 총리는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의 성추문이 우리 국가와 사회, 교회에 오점을 남겼다”며 “교황이여, 아일랜드와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바로잡히도록 당신의 영향력과 권위를 이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이먼 코브니 아일랜드 부총리는 학대 문제에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교황의 약속을 환영하면서도 “사람들은 이번 방문 뒤에 어떤 조치가 뒤따르는지 확실히 지켜볼 것”이라고 RTE방송에 말했다.

한편 로이터·AFP 등 외신들은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를 지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가 지난달 사직한 미국의 시어도어 매캐릭 전 추기경의 아동 성학대 문제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26일 보도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가톨릭 보수매체들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2013년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학대 의혹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매캐릭에게 부과한 징벌을 해제했다고 지적했다.

비가노 대주교는 “교황은 적어도 2013년 6월 23일부터 매캐릭이 연쇄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교황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야 하고,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매캐릭의 학대를 은폐한 추기경과 주교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첫 번째 사람이 돼야 하며 그들 모두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일랜드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기를 거부했다. 그는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에 대해)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자들은 자신들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은희 기자  [news@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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