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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희생하며 살았는데, 돌아오는 건 학대 뿐...

등록 2005-09-30 17:10:54 | 수정 1900-01-01 00:00:00

노인 학대 주범은 97%가 가족

치매에 하반신 마비로 거동조차 어려운 노모를 집안에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대 아들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노모를 홀로 방치했다. 그리고 사망을 확인한 후 수습하지 않아 결국 구속되었다.
요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노인 학대. 이는 우리나라의 미덕으로 손꼽았던 경로효친이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자식에게 매 맞는 부모
2005년 1월부터 6월까지 전국 노인학대예방신고센터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는 총 1,131건. 이는 하루 평균 16건의 노인 학대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학대 피해 사례 중에는 사망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 피해 노인은 주로 70대 노인들. 성별 비율로는 여성이 65%(730명), 남성이 35%(401명)로 나타났다. 특히 피해노인 중 학대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노인은 총 12명에 달한다. 한 달에 평균 2명의 노인이 신체적 학대나 방임으로 사망한다.

노인에게 학대를 가하는 행위자는 97%가 친족이라는 통계 수치가 있다. 이 가운데 아들이 절반 이상인 58%, 며느리 20%, 딸 12.5%, 배우자 5.7% 순이다. 특히 손자녀에 의한 학대도 1.6%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학대 장소 역시 대부분 가정 내(95.3)에서 일어난다. 피해노인 중 35%는 매일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노인 학대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알려주고 있다.

노인 학대 행위자의 생활 수준은 중산층과 고소득층이 64%, 저소득층이 36%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노인학대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도덕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16개 시·도의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신고된 피해유형 중 학대로 인해 사망한 노인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노인 학대로 인한 사망 사례 1
2005년 3월, 77세 남성 노인이 아들과 며느리의 신체적·언어·정서적·재정적 학대로 사망했다.
사망 경위는 노인을 아들과 며느리가 넥타이를 이용해 목을 조르는 등 신체적 학대를 가하고 욕설과 폭언의 언어적 학대, 집 밖으로 내쫓고, 식사를 거르게 하는 등 정서적 학대가 있었다. 피해노인이 집을 물려주고 3천5백만 원을 빌려줬지만 갚지 않는 등 재정적 학대도 있었다. 학대행위자인 아들 내외는 현재 관할 경찰서에 조사 중이다.

노인 학대로 인한 사망 사례 2
2005년 3월, 68세 여성노인이 며느리의 신체적 학대(구타 등)로 인하여 사망했다.
사망경위는 며느리에게 구타당한 뒤 며칠 동안 집에 방치되어 의료적 처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대행위자인 며느리는 경찰에 입건 된 상태다.

노인 학대로 인한 사망 사례 3
2005년 3월, 83세 남성노인(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 아들의 방임으로 인해 사망했다.
사망한 노인은 월세를 내지 못해 한겨울 방문도 없는 냉방에서 생활했다. 위생상태 불량, 감기, 천식발작으로 이웃에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아버지를 방임한 아들은 국민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었다. 경찰은 아내 없이 자녀를 돌보는 등 매우 궁핍한 상황이어서 피해노인을 방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도덕성과 미풍양속을 되찾자
현재 보건복지부는 노인 학대의 심각성을 인식, 2004년부터 노인학대예방센터를 전국 16개 시·도에 설치하였다. 그리고 노인 학대를 예방을 위해 긴급전화 “1389”를 설치하여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학대 행위자에 대한 조치사항을 보면 “만나지 못함” 49.1%, “상담” 37.4%, “타 기관 의뢰” 6.1% 순으로 나타났다. 결국 노인학대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도와 준 것은 상담 37.4%가 고작이다. 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에 대한 사후 관리 및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핵가족화, 평균수명의 연장과 인구 고령화로 노인 학대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며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노인자녀가 노인부모를 학대하는 사건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서 “우리 민족이 간직해온 경로효친 사상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우리 민족의 도덕성과 미풍약속을 되찾기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월은 노인복지법에 규정된 경로효친의 달이고, 매년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자녀들을 위해 희생의 정신으로 평생을 살아온 부모님에 대한 공경이 아쉬운 때이다.



박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