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캐츠비> 만화가 강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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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캐츠비> 만화가 강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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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1-31 14:53:44 | 수정 : 2011-06-09 1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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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동안 만화와 치열하게 싸운 지독한 열정인
지난 2005년 네티즌은 말 그대로 ‘느닷없이’ 나타난 강도하의 만화를 보며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미디어 다음에 주 2회씩 올라오는 인터넷 만화에 몰두한 네티즌은 설렘으로 안절부절 못했다. 결국 만화가의 연재를 재촉하기에 이른다.

강도하(37 본명 강성수). 그가 <위대한 캐츠비>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주인공 캐츠비나 페르수, 하운드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먼저 개와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일반성을 확보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청춘이 가진 잔인함을 낱낱이 까발렸다. 작품의 주인공은 ‘청춘’이다. 찬란하면서 아프도록 시린 그 ‘시절’인 셈이다.

<위대한 캐츠비>는 네티즌은 물론 작가 자신과 만화계에 ‘위대한’ 족적을 남겼다. 온라인 만화계는 대박이 터졌고 강도하라는 만화가가 명성을 얻었다. 게다가 작년에만 굵직한 상 3개를 거머쥐었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에서 올해의 예술상, 오늘의 우리 만화상까지.

<위대한 캐츠비>를 쓰느라 1년 동안 스스로 쥐어짜고 부수며 작품을 마친 강도하를 만난 곳은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에 있는 자택에서다.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이자 동료인 만화가 원수연(45) 씨가 웃으며 반겨준다. 그녀 역시 <풀하우스>로 이미 스타덤에 오른 만화가다.
만화가 강성수 내면에서 강도하를 만나다
<위대한 캐츠비>를 만든 강도하는 작품을 위해 18년 동안 써오던 본명 대신 필명을 사용했다. 만화가 강성수의 또 다른 외피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그가 구축해온 실험 만화의 틀을 벗어나 대중과 좀 더 가까이 교감하기 위해 구상한 인물이기도 하다.

1987년 고등학교 2학년인 그는 4회 신인만화가상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명랑만화가상을 수상했다. 본격적으로 만화계에 입문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다. 그러나 만화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때는 중학교 2학년인 1983년이다. 그래서 그의 휴대전화번호는 1983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그가 선보인 단편 실험 만화를 보고 독자가 내뱉은 첫마디는 ‘무서워요’, ‘이상해요’, ‘도대체 무슨 말이죠?’였다. 그리고 그에 대해 “건드릴 수 있는 모든 실험적인 것을 다 해보았다. 그의 만화는 인디 만화의 궤적과 일치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강도하는 “사실 만화계에서 실험 만화가 강성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요. 어떤 만화 평론가는 저를 가리켜 인디 만화의 1세대 혹은 인디 만화의 핵폭탄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정확히 말해 제 만화를 인디 만화로 표현한 것은 그들이 붙인 작위에 불과해요. 제가 한 건 실험 만화였죠”라고 덧붙인다.

당시 그는 영화, 연극, 무용이 갖추지 못한 만화만의 미학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만화다움’을 찾기 위한 갈증
과 믿음으로 짧은 단편 속에 몰입했다. <위대한 캐츠비>를 그리기 전 지난 10년은 이 혹독한 실험 만화에 빠져있었다.

“만화가가 직업인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이름과 고정 캐릭터를 알리려고 시리즈에 도전하게 돼요. 이것이 만화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순서죠. 하지만 저는 죽어라고 그 흔한 공식을 비껴갔어요. 대표적인 고정 캐릭터도 만들지 않았고 연재물도 그리지 않았어요.”

그는 만화 그리는 일을 직업이 아니라 만화 그 자체,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로 각인시켰다. 19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가 내놓은 장편이라곤 <위대한 캐츠비>가 유일한 것도 그래서다.만화가로서 직무유기 할 수 없다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심사위원은 대상에 <위대한 캐츠비>를 선정하며 “작가의 연륜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볍지만 깊은 작품으로 낙점되었다”고 밝혔다. 심사평에 대해 그는 “작품에 휘둘리지 않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네요”라고 답한다.

상이야 주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반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는 만화계의 대종상, 청룡영화상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상을 받으면서도 담담하기만 하다. 그는 “상에 대한 설렘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지금 제게 상을 몇 개 받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할 이야기가 얼마나 남았느냐는 것입니다”라 고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는 만화가는 펜을 잡고 자기 복제를 일삼는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동일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다 제풀에 지쳐 스스로 패잔병이 된다. 그는 “할 말이 없는 만화가가 되었을 땐 구민회관에서 주는 상만 받아도 부끄러워질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상을 ‘이번에 만화가로서 할 말을 했다’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인다.

“만화를 그리는 것은 만화가로서 직무유기를 하지 않으려는 거죠. 최소한 밥값은 하려고요. 가끔 문하생이 ‘이야기는 어떻게 짜나요?’라고 물어요. 하지만 재미있는 소재를 흥미롭게 그리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만화가라면 어떤 이야기든 재미있게 풀어내야죠.”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만화가의 밥값이다.

그는 담뱃갑 위에 얹어진 라이터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한다. 아버지 배 위에 누워 있는 아기의 모습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식탁 위에 놓인 수저 사이에서 흥미를 유발시키는 이야기를 끌어낸다.위대한 캐츠비,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의 혹독함
신념을 가지고 분명한 시선으로 그 ‘무엇’을 찾아 재미있게 그려내는 것. 지난 1년 동안 그가 밥값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한 캐츠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남겼다.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열정 덕에 머리가 숭숭 빠지고 나이에 비해 많이 늙어버렸다. 길거리에서 마흔 넘는 아저씨 취급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그의 표현처럼 <위대한 캐츠비>는 ‘말랑말랑’하며 단순한 그림체로 시작된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등장인물의 미묘한 감정까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여기에는 인물의 표정뿐 아니라 배경도 감정을 실어야 했다. 그럴수록 위대한 캐츠비는 고된 작업이 되어갔다.

“무방비한 청춘이 서로 사랑과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 고통과 분노를 모두 표현해야 해요. 4부를 시작하면서 죽을 것만 같았어요. 배경 한 컷을 그리는데 짧으면 6시간, 길면 이틀이 걸리니 어찌나 힘이 들던지 지옥을 거치는 느낌이었죠.”

너무 힘이 들어 처음 시작할 때 주 당 2회 업데이트 되던 것이 횟수를 줄여 주 1회가 되었다. 회당 고료를 받는 인터넷 만화를 그리면서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했다. 고료를 반으로 줄이면서 길이는 오히려 두 배가량 늘려 작업에 몰두한 것이다.

그의 표현처럼 일은 많이 하고 돈은 적게 버는 비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주 1회로 업데이트 일정을 변경한 후 그의 작업은 더욱 치열해졌다. 6일 동안 하루에 단 3시간만 자고 일어나 꼬박 일해야 한 회 분량의 만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단 한번 등장하는 배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야 했다. 그에게 전봇대의 전선 한 가닥, 볼트와 너트 하나도 그저 여백이나 메우기 위한 스케치가 아니었다. 심지어 눈에 덮여 보이지 않는 마른 넝쿨의 가지와 이파리마저 하나하나 없어서는 안 될 감정의 표현이었다. 그는 왜 스쳐 지나기 쉬운 것까지 이토록 피 말리는 움을 하며 그리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지난 19년 동안 만화와 싸우면서 터득한, 수많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잊혀졌지만 손이 모두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가 생각하는 ‘적당한 선’이란 매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끄집어내야만 하는 독한 열정이 아닐까.

그는 오는 2월까지 편히 쉬고 싶다고 말한다. 매번 마감 때마다 ‘내가 있는 곳이 고층 빌딩이라면 당장 뛰어내릴 텐데’하는 극도의 중압감에서 해방되고 싶단다. 하지만 벌써부터 그의 만화를 기다리는 팬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해 그는 오늘도 새로운 구상을 떠올리고 있다.


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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