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가 폭로하는 보험모집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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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가 폭로하는 보험모집의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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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08-30 14:21:26 | 수정 : 2007-08-30 14: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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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할당량 강요, ‘보험 사기꾼’ 취급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통로는 대부분 보험설계사를 통해서다. 이 때문에 보험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게 되면 가장 먼저 설계사를 찾아 책임을 묻는다. 보험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때 설계사를 가해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설계사가 보험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잘못 판매하거나 소비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억지로 계약을 유지해 피해를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설계사들이 무리하게 계약을 성립시킬 수밖에 없는 보험회사의 관리구조에 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소비자는 물론 설계사도 빚을 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뉴스한국
무리한 할당량 채우다 빚더미에 깔려

설계사에게는 매주, 매달 지켜야 하는 ‘마감’이 있다. 본점에서 지점으로, 지점에서 영업소로 그리고 영업소내에서 짜여진 팀 별로 할당된 계약을 다 채워야 하는 기간이다. 보통 매주 마감은 화요일과 금요일 두 번이다.
설계사는 그 기간 동안 맺은 계약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문제는 각 설계사에게 주어지는 할당량이 개인의 책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업소 혹은 지점의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설계사는 영업소나 지점에서 비난과 모욕을 받는다.

이 같은 영업소 내 분위기와 ‘윗사람’의 압박으로 인해 어떻게 든 할당량을 채우려 한다. 결국 설계사는 어떻게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자신이 먼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물론 지인과 친인척들을 보험계약에 동원하는 것이다. 영업소 역시 지인과 친인척들에게 먼저 보험판매를 하도록 교육시킨다.

한 설계사는 “설계사 각자가 수당을 적게 받더라도 정직하게 판매를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반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새로운 계약이 성사되면 보험료의 10~20%, 많을 경우 30%의 수당이 설계사 몫으로 돌아간다.

또한 하나의 계약이 평균 1년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그 기간동안의 수당을 미리 정해 지급한다. 그렇다보니 상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건 계약 당 몇 백만 원씩 받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눈앞에 보이는 거액의 수당이 설계사를 늘 유혹하고 있다.

그런데 수당을 받기 위해서는 신계약만 맺어서는 안 된다. 수당과 실적 때문에 신계약만큼 중요한 것이 계약 유지다. 기존의 계약건이 완전하게 유지돼야 신계약에 따른 수당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만일 회차 유지가 안 될 경우 설계사가 받는 수당은 절반 이상 줄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역시 각 영업소의 실적과 이어지기 때문에 계약 유지를 위해 개인 돈을 들이기도 하고 소비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빼돌리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10여 년 동안 설계사 일을 해오다 ‘횡령’으로 결국 보험설계사 일을 그만두게 된 신매현(43세) 씨는 개인 돈으로 보험료를 대납하다가 1억 3천만 원에 가까운 빚을 지게 됐다. 그가 대납한 보험계약 건수는 80여 건에 달한다.

신 씨는 “당시 일하던 영업소에서는 마감 때까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집에도 안 보내줬다. 갈수록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어떻게 해서든 계약을 맺어야 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맺은 계약들은 사실상 유지가 불가능한 것이 많았음에도 그 다음 마감까지 맞춰야 하는 실적과 자신이 받을 수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어떻게든 유지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반드시 필요한 자필서명도 없이 계약을 맺기도 했다.

개인 자금를 동원해서 대납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카드대출을 받거나 자신이 대납한 소비자의 보험금을 담보로 약관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두 건이 아니다 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1억3천만 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빚을 내 대납을 하면서도 설계사 일을 쉽게 그만두지 못했던 그가 결국 퇴사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60만 원 ‘횡령사건’ 때문이다. 계약을 유지할 때 회사측에서 중요하게 보는 회차가 있다. 2회, 4회, 많게는 13, 19회인데 이 회차에서 기존 계약건의 보험료가 징수됐는지 회사가 확인하고 수당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 회차에 해당하지 않는 보험소비자의 보험료로 다른 보험소비자의 회차 유지율을 맞추는 것이다.
윤원교 씨가 계약을 무효화하기 위해 금감원에 제기한 민원내용과 회신자료들 ⓒ뉴스한국
신 씨는 “한 소비자가 계약유지를 못하겠다고 해서 소장에게 그대로 전했다. 소장은 어떻게든 유지하라고 했으나 나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그길로 퇴근했다. 그러나 내가 퇴근한 뒤 소장은 자기 돈으로 보험료를 대납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소비자의 보험료로 소장에게 돈을 갚았다. 이후 비슷한 일이 몇 차례 있었고 결국 소비자가 민원을 넣어 ‘횡령’으로 걸리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 회사는 나에게 다시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소비자의 돈은 내가 갚아주는 선에서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민원이 계속 들어오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일을 그만두고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것이다”라고 털어놨다.

신 씨는 보험상품판매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을 받았다. 횡령 등의 죄목으로 그가 받은 처벌은 140일 교도소 수감 후 사회봉사 160시간, 집행유예 3년으로 얼마전에 형기를 다 마쳤다.


계약 중도해지나 무효요청시 설계사 수당 환수

보험회사에서 설계사에게 요구하는 실적위주의 ‘무리한 할당량 채우기’는 보험소비자가 보험상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계약을 맺게 하고 해약도 어렵게 한다. 보험회사 약관에 따르면 보험소비자가 계약 후 3개월 이내에 해약을 요청할 경우 품질보증제도로 보험료를 전액 환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보험상품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상품에 대한 약관이 있으나 얇은 책자형 혹은 책 한 권 분량의 약관, CD형식의 약관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 같은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문용어가 많아 이해하기도 힘들다.

설계사조차 상품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설계사가 상품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도록 회사측이 유도한다는 것이다. 5개월 가량 설계사 일을 했던 윤원교(37세) 씨는 “질문을 많이 하고 상품에 대해 알려고 하는 설계사는 퇴출 대상이다. 시키는 대로 일단 팔고 봐야 한다”며 비난했다. 법학을 전공한 그가 보험상품을 자세히 알려고 하자 회사에서 싫어하는 기색을 보였다고 했다.

설령 소비자가 해약을 원해도 영업소의 실적과 설계사의 수당이 얽혀 있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소비자가 해약을 하면 보험회사 측에서 설계사에게 지불했던 수당을 환수해 가기 때문이다. 애초에 수당을 지불할 때 적어도 1년이 유지될 것을 예측해 지급했다가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되돌려 받겠다는 발상이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항변한다.

10여 년 동안 설계사로 일하면서 1억3천여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신매현 씨. ⓒ뉴스한국
10년 넘게 설계사 일을 해온 전영자(68세) 씨는 “계약을 하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수당이 정해지는 것은 맞지만 문제는 그렇게 정해진 수당을 한 번에 주지 않고 24~36개월로 나눠서 준다는 것이다. 이것도 다른 계약이 유지가 되어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계약이 실효되거나 해약될 경우 신계약에 따른 수당이 감소되는데 환수될 때는 수당도 다 받지 못한 상태에서 실효나 해약에 따라 감소된 금액은 감안되지 않고 돌려줘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간혹 설계사가 받은 수당보다 더 많은 금액이 환수 요청되기도 한다.

그리고 설계사가 일을 그만두면서 발생하는 ‘고아계약’은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되는데 이 경우 이관받은 설계사에게 주어지는 수당은 계약을 성립한 설계사가 받던 수당의 25%다.

전 씨는 “계약을 계속 이관하다 보면 보험회사가 설계사에게 주는 수당이 줄어들다가 결국 없어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고아계약을 계속 이관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결국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에는 설계사의 수당이나 소비자를 모집하는데 필요한 사업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두가 보험회사로 들어가는 것이다.

소비자 역시 중도에 해약을 하면 원금은 보장받지 못한 채 회사가 정한 해약환급율에 따라 받을 수밖에 없다. 윤원교 씨의 경우 주로 변액보험상품을 팔았는데기대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서 친척이 맺었던 계약을 해지시키려 했다. 그러나 당시 윤 씨는 이미 설계사를 그만두고 나온 상태였다. 그는 “친척이 맺은 계약을 무효로 해달라고 하니까 설계사의 친척이라 고의성이 있기 때문에 무효처리가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회사 측은 이 계약을 무효처리도 안 해주고 나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 한다”고 밝혔다. 구상권은 어떤 사람이 입은 피해를 제3자가 변상을 해준 후 실제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보험회사 측은 소비자가 무효요청을 해서 회사에 손실이 발생했으니 실제 판매한 설계사가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윤 씨는 “무효요청을 받아들여주지도 않으면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처음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는 친척부터 시작하라고 말해주면서 정작 문제가 생기면 설계사와 친척인 것을 트집 잡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무효요청을 하면서 잘못 판매했다고 인정했고 금감원에도 민원을 넣으면서 설계사인 내가 잘못 판매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계약무효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회사 측은 규정상 안 된다고 하는데 그 규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주지도 않는다”고 비난했다.

윤 씨는 “더 황당했던 것은 나하고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그 경우는 설계사가 상품을 잘못 판매한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무효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인정을 했음에도 안 해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매현 씨가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자필서명도 없이 유지해온 보험계약들 ⓒ뉴스한국
설계사가 보험금 요청하면 의심대상

보험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판매하면 소비자의 고지의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 정신병력이나 간질환 등이 있는 경우 상품에 따라 가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건강보험에서 자신의 병력을 알리지 않을 경우 ‘사문서 위조’ 혹은 ‘사기’ 등의 누명을 쓸 수 있다. 혹은 보험소비자가 자신의 병력을 알렸는 데도 설계사가 괜찮다며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설계사의 잘못이다.

고지의무가 제대로 시행된 경우라도 설계사 본인, 지인, 친인척 등인 경우에는 일단 의심을 받는다. 윤원교 씨는 설계사로 활동하던 중 요실금 치료로 수술을 받기 우해 보험금을 신청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으로 수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우연히 보험회사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신청했다가 보험회사 감사실에서 ‘설계사니까 수술을 앞두고 일부러 보험 가입한 것이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전영자 씨는 “내가 설계사로 있을 당시 조카가 제대 후에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는데 회사 측에서 설계사의 친척이라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20일 정도 미룬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과 친척이 들었던 30여 건의 보험계약을 모두 해지했다.

고지의무 이행에 관해서는 보험회사가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보험가입을 하게 되면 대부분 통과가 되며 확인을 하더라도 가입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무작위로 몇 명을 선정해서 전화확인을 한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제도적으로 검증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하자검증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설령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은 없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보험회사의 변액보험상품에 대한 자료. 보험가입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뉴스한국
설계사의 법적지위 모호

문제 발생 시 대부분의 책임이 설계사한테 넘어오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개인사업자로 영업소와 위촉계약서를 맺는다. 그리고 설계사들이 있는 대리점 혹은 영업소마다 다른 내용으로 보험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대형 보험회사의 대리점에서 3년 넘게 근무하던 A씨는 “같은 회사의 똑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대리점끼리도 각 지점마다 계약조건이 다르게 되었다”고 증언했다.

법적지위가 현실적으로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사는 보험소비자를 모집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설계사의 수당 내역 중에는 새로운 설계사를 모집한 대가로 받는 금액도 있다. 신매현 씨는 “수당은 안 받으면 그만이지만 증원을 못하면 영업소장 등에게 시달리고 망신을 당한다”고 호소했다. 전영자 씨는 “증원에 따른 수당도 데려온 설계사가 받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팀장 혹은 지점장, 소장 등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힌다.

결국 설계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보험료를 징수하는 계약 유지·관리 등에 있어 아무런 권한이 없지만 보험회사와의 계약구조상, 보험소비자 모집부터 설계사 증원까지 모든 책임을 떠맡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보험분쟁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분명 설계사들이 수당만을 위한 영업을 하는 것도 있다. 때로는 설계사들이 어떻게든 수당을 받기 위해 소비자에게 강매를 하거나 상품의 장점만 부각시켜 잘못 판매하거나 고지의무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는 등 설계사들로 인해 보험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설계사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내모는 보험회사와의 관계가 더 큰 문제이다.

김미숙 대표는 “설계사 제도를 활용하려면 모집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유지, 관리는 회사의 정직원이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가 연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최종적으로 설계사 제도가 없어지고 소비자가 직접 보험회사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보험설계사의 피해도 없어지고 보험료의 거품도 사라질 뿐 아니라 보험소비자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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