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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 “대체 복무도 용납할 수 없어”

등록 2008-09-11 14:55:54 | 수정 2008-09-12 10:47:48

군대 폐지 주장해 관심 집중…귀농 꿈꾸는 평화주의자

‘태환아, 너도 군대가’라는 글을 통해 군대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강의석(22․남) 씨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병역면제를 받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에게 군대에 가라는 제목의 글이 알려지면서다.

강 씨는 박태환 선수에게 군대에 가라고 요구한 것은 반어법이라고 말한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군대에 가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박태환 선수의 유명세를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강 씨는 지난 2004년 대광고등학교 3학년 재학시절 학교 내 종교자유를 요구하며 1인 시위와 50일에 가까운 끈질긴 단식을 벌이며 학교를 넘어 사회와 한판을 벌였던 인물이다. 이후 서울대학교 법과 대학에 입학하며 다시 한 번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프로 권투선수로 데뷔하는 한편 택시기사를 거쳐 호스트바에 취직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아가고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돌연 '군대 폐지'를 주장하며, 사회에 화두를 툭 던졌다.
"제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군대가 없어지면 평화로운 세상이 오지 않겠느냐는 것이에요. 이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죠. 토론이니까 제가 틀리면 양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저에게만 답을 요구하는 것 같아 답답해요. 수십 명의 군사 전문가들을 모아 싱크탱크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건 여의치 않죠. 2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사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그래도 뭔가 어느 정도 큰 틀을 그리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사실이에요."

강 씨가 군대 폐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은 자신이 군대에 가야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권투를 하다 뇌출혈로 공익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그는 문제를 좀 더 확장시켜 군대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제가 군대에 가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몇 걸음을 더 나아가 일을 크게 만드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떤 이끌림으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것 같아요. '군대를 계속 유지해야 하나'라고 자문했을 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죠. 일종의 직감이에요. 군대라는 존재 자체가 우리 삶을 방해하고 있다는 직감이요. 저의 직감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현재 휴학 중인 강 씨는 아예 자퇴를 한 뒤 영장이 나오면 감옥에 갈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이 군대를 거부하기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옥에 갈 약속까지 해두었지만 그는 이 방법도 탐탁지 않다. 그는 군대라는 조직, 제도, 패러다임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감옥에 가는 것도 싫어요. 감옥에 가는 것 역시 군대라는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것이잖아요. 굴복하고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체복무를 주장하는 것 역시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군대 가서 고생하는 이들 대신해서 봉사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것 역시 군대에 보탬을 주는 것 아닌가요. 대체 복무, 공익... 이런 것 모두 난센스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이라는 질문이 나오자 강 씨는 다소 흥분한 듯이 말을 이었다. 만약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군대를 유지하기에는 폐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많은 양민이 살해당했고, 군사 정권으로 사회가 정체됐다며 그는 '만약'으로 군대를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우리가 군대를 없애더라도 다른 나라가 군대를 가지고 있다면 전쟁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해요. 그렇다면 세부적인 플랜을 짜야 해요. 그 중 하나로 중립국 선언을 하면 어떨까요. 지금은 명분 없이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는 없죠. 중립국 선언이 세계 외교관계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어쨌든 총칼을 놓는 것이 바보짓으로 보이겠죠. 하지만 그 바보짓을 상대에게 기대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바보짓을 하자는 것이죠."

강 씨는 자신이 군대에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생각한 발상을 군대 폐지라는 다소 도발적인 화두로 연관시켰다. 시간이 지나면 논란은 잠잠해지겠지만 그는 꽤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총선에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군대를 폐지하는 법안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그는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념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지는 기계화 부대의 시가행진에 맞서 누드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굳이 누드시위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절대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도심 한복판에서 장갑차, 탱크가 우르르 지나가는 것이 더 황당하지 않아요? 누드시위는 거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누드는 비무장을 의미하니까요. 시간 계획표를 준비하고 있어요. 답사도 해야죠. 경찰이 제지할 경우 도망갈 경로도 계산을 해야 하고요."

쉽지 않은 주제를 사회에 던지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이 주목을 받는 것보다 주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라고 있다.

마음속으로는 한없이 평화로운 삶을 동경하고 있는 그는 얼마 전 충남 홍성의 한 캠프에 참여한 이후 귀농을 꿈꾸고 있다. 열 살 연상인 여자 친구와 함께 올해까지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로 내려갈 생각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