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든 위성이든 실험발사를 해봐야 하는 진짜 이유(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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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든 위성이든 실험발사를 해봐야 하는 진짜 이유(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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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3-04 16:43:03 | 수정 : 2009-03-04 16: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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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북한이 대포동2호(TD-2)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고 보고 있는데, 북한은 끊임없이 “인공위성을 쏘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가? 탄두와 위성탑재체가 다를 뿐 똑같다는 것이 정답이다.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로켓으로 쏘아 올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탄두 부분에 무기(폭발물 등)를 실으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가 된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하더라도 탄두를 바꿔 달면 곧바로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되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며 “우리 군은 실제로도 그런 자세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실제 무엇을 쏘려 하는지 사전에 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탄두 형태가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수백㎞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정찰위성으로는 구분하기 힘들다. 더구나 한•미가 TD-2를 미사일로 보고 있는 발사체는 현재 대형 조립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고 밖에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정보 당국은 아직 그 실체를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발사 각도나 궤적이 다소 다를 수 있지만 이 또한 명백한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비행 중 1•2단계 로켓이 모두 떨어져 나간 뒤 탄두 부분이 포물선형 궤도를 그리며 비행하다 바다나 육지에 떨어지면 탄도미사일인 것이고, 탄두 부분에서 위성체가 튀어나와 지구상 궤도에 진입하면 인공위성인 것이다.

TD-2를 추적해 판별하는 작업은 미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거대한 화강암 산속에 있는 북미방공사령부(NORAD: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의 몫이다. 지구상 궤도를 도는 모든 물체를 24시간 감시하는 북미방공사령부는 3만6000km 상공에 있는 DSP(Defense Support Program) 조기경보위성으로부터 발사 사실을 즉각 통보 받은 뒤 RC-135S ‘코브라볼’ 특수정찰기, 탄도미사일 추적 특수 함정인 ‘옵저베이션 아일랜드’, X밴드 레이더, 이지스함, 기타 위성추적장비 등을 총동원해 북한이 쏜 것이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우주발사체)인지를 가려낼 것이다.

더욱이 북한은 제1차 TD-2 실험발사(2006.7.5) 이후 그간에 엄청난 공력을 들여,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의 TD-2 발사기지 내 액체연료 주입 시설을 지하에 건설하는 등 미사일 발사 관련 설비를 대대적으로 개량하였다. 지하시설에서 액체연료를 미사일 추진체에 주입하면 미국 첩보위성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북한이 가장 중요한 발사준비 과정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한•미 정보당국도 구체적인 TD-2 실험발사 임박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이 무수단리 기지의 수직발사대 인근 지하 공간에서 액체연료를 미사일 추진체에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시설을 완공했다. 북한은 그 동안 수직발사대에 미사일을 장착한 뒤 연료를 실은 트럭이나 외부의 별도 주입시설을 이용해 액체연료를 주입해 왔다. 1998년과 2006년 대포동1, 2호 발사 때에 한미 정보당국은 첩보위성이 포착한 연료 주입 장면을 통해 발사가 임박했음을 파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모든 협상제안들을 뿌리치고 왜 한사코 TD-2를 실험발사하려는 ‘벼랑끝’으로 나가고 있는가? 우선은 그 동안 생겨난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첫째,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오바마 행정부를 상대로 조속히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최근 아시아 순방기간 북한의 후계문제를 거론하고 통미봉남 가능성을 일축하는 한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직접 면담 가능성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등 북한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를 보내자 대미 압박수위를 높인 것이다.

미국은 과거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으로 도발하는데 대해 대체로 적극협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이 클린턴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93년 5월 중거리 미사일인 노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위기를 고조시키자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에 응해 제네바합의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북한이 2006년 7월 TD-2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0월 핵실험을 단행하자 북한과의 양자회동을 거부해오던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응하기도 했다.

둘째,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의 한계가 없음을 악용하는 것이다. “무엇이 날아 올라갈지 두고 보면 알 것”이라던 북한이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를 예고했다. 국제사회가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보는 이번 발사체에 대해 그 동안 예상해온 대로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선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결의 위반이므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국제여론의 확산을 막고 ‘국제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북한은 “우주는 인류공동의 재산이며, 오늘날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항변하면서 인공위성의 발사는 절대로 ‘유엔결의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란이 지난달 자체 개발한 로켓 사피르-2호에 ‘오미드’ 인공위성을 실어 발사에 성공한 것과 ‘형평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기실 북한이 ‘광명성 2호’ 시험발사 준비를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 직후 공개한 시점도 계산된 것이리라.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인공위성 발사 로켓과 장거리 미사일의 기술적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군사적’ 시위와 협상 압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발사를 사전 예고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란과 미사일 기술교류를 해왔고 최근 중거리미사일도 발사시험 없이 실전 배치됐다는 점에서 이란에서 시험했을 수도 있다. 이번 발사에 사용할 로켓의 개발이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셋째, 북한의 TD-2 발사를 ‘광명성 2호’ 발사로 호도한다면 대내용 카드로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은 1998년 7월26일 제10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한달여 뒤인 8월31일 ‘광명성 1호’를 발사했으며 그 나흘 뒤인 9월4일 ‘광명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9월5일 제10기 1차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에 재추대, 김일성 주석 사후 본격적인 ‘김정일 체제’를 개막한 바 있다.

북한은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죽은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라고 제시한 가운데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현재의 경제난을 이겨내면 행복한 미래가 기다린다는 ‘혁명적 낙관주의’를 심는 데 적극 활용할 것이다.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의 발사는 대미 압박 효과도 있지만, 북한 내부적으로 선전하고 주민들을 하나로 모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의 우주선 ‘선저우’ 발사 효과처럼 애국심을 고취하는 소재가 되고 정치적 정통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여기서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이 TD-2든 광명성2호든 반드시 이 시점에서 한번은 발사실험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 통치자가 있는 이상 이처럼 정치적인 이유는 언제나 있다. 그러나 정치적인 이유는 보통 간판격으로 내세워지고 진짜 이유는 숨겨져 그들만이 아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말은 한마디로 가증스런 거짓말이다. 국제사회의 규범을 깡그리 무시하고 핵무기를 만드는 것과 과학기술의 최고봉인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고 운용하는 기술은 너무 많이 다르다.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여 1만 킬로미터 이상 날려보내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인공위성을 목적에 부합하는 궤도에 올려두고 활용하는 기술은 분명 2단계 이상 우위의 과학기술이다. 이번 TD-2 발사에서도 정치적 이유는 표면에 띄우고 기술적인 절박한 이유는 숨긴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더러 아무 제한 없이 핵무기를 만들라고 한다면 북한보다 훨씬 짧은 기간에, 월등한 수준의 핵탄두를 장착한 장거리 미사일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 규범을 존중하고 스스로 지켜가는 한국, 일본, 대만이라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즉,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다.

인공위성은 다르다. 핵무기에 비하면 아무 제한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일본, 대만이 미국, 러시아, 중국처럼 인공위성 개발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은 과학기술력이 아직은 모자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은 당장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다만 국가안보에 도움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안 만드는 것”이다.
장거리 미사일이나 인공위성 발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중의 하나는 탄두나 위성탑재체를 지구중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지구궤도(sub-orbital spaceflight)에 까지 올려 놓는 기술이다. 특정한 연료를 로켓엔진으로 연소시켜 1톤 이상 되는 탄두나 탑재체를 고고도까지 추진시켜 올리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ICBM(통칭 장거리미사일)은 ① 발사대에서 발사하여 탄도비행을 시작하는 지점(고도150~400 km)까지[boost phase], ② 탄도비행(midcourse phase) 과정(고도 300~1200 km), ③ 목표물로 돌입(reentry phase)을 시작하는 지점(~100 km 고도)까지의 비행과정으로 구분한다.

최소한 ①~② 과정 30~40분간은 로켓엔진이 연료를 연소하게 된다. TD-2의 로켓엔진도 1,2단계 동일하게 액체연료[연료: TM-185(20% Gasoline + 80% Kerosene), 산화제: AK-27I(27% N2O4 + 73% HNO3 + Iodium Inhibitor)]를 연소시켜 분사하는 단분리로켓엔진(staged combustion cycle rocket)을 가동시킨다.

30분이 넘는 긴시간 동안 엄청난 열에 연료와 산화제 공급장치, 로켓엔진계통 등이 고온에 견뎌야 한다. 재료로서의 한계가 요구된다. ⓐ 때문에 로켓엔진의 특정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 때문에 첨단의 냉각기술을 구현하는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기술 등과는 비교도 안 되는 기술적 사양이 요구된다. 당연히 북한의 입장에선 여러 차례 실험과 시험발사가 필요하다.

1998년8월31일 TD-1(북한은 광명성1호로 발표)의 시험발사 실패, 2006년7월5일 TD-2 실험발사 실패 모두 단분리로켓엔진이 고열을 견디지 못한 결과 연료와 산화제 공급장치 내부로 고열이 역류하여 폭발해버린 것이다. 액체연료의 연소가 입증된 노동A와 스커드B의 단순결합이었던 TD-1조차도 고열에 견디지 못하고 폭발해버린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핵탄두 장착 장거리미사일(ICBM)이든 인공위성이든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광명성1호 인공위성으로 위장하여 발사한 TD-1 미사일은 위성체(위장탄두)와 2단로켓(스커드B)이 분리되면서 폭발하였다. 단분리로켓엔진(staged combustion cycle rocket)의 핵심인 로켓냉각기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번에 실험발사하려는 TD-2의 엔진은 TD-1 때보다 거의 2배 수준이다. 냉각기술의 한계 또한 정비례한다. 이번에도 북한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지만, 북한으로서는 때마침 해결해야 하는 상기한 정치적인 이유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반드시 해답을 구해야 하는 긴요한 기술적인 문제를 들고 나온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그래서 책임 있는 북한의 당국자들이 “우리는 반드시 발사한다”고 외쳐대는 것이다.


신성택(미국 몬트레이 국제학대학교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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