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일반

영어 강사로 활약 중인 개그맨 김영철, 미국 무대 노린다

등록 2009-08-21 13:48:41 | 수정 2011-06-08 10:36:26

"못할 것 같아요? 결과는 일단 두고 보자고요"

개그맨 김영철은 요즘 개그를 하느라 웃는 때 보다 꿈을 그리며 미소 짓는 날이 더 많아졌다. 굴욕과 오기 때문에 영어를 시작한 후 지금은 영어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뻔뻔해야 영어 실력이 는다며 '뻔뻔 영어' 시리즈를 두 편이나 펴낸 영어 작가로 변신하더니 지금은 전국으로 불려 다니는 인기 만점의 영어 강사로 그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미 레드오션 상태인 영어 시장에 블루칩으로 등장한 김영철이지만 그에게는 오랫동안 간직해 온 미국 진출의 꿈이 있다. 오랫동안 꿈을 그려온 김영철은 "동갑내기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하는 영화에서 스칼렛 요한슨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동양인 청소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왜요? 못할 것 같아요?"라며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미래상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개그맨 김영철의 영어 성공기의 핵심 키워드이자 원동력은 바로 '굴욕'과 '도전'인 셈이다. 한 발짝 한 발짝 꿈에 다가서고 있는 김영철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옆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영어 성공의 첫 번째 키워드, '굴욕'
김영철은 지난 2003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코미디 페스티벌에 참여했다가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영어에 대한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왜 못 알아듣는 거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린 순간 그는 영어로 이 무대에 다시 서겠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김영철에게 가장 우선순위였던 코미디도, 그 순간부터 영어에 밀렸다.

영어를 해보겠다며 큰 꿈만 꾸고 있던 김영철은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 영어 때문에 제대로 굴욕을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어느 날 후배 연예인의 소개로 재미 교포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한국어가 워낙 서툴러 영어로 답변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어로 답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았다. 편한 자리도 아니었던 만큼 간단한 과거형과 현재형도 구분하지 못해 후배에게 쉴 새 없이 지적을 당했던 것이다.

"몬트리올에 왜 갔느냐고 묻기에 'I go to~'하고 말을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옆에 있던 후배가 툭 치면서 '오빠, 이미 갔다 왔다면서 그러면 'went to'를 써야지'라고 하더라고요. 한 번 지적을 들은 후에는 아무 곳에나 과거형을 썼어요. 그 후배는 '오늘 간다며, 그러면 'go'를 써야지'라고 또 지적을 하더라고요. 당시 그 후배는 몰랐겠지만 저는 이를 갈았죠. 내가 너 보다 영어를 더 잘 해보이겠다고요. 지금요? 당연히 제가 더 잘하죠."

당시 겪었던 굴욕은 그에게 좋은 약이 됐다. 이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는 미래의 꿈과 함께 과거 쓰디쓴 굴욕을 동시에 떠올렸다. 언젠가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시통역클럽에서 들었던 '절실함'이란 단어는 그런 그의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해주는 것이었다.

"동시통역클럽에서 한 통역사가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왜 영어를 중도에 포기하는 줄 아세요'라고요. 이유는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영어가 절실하다면 스키장에서 놀고 싶은 마음도 할머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모두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후 '절실함'이라는 말을 사랑하게 됐어요. 영어에 대한 절실함 때문에 '작심삼일 증후군'도 이겼고, 영어 학원도 빠지지 않았어요."

김영철은 얼마 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바디 랭귀지가 통하지 않는 전화 영어가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며, 전화 영어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학생은 "해 봤더니 별로 안 늘던데요?"라고 툭 내뱉었다. 김영철은 그 학생에게 "3개월 이상 안 했으면 손 내려"라고 말했고, 학생은 조용히 손을 내렸다.

"3개월 만에 영어가 늘기를 바라는 학생의 모습을 보니까 속으로 조금 화가 났어요. 아마도 그 학생은 영어가 절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절실할 수 있는 무언가까지 찾아줄 수는 없지만 영어 때문에 굴욕을 당하고 창피함을 겪으면 절실한 마음이 생겨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 성공의 두 번째 키워드, '꿈 키우기'
굴욕과 창피함 때문에 시작한 영어를 절실한 마음으로 지속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꿈을 키우는 것이다. 능숙한 영어로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여 외국인들을 웃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꿈이 김영철을 견인한 또 다른 엔진인 셈이다.

"2003년 몬트리올에 갔을 때는 사실 큰 꿈만 그렸어요. 그 꿈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이듬해에 귀가 뚫리고 2005년을 지나면서는 말이 튀어 나왔어요. 영어가 늘기 시작한 거죠. 게다가 지난 2006년에는 계원디자인예술대학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고, 2007년에는 책을 냈어요. 작년 2008년에는 아리랑 TV에서 'Let's Speak Korean'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올해 두 번째 영어 책을 냈죠."

영어로 웃겨보겠다는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사이 그는 예상하지 못한 많은 일을 하게 됐다. 김영철은 강의에 나설 때마다 '꿈 키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영어 회화를 잘하고 싶다는 정도로는 안 된다. 영어를 배워 미국에서 물건을 사겠다는 꿈은 꾸나 마나다. 대신 외교관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라고 강조한다.

김영철은 강의를 위해 무대에 설 때면 '꿈 키우기'를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보세요. 살아있는 증인이 바로 당신들 앞에 있잖아요. 저는 영어를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어요. 단어를 모르는 데 어떻게 들리겠어요. 물론 오버를 하면서 알아듣는 척은 했지만 그건 아무런 도움도 못됐죠. 10번 외운 영어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그러면 만 번을 외우고 사용해보세요. 저 역시 그렇게 시작한 영어로 모든 꿈을 이루었어요. 이제 내년에 미국으로 가서 오디션만 보면 된답니다."

토플을 준비 중인 김영철은 내년 9월 미국에 있는 대학 중 한 군데를 선택해 미국 무대 진출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예정이다. 영어를 학문적으로만 배울 경우 만학도로 비췰 가능성도 있는 만큼 개그맨 본연의 모습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미국에 진출한 후부터는 알고 있는 모든 인맥을 활용해 어떤 방법으로든 도전해볼 참이다. 할리우드에 진출해 호평을 받고 있는 정지훈, 이병헌 매니저들과 접촉해서라도 기회를 만들고 싶다. 물론 그들과 친분이 없다는 것이 조금 걸리지만 길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반드시 열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상관없다.

"얼마 전 가수 박진영이 TV에 나와서 '우리나라 연예인은 미국가면 다 된다. 단, 영어만 잘하면'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사실 미국인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딱지를 맞으면 두 번 다시 애원하지 않지만 우리는 아니잖아요. '한 번 만 더 해보겠다', '다른 것을 보여주겠다'며 매달리거든요. 저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오디션을 요구하고, 거절당하면 집 앞에서 며칠이고 애원할 작정이에요. 물론 결과는 두 가지겠죠. 오디션을 보거나 경찰에 끌려가거나. 어쨌든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겁니다."

다음 인터뷰 일정 탓에 이날 주어졌던 시간은 1시간가량. 질문마다 속사포처럼 답을 쏟아내는 김영철은 혹시 듣는 이가 지루할까 만담과 개그를 첨가했다. 하지만 1시간짜리 인터뷰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은 웃기는 표정과 말투 때문이 아니었다. 그가 뿜어낸 열정에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