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전조 무시하면 크게 당한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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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 전조 무시하면 크게 당한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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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16 19:35:31 | 수정 : 2012-03-17 17: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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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교수 인터뷰 “울산 지진 이례적…큰 지진 연결 개연성”
지난 2월 울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연쇄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자료제공 기상청)
2월 19일 오후 8시 21분 울산 동구 남동쪽 59km 해역에서 규모 2.7의 지진이 발생했다. 그달 21일 오후 10시 30분에는 부산 기장군 동남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2.5의 지진이 잇달았다. 3일 동안 거의 동일한 지점에서 지진이 두 차례나 발생한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후 이 지점에서 세 차례의 지진이 더 발생했다. 같은 달 24일 0시 54분에 울산 동구 남동쪽 57km의 해역에서 규모 2.4의 지진이 발생했고, 그날 오전 9시 5분에 울산 동구 남동쪽 57km 해역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27일 0시 26분에 또다시 울산 동구 남동쪽 55km 해역에서 규모 2.5의 지진이 잇달았다. 결국 9일 동안 한 곳에서 규모 2.4~3.2의 지진이 다섯 차례나 발생한 것이다.

기상청의 통보문을 살펴보면 진앙은 거의 동일하다. 지난달 24일 네 번째 지진이 발생한 직후 기상청에 전화를 걸어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냐고 물었다. 한 관계자는 “연거푸 지진이 발생했지만 특이점은 없다” “진앙이 해역인데다 규모 2~3의 지진은 수시로 발생할 수 있다”며 특이 동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굉장히 이례적이다”며 기상청의 입장을 정면 반박했다.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후 9일 동안 다섯 번의 지진이 한 자리에서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지만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큰 문제라고 홍 교수는 말한다.

특히 한반도가 판 경계가 아닌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일정하게 미는 힘으로 응력이 동일하게 쌓이기 때문에 유독 한 지점에서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하는 것은 흔치 않다. 즉 이곳에 응력이 상당히 뭉쳤다는 의미고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지난 12일 연세대학교에서 홍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아이티 지진과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동일본 대지진을 설명하며 ‘경고’와 ‘전조’를 무시한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지적했다. 홍 교수는 지진학자의 가장 큰 사명이 대중에게 지진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비하도록 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홍태경 교수. (뉴스한국)
울산 앞바다 한 자리에서 잇달아 발생한 미소지진…그 자체가 이상 징후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지난달 발생한 울산지진으로 시작했다. 수차례 ‘이례적’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일상을 벗어난 현상이라고 지적한 그는 “이렇게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는 큰 지진으로 연결되기 전에 나타나는 전조현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큰 지진 즉 본진이 발생하기 전 에너지가 누수하면서 작은 규모의 지진인 전진이 연달아 나는 것과 같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작은 지진이 한 자리에서 수차례 나는 것은 이상 징후다. 물론 이것을 반드시 ‘전조’라고 단정 할 수는 없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를 가지고 감시해야 한다. 아래는 홍 교수의 말이다.

“한반도에서 규모 2.4~3.2의 지진은 여러 곳에서 날 수 있지만 한 번 발생한 후에는 스트레스(응력)가 풀려 지진 발생이 멈춘다. 같은 지점에서 지진이 또 난다는 것은 풀릴 스트레스가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계속 풀리려면 더 큰 단층면이 쪼개져야 할 수도 있고 이는 더 큰 지진으로 연결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홍 교수가 동해안의 지진 발생 위험성이 크다고 예측한 배경에는 울릉분지가 있다. 울릉분지는 동해 남서부에 위치한 수심 2000m 이상의 해저 분지 지형으로 일본 열도가 한반도 동쪽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가면서 형성한 것이다. 분지 가장자리가 과거 떨어져나간 지점에 해당하는데 정단층으로 차곡차곡 단층이 생기면서 열린 형태를 보인다.

현재는 태평양판이 일본열도를 밀어 붙이면서 울릉분지가 닫히려 하는 중이며, 정단층으로 쪼개진 것이 미는 힘에 의해 역단층으로 부서지고 있다. 가장 약한 부분은 울릉분지 서쪽 가장자리로 한반도와 가장 가까이 붙은 지점이다.

서해상에서 지진이 특별한 패턴이 없이 산개해 발생한 것과 달리 동해의 경우 해안을 따라 선을 그은 것처럼 진앙이 일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상청 기록을 보면 1981년 4월 15일에 경북 포항 동쪽 68km 지점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하고 1982년 3월 1일 경북 울진 동북쪽 약 45km 해역에서 규모 4.7의 지진이 발생했다. 2004년 5월 29일에는 경북 울진군 동쪽 80km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홍태경 교수 제공.
울릉분지의 동쪽인 일본 서해안에서도 정단층이 역단층으로 움직여 큰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1983년 5월 26일 아키타현 외해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인데 당시 파고 3~4m 규모의 쓰나미가 2시간 만에 동해를 강타해 임원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명이 죽고 2명이 실종했으며 2명이 크게 다쳤다. 80여 척의 선박이 크게 파손하고 가옥 44동이 부서졌다.

이어 홍 교수는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곳에서 규모 7급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지금도 규모 7의 지진이 동해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조선왕조실록 기록이다.

“동해의 물이 넘쳤다. 영일로부터 길주에 이르기까지 바닷물의 높이가 5척 또는 13척이나 되어 육지로서 어떤 곳은 5,6척 어떤 곳은 백여 척이나 덮었는데 진퇴가 조수와 같았다. 또 삼척과 연곡 등지에서는 바닷물이 줄고 넘치기를 5, 6차례나 하였는데 넘칠 때는 50~60척이나 되고, 줄 때는 40여 척이나 되었다. -1415년(태종 15년) 5월 13일-”

“울산부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나왔다.…안동에서 동해 영덕 이하를 경유해 김천 각 읍에 이르기까지 이번 달 초 9윌 신시, 초 10일 진시에 두 번 지진이 있었다.…울산부의 동쪽 13리 조석의 물이 출입하는 곳에서 물이 끓어올랐는데 마치 바다 가운데 큰 파도가 육지로 1.2보 나왔다가 되돌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1643년(인조 21년) 7월 24일-”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경상남북도 해안을 따라 지진 피해가 크게 발생했고 특히 울산에서 액상화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비교적 해안 가까운 곳에서 지진과 지진해일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쳤다’는 표현 등을 통해 당시 지진의 규모가 6~7에 해당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681년에도 양양지역 근해에서 지진이 발생해 해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 동북부 지방에 발생한 사상 초유의 지진으로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작년 3월 13일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가 처참한 광경을 드러낸 모습. (미야기 교도=연합뉴스)
동일본 대지진 후 거대한 응력이 한반도 동쪽에 쌓여
동해가 불안한 또 다른 이유는 1년 전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던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작년 3월 11일 발생한 규모 9.0의 지진으로 인해 한반도가 2.3cm 일본으로 이동했다. 이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힘이 땅에 쌓였음을 의미하고 이런 응력의 추가로 인해 지진 발생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지진이 발생하는 순간 그 지역의 응력은 풀리지만 땅이 움직이면서 응력을 옆 지역에 쌓아 놓는 일이 벌어진다. 작은 지진의 경우 옆에 쌓는 응력의 양이 그리 크지 않지만 큰 지진의 경우 응력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큰 지진이 발생 이후 인접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좋은 예가 2004년 12월 26일 수마트라섬을 강타한 규모 9.1의 지진이다. 당시 불과 500초 동안 1200km의 땅이 찢어질 정도로 에너지가 막강했다. 문제는 수마트라섬을 기준으로 북쪽 부분만 찢어졌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북부는 힘이 다 풀렸지만 남쪽 해저는 찢어지지 않아 응력이 그대로 쌓였던 것이다. 당시 이 지역에 쌓인 응력을 계산한 지진 학자들은 이 지역에서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로 이듬해인 2005년 3월에 수마트라 지진 진앙의 남쪽에서 규모 8.7의 지진이 발생했다.

2편에서 계속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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