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진, 전조 무시하면 크게 당한다 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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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진, 전조 무시하면 크게 당한다 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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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16 19:38:07 | 수정 : 2012-03-20 11: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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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태경 교수 “지진 예측은 신의 영역…철저한 대비가 살 길”
연세대학교 홍태경 교수가 규모 6 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 지역으로 지목한 곳은 동해안 외에도 더 있다. 서해안 백령도 근처와 속리산 부근, 평양 인근이다. 4년부터 1902년까지 사료에서 찾은 진앙과 1978년 이후 관측한 지진 발생 지역을 비교해 이곳에 지진이 빈번한 것을 확인했다. 아래는 홍 교수의 설명이다.

“지진 원동력은 응력이다. 응력이 많이 쌓이는 곳, 풀리기 쉬운 곳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한다. 지진이 잦은 곳에서 큰 지진 발생 확률도 덩달아 커진다. 다시 말해 한반도 어디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지 파악하면 앞으로 어느 지역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인지 알 수 있다. 지역적으로 동해안을 따라 지진 분포가 많고 속리산 근처 그리고 서해안을 따라 백령도와 평양을 따라 큰 지진이 많이 난다.”

“백령도 속리산 평양 강진 발생 가능…지진 많이 발생하면 큰 지진 발생 가능성도 커져”
기상청 자료를 살펴보면 1978년 지진 관측 후 발생한 규모 5 이상의 지진 중 대부분이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2004년 5월 29일 경북 울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고, 1978년 9월 16일 충북 속리산 부근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일어났으며 2003년 3월 30일 백령도 서남서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홍 교수는 “앞으로 더 큰 지진이 발생한다면 이 지역이 해당사항이 있다. 역사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바로 이 지역에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 지질 환경이 같은 상황이라면 규모 6이 넘는 큰 지진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밖에도 1953년 3월 19일 평양 서쪽 강서지방에서 발생한 규모 6.3의 강서지진이 있다. 당시 6.25 전쟁 중이었던 만큼 국내 기록은 없지만 주변 국가인 중국과 일본 러시아가 이를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지질학과 이정모 교수는 2005년 기상청 칼럼에서 “규모 6.3은 땅이 갈라질 수 있는 정도의 지진으로, 현재 대도시 부근에 발생했다면 그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반도 최악의 지진 피해 시나리오 묻자 고개 ‘절레절레’
규모 3 미만의 미소지진이 강진의 전조일 수 있다는 홍 교수의 설명은 자연스럽게 강진 이후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묻는 질문에 그는 “피해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경우 고층빌딩이 밀집하고 인구밀도가 높지만 내진 설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진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지진과 아이티 지진을 통해 단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작년 2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 인근 지하 5km 지점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 뉴질랜드에서 워낙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내진 설계를 잘 해 둔 것이 효과가 있었지만 2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이는 아이티 지진 피해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2010년 1월 12일 규모 7.0의 강진이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한 순간 도시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포르토프랭스 서쪽 15km 지점 지하 8km에서 발생한 죽음의 진동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건물을 무너뜨렸고, 사람들을 집어 삼켰다. 지금까지도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30만 명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두 지진의 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피해 규모의 격차는 어마어마하다. 홍 교수는 “대도시 하부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규모가 작더라도 피해가 엄청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한반도의 경우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지 않은데다 인구밀도가 높아 지진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반도는 판 내에 위치해 지하 5~25km에서 지진이 발생하는데, 규모가 5~7 정도만 되더라도 지표를 크게 흔들어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어 한반도의 강진 가능성에 대한 홍 교수의 설명이다.

“역사상 지진 분포를 보면 조선왕조실록에서 규모 7의 지진을 수차례 발견할 수 있다. 적어도 500년 동안 몇 차례의 강진이 발생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리 주기가 길다고 볼 수 없다. 100년의 한 번이라도 규모 7에 가까운 지진이 발생할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상황에서 지진이 많지 않고 큰 지진을 못 겪었다고 해서 지진이 안 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역사적으로 발생했으면 언젠가 다시 일어난다. 대비를 해야 한다. 아이티의 경우도 지진 발생 2년 전 쯤 미국 지진학자들이 ‘응력이 많이 쌓여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는 핑계로 내진 설계 등 대응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가 났다.”

철두철미하게 내진설계 했더니 예상치 못한 초거대 쓰나미 강타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보다 더 소름 돋는 것은 때론 자연의 공격이 철두철미한 대비마저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웃나라 일본이 좋은 예다.

일본은 1995년 1월 17일 효고현 고베시를 강타한 규모 7.2의 지진으로 충격에 빠졌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의 파괴력을 지닌 지진으로 남을 정도였다. 6300여 명이 사망하고 1400억 달러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당시 지진 이후 일본은 열도 전체에 700여 대의 지진계를 설치하고 내진 설계를 강화했다. 수도 도쿄를 포함한 대도시의 경우 직하지진을 우려해 내진 설계를 강화했다. 그리고 난 후 2011년 3월 11일을 맞이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지진 순위 중 4위를 기록할 정도로 거대했지만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보다는 쓰나미의 파괴력이 참사를 불러왔다. 약 2만 명이 쓰나미 공격 앞에 무기력하게 사망했다. 내진 설계를 철저히 했지만 이렇게 거대한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고, 인간이 간과한 이 점 때문에 해당 지역은 쑥대밭으로 변했다. 이어 홍 교수의 설명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쓰나미가 필리핀판과 일본 열도가 만나는 동경 근처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 지역에서 지진에 대한 대비를 집중 했다. 물론 동북부에서도 쓰나미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높은 파고가 덮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천 년 전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사람들은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시했다. 또 ‘1000년 전의 일인데 또 벌어질까’라고 무시했다. 그런데 지진이 천년 만에 발생했고, 모든 것이 끝이 나버렸다.”

“지진 예측은 신의 영역…날만한 지진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
수학과 물리학으로 땅 속의 이치를 간파하는 홍 교수이지만 지진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지진 발생 전에 징후가 있기도 하지만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징조라고 생각한 것이 실제 큰 지진의 전조인지 판단하기도 힘들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틀 전 지진 발생 지역에서 규모 7 안팎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 규모가 7급이었던 만큼 전문가들은 ‘날 만한 지진이 났다’며 안심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쓰나미도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후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한 후에야 이틀 전의 지진이 전진이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지진 예측은 이렇게 종잡을 수 없다.

홍 교수는 평소 “인간이 당하는 자연 재앙 중 소행성 충돌을 제외하고는 지진의 파괴 에너지가 가장 크다”는 말을 종종한다. 그는 “30만여 명(아이티 지진 사망자)이 순식간에 사망할 개연성이 얼마나 되겠나. 단 한 번의 이벤트로 몇 분도 안 돼서 사망한 것인데, 그렇게 큰 사망자를 내는 자연재해는 지진이 최악이다”고 말하며, “재해 위험도가 높은데다 한 번 발생하면 상처를 치유할 수도 없는 만큼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할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배려(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인터뷰를 마칠 무렵 다시 울산 지진을 끄집어냈다. 그는 “울산 지진은 잔 지진이기도 한데다 한반도에서 날만한 수준의 지진이 난 것이긴 하지만 한 곳에서 났다는 것은 위험하다. 이것이 더 큰 지진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지진학자의 사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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