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덕분에···‘취향 저격’ 독립서점의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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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덕분에···‘취향 저격’ 독립서점의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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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9-01 17:30:12 | 수정 : 2017-09-01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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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암동에 있는 독립서점 북바이북은 매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사진은 8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 (뉴시스)
“1위. 지독한 하루(남궁인·문학동네) 2위. 생각의 기쁨(유병욱·북하우스) 3위. 지적 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민음사) 4위. 민음쏜살X동네서점 에디션(민음사) 5위. 먹는 책방(김진양·나무,나무) 6위. 바깥은 여름(김애란·문학동네) 7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김수현·마음의숲)”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북바이북의 8월 넷째주 베스트셀러 차트 순위다. 북바이북을 비롯한 몇몇 독립 서점에서는 자체적으로 매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고 있다.

대형 서점에서 할 수 없는 작은 규모의 저자·독자 만남도 진행 중이다. 작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소수정예’로 열리는 것이 독립 서점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북바이북 매니저는 “올해 초부터 작가 번개·특강을 거의 매일 열고 있다”며 “참석 인원은 평균적으로 약 30명이다. 작가에 따라 참석자의 연령층이 다르지만, 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이날 퇴근 후 서점을 찾았다는 직장인 이영심씨는 ‘취향의 저격’을 독립 서점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이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얼마나 좋겠냐”며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서점 주인 취향에 따라 책이 진열돼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마음이 느껴져 부럽다. 나한테 서점은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처 같다”고 했다.
추리소설 전문 독립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 뒷골목에 위치해있다. 이 서점의 서가는 추리 소설 작가의 출신 국가로 분류돼 있다. (뉴시스)

독립 서점의 경우 대형 서점들과 달리 특정 카테고리의 책을 중심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 대현동에 위치한 위트앤시니컬과 미스터리 유니온은 각각 시집과 추리 소설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들 서점에서 몇 걸음 더 나가면 음악 도서 전문서점 초원서점이 있다.

“어릴 적부터 추리 소설을 좋아했다”는 유수영 미스터리 유니온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싶어 서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추리 소설의 매력을 ‘사랑’에 비유했다. 그녀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과 똑같다”며 “합리적인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취향’이라는 한 단어로 말할 수 있겠다. 자기 취향에 맞으면 그게 매력이 되는 것이고, 맞지 않으면 싫은 점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서점은 대형 서점처럼 신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따라 책이 팔리고 있다”며 “영미권, 일본 추리 소설이 인기가 많다. 그렇다보니 독자들이 우리나라 추리 소설을 많이 모르는데 여기 와서 우연히 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독립 서점의 ‘진격’이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13년 1625곳이던 서점은 2015년 1559곳으로 줄어들었다. 전국적으로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 서점만 속속 생겨나고 있다.

유명인들도 독립 서점 창업에 가세한 상황이다. 가수 요조가 2015년 서울 북촌에 ‘책방 무사’를 연 데 이어 지난해 방송인 노홍철과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 이태원 해방촌과 선릉역 근처에 각각 독립 서점을 열었다.
민음사는 국내 최초로 독립 서점·동네 서점에서만 구입 가능한 책을 냈다. 지난 7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했다. (민음사 제공=뉴시스)

출판사들 역시 독립서점 열풍에 주목했다. 문학동네는 인기 작가가 서점을 투어하는 행사를 마련했다. ‘지독한 하루’ 저자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월 한 달간 총 3곳의 독립서점(마포 북티크, 상암 북바이북, 용산 고요서사)을 돌면서 독자들을 만났다.

문학동네는 그간 온라인 서점에서만 이뤄졌던 예약 판매를 독립 서점으로까지 넓혔다. 지난 7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예약 판매를 독립 서점·오프라인 중소 서점에서 진행했고, 예약 판매로만 총 30만부를 찍는 성과를 거뒀다.

민음사는 대형 서점·온라인 서점에서는 살 수 없고, 독립 서점·동네 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책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지난 7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뜨거운 인기를 끌면서 초판은 이미 매진됐다. 민음사 관계자는 “2종의 책은 각각 3쇄에 들어간 상황으로, 현재까지 총 8000부를 찍었다”고 전했다.
새한서점. (뉴시스)

출판 전문가들은 도서 정가제와 독자의 취향·관심사에 맞춰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큐레이션’ 등을 독립 서점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박효상 대한출판문화협회 유통부문 상무(사람인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독립서점’이라는 용어 설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독립 서점은 교보·영풍 문고 등 대형 서점이 아닌 비프랜차이즈 형태의 서점이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큐레이션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진열을 독자들이 좋게 인식했기 때문에 독립 서점 열풍이 가능했다”며 “북토크를 열고 주간 베스트셀러를 뽑는 등 독자와의 접점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형태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상무는 “출판계의 가장 큰 화두가 책 큐레이션”이라며 “기본적으로 다양한 서점이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앞으로 베스트셀러 중심의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 현상)에서 좀 벗어나는 형태의 독립 서점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정관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북스토리 대표)은 “도서정가제가 독립 서점이 영위해 나가는 근간”이라며 “대형 서점과 가격적인 면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되면서 독립 서점 주인들이 자생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립 서점 주인들이 대형 서점에서 프로모션하지 않는 책들, 작은 출판사의 좋은 책들을 발견하면서 큐레이션하고 마케팅하고 있다”며 “독립 서점은 독자와 출판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자 입장에서는 저자를 만나는 접점이 늘어나니 반가운 일이고, 출판계도 책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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