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해철 3주기···유쾌한 작품으로 다시 온 ‘마왕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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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신해철 3주기···유쾌한 작품으로 다시 온 ‘마왕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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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18 17:25:26 | 수정 : 2017-10-18 17: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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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전시’
꿈 이루는 세상×진화랑, 11월 30일까지
구나현 ‘코파는 신해철’, 250x400㎝, paint. (진화랑 제공=뉴시스)
유쾌하게 웃으며 코를 후비는 신해철(1968~2014). 거친 입담 속에 통쾌함과 유머를 숨겨뒀던 ‘마왕(魔王)’의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18일 서울 통의동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코파는 신해철’은 ‘코파기 시리즈’ 인물 벽화를 선보여 온 구나현 작가의 작품이다. 신해철의 솔직 당당함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지난 14일 개막해 11월 30일까지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리는 ‘생각생각 - 신해철의 생각에 생각을 더하는 전시’는 고인의 3주기를 추모하는 자리다.

카카오 스토리 펀딩 기금으로 진화랑이 주최하고 비영리 사단법인 ‘꿈 이루는 세상’이 주관한다. 꿈 이루는 세상은 신해철의 미망인 윤원희 씨가 대표로 있는 곳으로 지난해 설립됐다.

콘서트 형식이 아닌 공식적인 전시 형태로 고인을 기리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설적인 뮤즈’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넘어, 신해철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다.

이번 전시의 큐레이터인 진화랑 신민 기획실장은 “신해철 씨의 생각이나 사상을 재미있게 작업을 해서 다시 보여줌으로써 고인을 새롭게 음미해 보자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구나현 작가 외에 신경섭(사진작가), 양수인(건축가, 설치작가), 오영욱(건축가, 글, 그림작가), 이창호(일러스트, 그래픽작가) 임안나(사진작가) 등 온갖 장르에서 소신 있는 길을 걷고 있는 전문가가 소집됐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관람객이 구나현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신 실장은 “음악가의 생각을 시각 예술화하려고 했다”면서 “이러한 취지로 탄생한 전시 제목 ‘생각생각’은 신해철의 생각을 우리가 생각해본다는 의미다. 신해철의 생각에 여러 아티스트의 생각이 더해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신해철에 관한 4가지 생각을 4개의 공간에 정리했다. 1관은 ‘신해철의 삶에 대한 생각’이다. 신해철이 남긴 실제 유산을 재해석하는 4개의 작업이 진행된다.

양수인 작가는 신해철의 가사에서 발췌한 수많은 단어 및 문장들을 재조합(Remix), 관객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인터렉티브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오영욱 작가는 신해철을 소재로 창작한 뮤지컬 영화 ‘굿바이 얄리’ 시나리오를 출판한다. 비치된 시나리오와 함께 영화의 시놉시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 관계도와 설정 배경에 관한 일러스트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실제 공연화를 위한 작업은 아니고, 신해철의 오랜 팬인 오 작가가 평소 개인 작업해온 결과물이라고 진화랑은 전했다.

신경섭 작가는 신해철의 작업실 벽 상부에 걸려있던 타월을 촬영한 대형 사진을 전시장 벽에 기대어 뒀다. 타월 속의 ‘히로(HERO)’라는 기호를 부각, 고인을 조명한다.

2관은 ‘신해철의 상징성에 대한 생각’을 다룬다. 노은아 작가는 식물들로 ‘마왕의 정원’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했다. Otta 김영생 작가는 신해철을 마왕 또는 교주로 불리게 한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을 청취하며 타투이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가 살아 있다면 그려주고 싶은 타투 도안을 선보인다.

Kingkroach 박상우 작가는 신해철의 발자취를 은유하는 인물회화 작업(마왕의 뒷모습)과 마왕에게 선사하는 수공예 반지를 디자인, 제작과정과 실물을 전시한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관람객이 조현수 작가의 작품 ‘untitled’를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3관에서는 ‘신해철의 공간에 대한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 신해철 거리가 조성 중인 성남에 위치한 신해철의 작업실 일부를 드러내는 대형 사진 작업과 작업실의 실재 사물들이 혼재됐다. 신경섭 작가의 대형 프린트는 작업실의 부분을 확대한 것이다. 고인의 전반적인 취향과 생활의 단상을 관찰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한다. 이곳에서는 전시기간 동안 매일 신해철의 ‘고스트 스테이션’이 재방송된다.

4관은 ‘신해철의 음악에 대한 생각’이다. 신해철 음악의 개념을 상징화하는 박스들로 구성된다. 12명의 작가가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붉은 바다’ 등 신해철의 음악 중 17곡을 선곡, 일정한 크기의 박스 안에 곡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의미를 담는다.

신해철은 다양한 면모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용기라는 키워드에 대해 조명한다.

신 실장은 “어려운 청춘들의 삶을 위로하고, 소수자를 격려하며, 쉽게 타협하지 않고, 금전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험을 담은 음악에 도전하고, 거센 비판에도 세상의 편견에 맞서 목소리를 낸 점을 눈여겨봤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작가들도 유명한 상업 작가보다 아직 대중적이지 않지만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가는 작가 위주로 선정했다.

신 실장은 “신해철 전시에 참여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작가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고 도전하는 작가들이 신해철 씨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어울릴 것 같았다”고 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진화랑에서 관람객이 조현수 작가의 작품 ‘untitled’를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양수인 작가 역시 신해철에 대해 ‘용기 있는 사람’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청소년기에 자기를 확립하는 시기에는 큰 방향성과 상징성을 제시해줬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용기라는 생각을 불어넣어줬다”고 했다.

참여 작가들 중 신해철 팬도 상당수다. 신경섭 작가는 “신해철 씨에 대해 청춘의 빚이 있다. 그를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다”면서 “어린 날 치료하고 위로해준 신해철 씨 전시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전시의 아웃트로(Outro)는 조현수 작가의 조각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작업대상의 형태를 빚은 후 형틀을 제작하지만 틀 내부에 강화플라스틱 액체로 드로잉 하듯, 가늘게 뿌리는 방식으로 표면을 만드는 작가다. 신해철의 흉상을 이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다. 신해철의 존재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을 전한다는 설명이다. 이 흉상은 신해철이 음악가로서 추구했던 의상 콘셉트 중 하나인 검정과 빨강 배색의 정장을 입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의 주색은 보라색이다. 진화랑의 신 기획실장은 “신해철이 좋아한 색이기도 하다”면서 “너와 나의 소통과 공감이라는 의미가 담아 있어서 아꼈던 색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해철 빈소에서도 추모객들은 보라색 리본을 가슴에 달았었다.

꿈 이루는 세상의 김철관 이사는 “전시를 꾸준히 열어 먼 훗날에 크든 작든 신해철 뮤지엄을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꿈”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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