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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 이끌어낸 文대통령 '평창 구상'

등록 2018-01-05 08:45:06 | 수정 2018-01-05 14:18:44

트럼프 "文대통령 100% 지지"
文 '한반도 운전자론' 일단 합격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AP=뉴시스·뉴시스)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이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움직였다. 북한의 판문점 연락채널 재개통에도 미온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만에 태도를 바꿔 문 대통령에게 "100% 지지한다"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문 대통령이 올인한 '평창 구상'에 북한이 호응하면서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개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최고의 대북압박과 제재만을 강조해 온 미국도 못이기는 척 한발 물러 수 밖에 없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상황을 좀 더 두고보자는 셈법이다.

한·미 정상은 4일 오후 10시부터 30분간 통화를 갖고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군당국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연기안을 미국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보름만에 성과가 나온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대화 분위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고, 이 과정에서 두 정상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합의에 이르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남북대화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우리는 남북대화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대화 성사를 평가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며 "남북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문 대통령의 생각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였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해서 한·미 군사훈련의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었다. 훈련 연기를 통해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 수위를 낮추고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평창 구상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갖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운전자론'에 기반한다. 한반도 운전자론이 큰 방향에서의 전략이라면 평창 구상은 세부 전술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된다며 북한 문제야말로 우리가 주인이라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국제사회에 거듭 각인시켜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 취임 후 첫 워싱턴 순방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후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한·러 정상회담, 11월 동남아 순방, 12월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속에서 반복해서 우리의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화성-15형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함께 6차 핵실험 등 끊임없는 도발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사장되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 이후 북한에 적십자 회담과 군사 회담을 제안했지만 그동안 외면 받아왔던 것도 '한반도 운전자론'이 힘을 얻지 못한 주요 원인이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를 기준으로 분위기는 급반전 한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남조선에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견지에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신년사에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2일)와 통일부의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개최 제안(2일), 김 위원장의 판문점 연락망 개통 지시와 대화(3일)가 단숨에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핵단추를 언급한 것을 겨냥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방금 '핵단추가 항상 책상 위에 있다'고 했는데 나는 그가 가진 것보다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며 "내 핵버튼은 잘 작동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판문점 연락망 재개통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로켓맨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면서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켜보자"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만에 입장을 급선회했다. 문 대통령이 바라던 한·미 군사훈련 연기에 공식합의를 한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는 찬사를 곁들였다.

북한의 도발 때에만 문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이뤄지던 그동안의 정상통화와 달리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로 통화가 성사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같은 분위기에 한껏 고무돼 있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두 정상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 키리졸브(KR)·독수리(FE) 연습을 단순히 잠정 중단(freeze)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연계해 훈련 규모를 축소해 실시한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평창올림픽 폐막 후 곧바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한다면 북한이 다시금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 당국이 한·미 연합훈련의 잠정중단이 아닌 축소 내지는 취소를 희망하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군 당국은 미국과 훈련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2018년 KR·FE 연습을 아예 생략하거나 이어지는 UGF 연습과 통합해 치르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재조정(re-schedule) 이외의 방안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쥔 현재의 분위기를 얼마나 오래 이어가고, 그 과정에서 넓어진 운신의 폭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살려나갈 수 있느냐에 따라 문 대통령의 평창 구상과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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