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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트럼프와 정상회담…중동 핵 경쟁 우려 '솔솔'

등록 2018-03-22 09:47:53 | 수정 2018-04-07 14:09:56

원전 16기 건설 계획에 한국·미국·중국·프랑스·러시아 각축전

20일(현지시각) 왼쪽부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는 모습. (AP=뉴시스)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19일(현지시각) 동맹국 미국을 방문했다. 이란 핵협상을 이유로 다소 냉랭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에 다시 훈풍이 부는 분위기지만 중동 핵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빈살만 왕세자는 방미 이틀째인 20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두 사람의 공식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벌써 세 번째다. 빈살만 왕세자가 왕세자 책봉 후 트럼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살만 빈압둘라지즈(82) 국왕은 지난해 6월 왕위 서열 2위인 친아들 빈살만 왕세자를 왕세자로 책봉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핵'이다.

둘 모두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와 이란은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가로 이란에 가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중재 기구를 통해 핵무기 개발을 의심하는 이란 시설을 사찰하고, 탄도미사일 제재를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 개발을 충분히 막을 수 없다며 기존 협정을 파기하고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3일 새로운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역시 이란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미국이 핵협정에 손을 대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과 중동 패권을 두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는 이란이 핵을 개발하면 핵개발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표면적으로 '이란이 핵을 개발하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물밑에서는 본격적인 핵개발에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계기로 사실상 군사용 핵무기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포석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빈살만 왕세자가 원전 수주 조건으로 미국에 요구하는 미국 원자력법 123조 완화 요구가 그것이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비전2030'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사우디는 20년 동안 980억 달러(약 105조 원)를 들여 원전 16기를 건설한다. 한국은 물론 중국·프랑스·러시아가 공사 주문을 따내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도 이 치열한 수주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사우디는 미국과 원전 개발 계획을 계약할 경우 체결하는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는, 미국 원자력 기술을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 의회·정부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다. 법이 금지하는 이 두 가지는 사실상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평화적인 목적의 핵 연료 개발에 우라늄 농축 기술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규제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에서는 사우디의 '평화' 공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에드 마키(매사추세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우디의 핵 개발이 중동 내 '지정학적 힘'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사우디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네퓨 전 미 국무부 제재 담당 부조정관 역시 사우디에 123조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이란 핵협상을 논의하고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을 차례로 만나 중동의 중요한 현안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Correspondent Seong-Hwan Jo



조성환 특파원 기자 jsh@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