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반세기 가해자의 위치에서…베트남전쟁의 책임을 말한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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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 반세기 가해자의 위치에서…베트남전쟁의 책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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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0 15:21:13 | 수정 : 2018-04-20 17: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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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민간 학살 진상 규명 시민평화법정 앞두고 학술대회 열려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는 것-베트남 전쟁에 연루된 우리'라는 제목의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뉴스한국)
베트남 전쟁 때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을 하루 앞두고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가해자의 자리에 선다는 것-베트남 전쟁에 연루된 우리’라는 제목의 학술대회에서 하민홍 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진실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은 1964년 8월 시작해 1975년 4월 끝났다. 1972년부터 종전까지 전쟁에 참가했다는 하 교수는 이 전쟁을 “미국이 자신의 세계 지배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벌인 침략 전쟁”으로 규정했다. 이어 “베트남 남부에서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와 침략전쟁을 실시했고 북부에서는 공군과 해군을 이용한 파괴전쟁을 일으켰다”고 설명한다. 당시 미국은 우방 25개 나라에 참전을 요청했지만 한국·필리핀·태국·호주·뉴질랜드 5개 나라만 군대를 투입했다. 한국 정부는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32만 5000명 이상의 한국군을 베트남 전쟁에 파병했다.

한국군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꽝응아이성·빈딘성·푸옌성·칸호아성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미국의 지휘 아래 군사 활동을 했고 동시에 심리전도 수행했다. 하 교수는 한국군이 1965년 10월부터 1973년 1월까지 대대급 이상의 대규모 작전 1170회를 수행했고, 55만 6000번 이상의 소규모 부대 단위 작전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5000명의 한국군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고 1만 1000명이 부상했다. ‘소리 없고 느린 총탄’으로 불리는 고엽제 후유증을 호소한 사람은 10만 명에 달한다.

수많은 피해를 당했지만 동시에 한국군은 가해자이기도 했다. 하 교수는 “한국군은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 피의 학살이 최소 43차례 이상 발생했는데 그중 100명 이상이 사망한 학살은 13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1966년 2월 공습으로 380명이 죽은 고자이마을 학살, 1966년 12월 주민 430명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운 빈호아 학살, 1968년 2월 74명의 주민을 죽인 꽝남성 퐁니·퐁넛 학살, 1968년 2월 주민 135명을 죽여 매장한 꽝남성 하미마을 학살이 있다. 학술대회 전날인 19일 퐁니·퐁넛 학살 사건과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각 생존자가 국회 정론관을 찾아 한국 정부의 사과를 요구했다.

하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전쟁과 전쟁이 남긴 끔찍한 피해만을 말하지는 않았다. 역사의 어둠에 암장한 전쟁의 진실을 드러내 평화의 구심점을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1990년대 한국과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진실을 알린 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의 은사이기도 하다. 그는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때 얼굴을 드러낸 역사의 진실들은 비로소 오늘의 화해와 평화·우호의 구심점이 된다”며, “한국의 수많은 구수정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의 발제에 앞서 마이크를 잡은 구 상임이사는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한국군 학살사건이 50년이 되는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이 전쟁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았다”며, “이 학술대회는 ‘우리’를 아니 ‘우리’라기보다 ‘나’를 가해자에 놓고 바라보는 자리가 아닌가 싶다. 베트남전쟁을 성찰하는 출발선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50년 지난 과거를 이 자리에 소환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지는 공통의 책임 또는 사회적 연대의 책임을 스스로 묻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로 묶인 우리가 가지는 공통의 사회적 책임을 물어보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편 학술대회에서 심주형 동아시아 HK연구교수는 ‘베트남 새로운 세대의 전쟁 기억’이란 제목으로 발표하며 “베트남 전쟁의 동시대성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은 결국 희생을 함께 애도하고, 폭력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상호적 관계를 구체적 실천을 통해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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