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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제재 재개한 날 리용호-자리프 만났다

등록 2018-08-08 14:05:35 | 수정 2018-12-10 11:23:07

반미 진영 두 나라, 동맹관계 더욱 확대하는 데 합의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이 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7일(이하 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만났다. 리 외무상의 요청으로 성사했다. 북한과 이란은 동맹관계에 있어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이상할 건 없지만 시점이 미묘하다. 이 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경제 제재를 시작한 첫 날이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과 독일은 2015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란과 핵협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단체가 자국의 핵개발 사실을 폭로하면서 시작한 이란 핵위기가 13년 만에 종지부를 찍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이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뒤틀렸다.

올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의회에 이란 제재 유예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미국은 그동안 중단한 이란 경제 제재를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제재 해제 2년 7개월 만인 7일 미국은 이란의 금·귀금속·흑연·알루미늄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발효했다. 11월에는 이란산 원유 거래도 차단한다.

이란으로서는 상당히 심란한 시점에 북한 고위 관리를 맞은 터라 외교적인 함의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두 나라는 전통적인 반미 진영이고 핵 요인 때문에 미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두 나라는 2002년 조지 부시 행정부로부터 '악의 축'이라는 최악의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극적인 핵 협상에도 불구하고 3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 이란과 비핵화를 명분으로 미국과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은 서로 다른 외교적 지점에 서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동병상련의 위치의 닮은 꼴이다. 이 때문에 두 나라 외교 수장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관심이 쏠렸지만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관영 파르스 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 외무상과 자리프 외무장관은 공식 회담을 하며 '동맹 관계 확대'를 합의했다. 기존의 양국 관계에도 만족을 표시했다.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외부로까지 흘러나오지는 않았다. 최근 지역·국제 발전과 각 나라의 관심사를 두고 의견 교환을 했고, 중동 관계 문제도 포함됐다는 정도의 동정만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이 앞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놨다. 올해 6월 열린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이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합의문을 찢을 수 있는 인물'이라며 북한에 경고했던 만큼 리 외무상의 이번 방문에서도 이란이 같은 기조의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때 미국이 제재를 제개한 이란을 찾은 이유는 북한이 이란과 관계를 정리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리 외무상은 8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Correspondent Seong-Hwan Jo



조성환 특파원 기자 jsh@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