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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스켈레톤, 평창 이후 확 줄어든 지원에 ‘울상’

등록 2018-10-23 16:39:54 | 수정 2018-10-23 16:43:13

이용 감독 “올 시즌 성적 가늠하지 못할 것 같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용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영우(왼쪽부터), 김동현, 이용 감독, 원윤종, 전정린. (뉴시스)
“저희 이러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요?”

이용(40)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이 2018~2019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들은 말이라고 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확 줄어든 정부 예산과 지원 탓에 훈련 환경이 크게 열악해지자 선수들은 물론 지도자까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국은 ‘썰매 불모지’였다. 국내에 제대로 된 장비나 시설이 없었다. 제대로 된 썰매가 없고, 장비를 미국, 유럽까지 옮기는 데 드는 비용도 문제였다. 남의 썰매를 빌려 탔다.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도 없어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연습했다.

2011년 7월 강원도 평창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훈련 환경은 날이 갈수록 나아졌다. 현대자동차가 국산 썰매 제작에 돌입했고, 유능한 외국인 코치를 대거 영입했다. 국내에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과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번듯한 트랙도 들어섰다.

대표팀 선수들도 이에 화답하듯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7~2018시즌부터 이미 세계 정상을 정복한 ‘스켈레톤 황제’ 윤성빈(24·강원도청)은 보란 듯이 평창올림픽에서 썰매 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일궜다. 원윤종(33·강원도청)·전정린(29·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연맹)·김동현(31·강원도청)는 봅슬레이 4인승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이후 정부 예산 뿐 아니라 기업의 지원도 줄었다. 선수들도 평창올림픽 이전처럼 훈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평창올림픽 이후 첫 시즌이자,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대비 첫 시즌인 2018~2019시즌을 준비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은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에서 전혀 훈련을 하지 못했다.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은 유지·보수만 되고 있을 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트랙도 눈을 붙이는 등 정비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선수들이 열악했던 10년 전을 떠올리며 이 감독에 되물은 이유다.

이 감독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정부 예산이 70% 삭감됐다. 순차적으로 매년 10% 감소하면 다른 쪽에서 지원을 알아볼 텐데 갑자기 크게 줄었다”며 “지난해 같은 경우 슬라이딩센터에서 적응 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적응 훈련을 할 곳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 스켈레톤이 호성적을 낸 뒤 세계적으로 견제가 심해졌다면서 “캐나다 휘슬러는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열려 있는 상황이라 훈련이 가능하다. 유럽의 경우 훈련 신청을 했는데 일주일 전 갑자기 훈련할 수 없다고 통보가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현대자동차와 계약이 만료됐고, 국산 썰매 개발도 중단된 상황이다. 다른 국가 선수들은 2년 주기로 썰매를 바꾸는데 4인승 썰매의 경우 3년이 지나 노후화가 됐다. 썰매 운송 비용도 지원했는데 이제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이 선수촌에 다시 소집했을 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이용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영우(왼쪽부터), 김동현, 이용 감독, 원윤종, 전정린. (뉴시스)
예전 같지 않은 훈련 환경 탓에 스타트 등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봅슬레이 선수들은 제대로 호흡도 맞춰보지 못한 상태다. 강원도청 소속 몇몇 선수들은 실업팀 지원으로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대표팀 멤버가 다 같이 가지 못해 손발을 맞춰보지 못했다.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해 선수 뿐 아니라 지도자들까지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거짓말쟁이가 된 느낌이다. 2011년 감독 부임 후 선수들에게 평창올림픽 메달을 따면 서러움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원윤종도 “선수 중 가장 맏형으로 후배들에게 ‘올림픽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실업팀이나 훈련 여건이 좋아지고,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경기장이 있어도 주행 훈련을 할 수 없고, 훈련일수도 턱없이 모자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행 훈련을 한 뒤에 시즌을 시작하면 적응이 빨라지고,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그러지 못해 심적으로 부담이 있다. 앞선 시즌에는 자신감도 있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는데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실전 훈련을 못하고 가니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우도 “내일이 출국인데 개인적으로 기량만 쌓아 서로 간에 확신이 없다. 시즌 출국 전에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에서도 훈련하지 못했다”며 “100% 준비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고백했다.

대표팀의 또 다른 파일럿 김동현 또한 “장비를 통해서 기술을 향상시킬 계획이었는데 현실적으로 되지 않아 아쉽다. 3, 4년 정도 되서 장비가 노후화 됐다. 우리만 뒤처지는 실정”이라며 “예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걱정이 됐다. 새로운 썰매를 구해서 적응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전정린도 “평창올림픽 후 얼음을 밟은 것이 열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는 준비가 돼 있지만, 팀워크에 있어서 미약한 점이 있다”며 “얼음을 밟지도 못한 선수가 있어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고 불안함을 내비쳤다.

자신감이 크게 떨어져있다 보니 올 시즌 확고한 목표도 잡지 못한 상태다. 훈련이 부족한 만큼 대표팀은 월드컵 대회에서 완성도를 높여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호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올 시즌에도 금메달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러지 못한다. 올 시즌 성적은 가늠하지 못할 것 같다”며 “지난 시즌까지 매 대회 전력을 다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월드컵을 거치면서 체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최종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뉴시스)



스포츠팀 기자 star@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