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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산은 책임론'…지엠 법인분리 계획, 6개월전 알고도 '수수방관'

등록 2018-10-24 08:54:01 | 수정 2018-10-24 08:56:47

22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한국산업은행·중소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이 지상욱 의원의 GM관련 질의에 답하는 모습. (뉴시스)
한국지엠의 연구개발(R&D) 법인분할 사태와 관련해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이번 결정을 놓고 '먹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산은이 이미 6개월 전에 법인분할 의도를 파악하고도 수수방관했다는 점에서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는 산은이 한국지엠의 법인분할 계획을 지난 4월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7월 한국지엠이 법인분할 계획을 발표한 이후가 아니라 이미 반년 전부터 법인분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국감에서 "4월 말 협상 말기에 제너럴모터스(GM)에서 (법인분할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며 "(협상) 마지막날 (법인분할을) 거론했지만 우리는 거절해서 (기본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올해 초부터 한국지엠의 국내시장 철수를 막기 위해 1대 주주인 GM과 협상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4월 7억5000만달러(당시 약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한국을 떠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협약을 체결했다.

이때 이미 GM은 한국지엠의 법인분할 의사를 밝힌 상태였지만 산은은 주주총회에서 비토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17개 특별결의사항에 법인분리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먹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GM과의 협상 결과에 대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투입하더라도 15만개 일자리를 지켜낸다면 가성비가 괜찮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지금은 81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GM에 뒷통수를 맞는 엉터리 협상을 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국감에서 "(기본계약서가) 완벽히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GM의) 경영 판단에 해당하는 잠재적 사항을 모두 특정해서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넣어 금지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GM의 경영상 판단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협상을 타결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인분할을 금지하는 조항은 협약에 넣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은은 이후에도 GM의 일방적 경영권 행사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끌려다녔다.

산은은 법인분할 계획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했는데도 한국지엠이 이를 묵살하고 2대 주주인 자신들과 충분한 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법인분리를 강행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은 지난 7월 한국지엠이 R&D 법인의 분리를 공식발표한 이후 9차례에 걸쳐 법인분할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데 그쳤을 뿐 GM의 독단에 제동을 걸 만한 구체적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한국지엠이 법인분할을 결정한 지난 19일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도 산은은 2대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이메일을 통해 일방적으로 주총 장소를 통보받았으며 그나마 노조의 봉쇄로 주총장에 입장도 못했다.

이런 와중에도 산은은 한국지엠이 제대로 된 자료를 주지 않아 그 효과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법인분할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고 있다. 단지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지엠의 법인분할 '결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산은은 한국지엠의 입만 바라보며 허송세월하다가 뒷통수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국감에서 "법인분할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 "한국 철수설은 납득하지 못하겠다", "(한국지엠의) 경영 판단을 과도하게 억누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 한국지엠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한국지엠 대변인이냐'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산은 입장에서 더욱 곤혹스러운 문제는 앞으로의 대응 방안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한국지엠의) 법인분할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법인분할에 대한 비토권 행사 가능 여부는 법적 다툼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인분할은 정관상 주주 85%의 동의가 필요한 특별결의사항으로 지분 17%를 가진 산은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무효라는 게 이 회장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산은이 낸 한국지엠의 주총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법원이 내놓은 판단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비토권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렇다고 한국지엠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도리어 GM에게 한국시장에서 당당히 철수할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도 국감에서 "12월까지 (남은 공적자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10년 간 우리나라에서 생산을 한다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된다"며 "우리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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