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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이고 눈물 흘리고…문무일 총장,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직접 사과

등록 2018-11-27 22:58:16 | 수정 2018-11-27 23:27:49

"검찰은 인권침해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사과드린다"

문무일(오른쪽)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의 손을 잡고 사과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만나 사과했다. 연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렸다.

형제복지원은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인권 유린이 발생한 곳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내무부 훈령 410호를 근거로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 형제복지원을 만들어 사람들을 강제로 가둔 상태에서 강제노역하게 하고 학대·성폭행했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사망자만 513명이다.

문 총장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분들께 드리는 말씀'에서 "과거 정부가 법률에 근거 없이 내무부 훈령을 만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국가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을 형제복지원 수용 시설에 감금했다. 게다가 강제 노역을 시키면서 폭력 행사 등 가혹행위를 해 인권을 유린했다"고 입을 열었다.

앞서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사건 발생 당시 김용원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가 인권 유린과 비리 실태를 적발해 수사하다 외압 때문에 조기에 종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건을 기소하긴 했지만 법원이 관련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1986년 경남 울주군 작업장에서 원생들이 강제 노역하는 모습을 본 김 검사가 원장 박인근 씨와 직원들을 기소한 적이 있는데 대법원은 정부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게다가 김 전 검사는 당시 지휘부의 압력을 탓에 원생 3000여 명의 인권침해 의혹을 파헤치지 못하고 수사를 포기했다고 전해진다.

과거사위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에 문 총장은 이달 20일 대법원에 이 사건을 비상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확정 판결이 난 형사사건의 법령 위반이 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사건을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대법원은 사건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에 배당하고 심리를 시작한 상태다.

문 총장은 "그때 검찰이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다면 형제복지원 전체의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고 인권침해에 대한 적절한 후속 조치도 이뤄졌을 것이지만 검찰은 인권침해의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피해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현재까지 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며, "오늘 이 자리만으로는 부족하겠지만 형제복지원 피해자분들의 아픔이 회복되길 바라며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인권이 유린되는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검찰 본연의 역할에 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과거사 문제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개를 숙인 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20일 고(故) 박종철 열사 아버지를 찾아가 사과한 적이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