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문화

송홍섭, K팝 이후 고민…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1939’

등록 2018-12-14 17:49:47 | 수정 2018-12-14 17:56:26

송홍섭 대표. 가평뮤직빌리지 간담회. (가평뮤직빌리지=뉴시스)
“한국 음악 신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K팝이 잘 됐지만, 이면에 있는 사람들은 힘들다. K팝 이후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에 관해 고민을 더 해야 한다.”

1939년 문을 열었던 옛 가평역 폐선 부지가 음악중심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내년 1월 1일 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라는 이름으로 개관한다. 가평역 개통 80년을 맞아 해당 부지에 음악이란 콘텐츠를 담아 새로 출발하는 의미를 담았다.

14일 준공식을 앞두고 음악역 1939에서 만난 송홍섭(64) 가평 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 대표는 “이곳이 한국 음악의 중추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국내 손꼽히는 베이시스트다. ‘사랑과 평화’, ‘석기시대’ 등 시대를 풍미한 그룹 사운드를 거쳤고 가수 조용필(68)의 밴드 ‘위대한 탄생’에 몸담기도 했다. 특히 위대한 탄생 시절에는 싱어송라이터 유재하(1962~1987)를 팀의 건반주자로 발탁해 그가 작곡한 ‘사랑하기 때문에’를 조용필 7집에 실리게 했다.

유능한 제작자이기도 하다. 김현식(1958~1990), 한영애(61)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유앤미블루’, ‘삐삐롱스타킹’, ‘어어부 프로젝트’ 같은 개성 강한 팀을 발굴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시즌별로 재즈, 클래식, 팝을 큰 줄기로 삼고 작은 프로그램들로 간극을 메울 것”이라면서 “음악을 바탕으로 한 포럼, 토크 콘서트 등도 계획 중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음악 관련 없는 작가, 정치인 등이 한국 가요 신에 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며 웃었다.

가평뮤직빌리지 전경. (가평뮤직빌리지=뉴시스)
홍대 앞 플리마켓처럼 뮤지션들의 애장품을 판매하는 행사도 기획 중이다. 인디 밴드 신에서 K팝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보유한 ‘잔나비’가 이날 준공식 축하 공연에 참여하는 것을 자랑하며 인디밴드 축제 계획도 알렸다.

“잔나비 무대를 보기 위해 서울에서 오시는 팬분이 상당히 많다. 인디 밴드들이 속한 작은 레이블이 많은데 이 레이블을 모두 모아 페스티벌도 열고 싶다.”

송 대표의 구상은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것이다. 연간 7개 프로젝트, 25개 프로그램, 총 70여 회 공연이 펼쳐진다. “시장이 작지만 순도가 높은 훌륭한 음악인 재즈를 비롯해 클래식, 국악 등을 아우르고 대중음악이 키를 잡고 나가는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음악역 1939는 2014년 경기도 창조 오디션에서 수상해 예산을 확보했다. 총 400여 억 원이 투입됐다. 총면적 3만7257㎡ 규모다. 공연장·문화체육관광부의 작은영화관 사업 지원을 받는 상영관 2개 등이 들어선 뮤직센터(3333㎡), 스튜디오(309㎡ ), 연습동(120㎡), 70~80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레지던스(1127㎡) 등이 자리했다.

KT&G상상마당춘천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비슷한 구조의 음악 창작소가 많다. 하지만 송 대표는 음악역 1939 규모가 가장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공연장과 스튜디오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가 음반을 녹음한 곳인 영국 애비로드 스튜디오 설계자인 샘 도요시마가 설계·관리·감독해 눈길을 끈다. 그는 국내에서 이태원 ‘스트라디움’(STRADEUM) 음향 설계 등을 맡았다.

가평뮤직빌리지 스튜디오 내부. (가평뮤직빌리지=뉴시스)
공연장 실황을 약 50m 떨어진 스튜디오에서 바로 녹음할 수 있도록 광케이블 등을 설치했다. 스튜디오는 외벽 등을 움직여 잔향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엔지니어가 원하는 음감을 바로 만들 수 있게 했다.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꿈의 콘솔’로 통하는 ‘니브(Neve) RS88’이 구비된 것이 눈길을 끈다. 9억 원짜리로 국내에 다섯 대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국내 유명 뮤지션이 외국에 가서 녹음 작업하지 않아도 될 환경”이라면서 “궁극적으로는 국내 뮤지션뿐만 아니라 해외 뮤지션들도 이곳에 와서 작업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자랑했다. “베토벤의 대편성 오케스트라 녹음은 힘들어도 70~80명 규모, 즉 모차르트 곡들은 녹음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가평에는 이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전국은 물론 세계에서 알아주는 음악 페스티벌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수익이 지역으로 환원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송 대표는 “큰 수익을 올릴 사업은 아니지만 관광객이 많이 올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음악을 즐기러 관광객이 많이 오면 전통시장 등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익이 생기면 모두 가평군에 귀속시킬 것이다”고 약속했다.

장필순, 가수. (가평뮤직빌리지=뉴시스)
음악역 1939는 가평군이 민간에게 위탁을 해서 펼치는 사업이다. 3년 단위로 갱신하며 최대 6년까지 같은 사업자가 할 수 있다. 송 대표는 “다른 사업자가 와도 자립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고 싶다”면서 “가평군 지원을 안 받아도 운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충남 홍성이 고향이지만 부친의 일로 초·중·고교를 모두 가평에서 다녔다. 아내는 초·중학교 동창이다. “가평에서 나를 발굴해주지 않아 서울로 갔다. 지역 뮤지션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 하하하” 웃었다.

송 대표와 예전부터 음반 작업을 함께한 사이로 이날 음악역 1939 개관을 축하하기 위해 제주에서 온 장필순(55)은 “음악역 1939를 시간을 갖고 지켜봐 달라”면서 “음악인에게 기대와 설렘의 보석 같은 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렘을 전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가수 이장희(71) 등이 참여했다. 저녁에는 송홍섭 앙상블과 장필순, 소리꾼 강권순, 재즈 밴드 ‘NEQ’, 잔나비 등이 축하 공연한다. (뉴시스)



뉴스한국닷컴 news@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