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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 그녀의 첼로로 공감하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등록 2019-01-18 17:34:16 | 수정 2019-01-18 17:38:19

이정란. (JinoPark 제공=뉴시스)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은 같은 시대에 살았지만, 다른 삶을 살았죠. 대조적인 부분이 있어 두 작곡가를 함께 연주하는 것이 흥미롭게 여겨졌어요.”

말 한마디마다 작곡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첼리스트 이정란(36)이다. 악기 중 음색의 범위나 색깔이 사람 목소리와 가장 유사하다는 첼로를 다루는 연주자답게 대화도 첼로 연주하듯 한다.

2015년 바흐 무반주 모음곡 전곡연주, 2017년과 2018년 베토벤의 첼로 작품 전곡연주로 호평을 들은 이정란이 이번에 프란츠 슈베르트와 펠릭스 멘델스존을 톺아본다. 26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이번 리사이틀의 제명은 그래서 ‘프란츠 & 펠릭스(Franz & Felix)’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코프스키(35)가 함께 하는 공연 1부는 방랑·죽음을 노래하는 슈베르트의 우수, 2부는 봄처럼 생기 넘치는 멘델스존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슈베르트 음악의 핵심인 ‘연가곡’(리트)과 첼로의 만남이 우선 눈길을 끈다. 겨울과 어울리는 슈베르트 연가곡집 ‘겨울나그네’ 중 ‘밤인사’, ‘보리수’, ‘봄날의 꿈’과 슈베르트의 또 다른 연가곡집 ‘백조의 노래’ 중 ‘세레나데’를 첼로의 음색으로 전한다.

슈베르트의 대표작으로 통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로 1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선율 안에 깃든 친숙한 가곡을 느껴보시기를 바랐어요. 첼로의 음색이 테너의 음색과 같아서 테너의 악보를 그대로 사용했죠. 슈베르트를 대변하는 쓸쓸함과 겨울의 우수를 느낄 수 있어요.”

이정란. (JinoPark 제공=뉴시스)
이정란이 슈베르트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음악이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아무리 힘들어하는 영혼에게라도 치유의 힘을 안긴다”는 점이다. “어떤 영혼도 순수하게 만들 것 같은 아름다움이 있죠.”

첼로 소나타 제2번과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협주적 변주곡 등 첼로라는 악기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멘델스존의 과감한 표현력이 인상적인 곡들이 2부를 채운다.

비극적 생을 보낸 베토벤과 모차르트에 비해 멘델스존의 삶은 유복했다. 음악이 상대적으로 밝은 이유다. 하지만 이정란은 멘델스존을 평안한 유희로만 치부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멘델스존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비견될 정도로 재능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도 비교 대상이 되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완벽한 곡들을 써야 하는 부담감이 얼마나 컸겠어요. 창작의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었을 겁니다. 유복하고 윤택한 환경에 있어도 정신적인 고통이 없었던 건 아니죠. 소나타 3악장만 들어도 고뇌에 찬 모습이 보이거든요.”

이정란의 연주는 해당 작곡가의 깊은 곳까지 끌어낸다는 평을 듣는데, 연주를 할 때마다 작곡가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다.

“개인사를 공부해가면, 작곡가의 심경 변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죠. 그러면 조금이나마 더 작곡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인간적인 동감도 들고요. 그런 것이 연주에 중요한 작업이에요. 작곡가의 곡을 좀 더 입체적으로 연주를 할 수 있는 거죠.”

이정란. (JinoPark 제공=뉴시스)
겉보기에 이정란의 삶은 멘델스존의 삶과 엇비슷하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학사,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수석 졸업한 그녀는 2008년에 귀국해 서울시향 부수석과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트리오 제이드’와 ‘금호아시아나 솔로이스츠’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예고, 예원학교, 연세대에 출강하며 후배들도 가르친다.

그런데 “어느 때보다 가장 많은 고민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까,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음악을 하는 동기, 목적을 분명히 하려고 해요. 다른 사람들과 ‘좀 더 많이 함께 나누자’라는 생각이 요즘 더 들어요.”

이정란은 지난해 어느 인터뷰에서 첼로는 ‘업보’이자 연주할 때만큼은 무한한 기쁨과 자유를 선사한다고 고백했다. “왜 이렇게 무거운 악기를 선택을 했는지.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가장 큰 고민거리를 떠안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직장인들처럼 퇴근하며 일과 분리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라며 웃었다.

연주의 여운이 남아 예전에는 일상에서도 예민한 감각을 유지했던 이정란은 한결 평안해졌다. 음악을 좀 더 여유롭게 포용하게 된 동시에 갈수록 감사한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가 슈베르트, 멘델스존에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도구가 음악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포기할 수밖에 없고 한 없이 감사하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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