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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등록 2019-01-24 07:19:36 | 수정 2019-01-24 09:47:19

법원,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치소에 갇히기 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모습. (뉴시스)
법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을 구속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치소에 갇히는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양 전 원장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정점이자 몸통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힘이 더욱 실릴 전망이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4일 오전 2시가 다 된 시각 "(검찰이-기자 주)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를 소명했고 사안이 중대하다. 현재까지 수사 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에 구속영장을 내줬다.

전날 오전 10시 30분부터 5시간 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함해 15시간 30분 만이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양 전 대법원장은 구치소를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갇혔다. 검찰이 양 전 원장을 세 차례 불러 조사한 후 이달 18일 260쪽이 넘는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소를 법원에 제출한 지 5일 만이다.

양 전 원장은 2011년 9월부터 2017년 3월 퇴임하기까지 약 6년 동안 사법부 수장으로 있으면서 임종헌(60·16기·구속 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62·12기)·고영한(64·11기)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재판거래와 관련한 지시를 내리거나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후 승인한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양 전 원장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민사소송을 재판 거래하고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와 함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자신의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법관을 사찰한 데다 공보관실 운영비를 불법으로 편성해 집행하는 등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개입했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하는 과정에서 기록한 범죄사실 가운데 44개에서 양 전 원장을 공범으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검찰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물의를 빚은 법관 인사조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는 사법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는 블랙리스트에 해당한다. 이 문건에 법원행정처 차장과 처장, 대법원장이 서명했다고 전해졌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4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섰다. (뉴시스)
양 전 원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지시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으며 관련 기억이 없는 만큼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명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법관은 이번에도 구속 위기를 면했다. 지난 달에 이어 두 번째 구속영장 기각이다. 23일 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한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끝내 박 전 대법관의 영장을 내주지 않았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박 전 대법관은 24일 오전 2시 50분께 구치소 문을 나와 차를 타고 이동했다.

허 부장판사는 "종전의 영장 청구 기각 후 수사 내용까지 고려하더라도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추가된 피의사실 일부는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있고,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 및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