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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소통 문화 복원" 네이버 노조, 20일 본사 로비서 쟁의행위 예정

등록 2019-02-11 12:39:13 | 수정 2019-02-11 19:19:36

협정근로자 두고 엇갈린 노사…의견 차이 극명
네이버, "노조원 80%가 협정근로자? 노조 일방적 주장"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0일에 쟁의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뉴스한국)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가 오는 20일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1층 로비에서 조합원들과 첫 공식 쟁의행위를 한다.

'공동성명'이란 별칭으로 부르는 네이버지회는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8일 네이버·NBP·컴파트너스 3개 법인에 대해 노동부와 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신고를 했고 같은 날 각 법인에 쟁의행위가 가능함을 통보해 실질적으로 언제든지 피케팅·집회·시위·천막농성·파업·태업 등 쟁의행위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네이버지회는 지난해 4월 2일 노조를 설립했고 네이버와 계열사 26개 노동자 2000여 명이 뜻을 같이 했다. 그달 12일 네이버를 시작으로 계열사 중 16개 법인과 교섭권을 확보했고, 이 가운데 네이버·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라인플러스·N-테크 서비스(NTS)·컴파트너스·넥스트 인포매이션 태크놀로지 서비스(NIT) 6개 법인과 교섭을 진행했다.

애초 네이버지회는 네이버 법인을 포함한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집단교섭 방식을 제안했다. 노조원 2000여 명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125개 조항의 '단체교섭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각 법인에 독자적인 결정권이 존재한다는 사측 반발에 집단교섭은 불발했다.

이에 따라 법인별 개별 교섭을 돌입해 현재 라인플러스·NTS·NIT 교섭은 진행 중이고 네이버·NBP·컴파트너스 교섭은 최종 결렬했다. 교섭 결렬에 따라 네이버지회는 조정을 거쳐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네이버지회는 "노조는 수평적인 소통 문화를 복원하고 노동자 처우 개선을 촉구했지만 네이버 등 법인 경영진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의 기본적인 인식조차 갖추지 않았고 모순된 이유로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하는 등 후진적인 노사 인식을 드러냈다"고 주장하며, 단적인 사례로 협정근로자 지정 문제를 거론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수용했으나 회사가 거부해 노조에 쟁의권이 생긴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경영진은 (조정안을 거부한) 이유가 협정근로자안이 포함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이는 논리적 모순이 있는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협정근로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다고 단체협약으로 정한 노동자 즉 쟁의행위 참가 배제자를 말한다. 회사 입장에서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이용자·사업자·광고주에게 최소한의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이다.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네이버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한 후 본사 2층에서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왼쪽부터 오세윤 네이버지회장,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 박상희 네이버지회 사무장. (뉴스한국)
오 지회장은 "쟁의로 인한 불편을 우려해 쟁의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든 경영진 태도는 모순"이라며, "노동 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협정근로자 지정은 조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조항은 노사간 핵심 논의 사항에 포함되어 있어 교섭을 계속 진행했다면 논의할 여지가 있었음에도 회사가 조정안을 거부함으로써 대화의 창이 닫혔다"고 밝혔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노동 3권'을 네이버는 모르는 것 같다. 협정근로자를 요구하는데 사측 주장대로라면 조합원의 80% 이상이 협정근로자가 된다. 결국 노동 3권의 파업권이 없어진다"며, "협정근로를 받지 않으면 회사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건 후안무치이고 협박이라고 본다"고 질타했다.

네이버는 이날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노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노조가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하는 데 동의한 이후에도 해당 조항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언급을 하며 사실상 논의 거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아래는 네이버의 주장이다.

"단체교섭에서 (노조는) 협정근로자가 '적폐같은 말'이라고 언급하며, '포털 서비스는 네이버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파업 등 쟁의행위로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못 쓰게 되면 다른 회사 서비스를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했으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협정근로자 조항을) 굳이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언급을 했다. 이후에도 해당 조항에 대해 '검토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네이버는 "협정근로자 지정이 불가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이용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동시에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지켜야 할 네이버 서비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노조원의 80%가 협정근로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도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대상과 범위는 대화로 정할 문제"라고 대응했다.

이어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시킨 게 교섭 속보에 나온 표현처럼 단지 ‘협상의 진척을 위해서’였을 뿐이었다면 교섭에서의 논의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노조에 묻고 싶다"며,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본사 2층에서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은 네이버지회가 쟁의행위로 '파업'을 선택할지 여러 차례 물었다. 오 지회장은 "파업을 포함해서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앞으로 쟁의행위를 할텐데 지금처럼 사측에 변화가 없다면 파업은 저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사측이 저희를 밀어붙인 결과"라고 밝혔다.

박상희 네이버지회 사무장 역시 "노조 파업을 전제로 파업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인 협정근로자 문제 때문에 단협(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파업을 할지 말지 선택은 회사에 있다. 노조가 어디까지 쟁의행위를 하게 만들것인지는 회사가 어디까지 대화할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오 지회장은 "원칙적으로 노조가 가장 원하는 건 수평적인 소통 문화 복원이"이라며, "경영진이 견제를 받으면 더 투명한 서비스를 할 수 있기에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원 인센티브·연봉 책정 기준 및 통계 공개와 휴식권 보장이 첫 번째 요구다. 박 사무장은 "창조적인 업무를 요구받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 후에 충분한 서비스를 보장하려는 것"이라며 "조정안을 보면 알겠지만 휴식권은 굉장히 양보해 수용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은 리프레시 유급 휴가 15일·남성 출산 휴가 유급 10일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