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

자유한국당 3인 5.18 모독 발언…여야 4당,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제명 추진

등록 2019-02-12 00:34:58 | 수정 2019-02-12 16:03:23

文 대통령, "한국당 추천 진상조사위 다시 추천하라" 요청
한국당 내에서도 비난 쇄도

1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5.18 망언 역사부정 한국당은 사죄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뉴시스)
[2019년 2월 12일 오후 4시 : 기사 내용 수정]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국회 행사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폠훼하고 모독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뺀 원내 4당은 해당 의원들의 의원직 제명을 추진하는 한편 각 당별로 정치적 대응은 물론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고, 청와대가 비판 여론에 가세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이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먼저 12일 오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고 이어 제명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의원을 제명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명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세 의원은 앞서 이달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에 참석해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망언을 해 비난을 받고 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고 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논리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음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군 600명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 씨가 주요 발제자로 나왔다. 이날 행사는 김진태·이종명 의원 등이 주최했다.

홍 원내대표는 5.18 망언에 대응하는 4당 회동이 있은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 의원들 망동은 민주주의를 세운 국민들에 도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4당이 공동으로 협력해 세 의원에 강력조치를 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게 역사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당은 공조를 하면서도 동시에 각 당별로 해당 의원들과 자유한국당을 규탄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5.18 망언 자유한국당 규탄 결의문'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들 의원들의 발언을 두고 '역사 쿠데타'라고 규탄하는 한편 한국당이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며 맹공격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고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우리 당 문제니까 다른 당은 신경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응한 데 대해서는 "반민주적이고 몰지각하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지도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을 즉각 출당조치 하라고 촉구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과 설훈 민주당 의원은 5.18 유공자로서 명예가 훼손됐다며 당사자 신분으로 사법당국에 고소장을 낼 예정이다. 정의당은 김진태·김순례·이종명 한국당 의원과 지 씨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고소·고발인에는 강은미 정의당 부대표·장화동 광주시당위원장·신장식 사무총장 정의당 당원인 곽희성 씨가 참여했다. 곽 씨는 5.18 당시 시민군이었으며 지 씨가 광수 184라고 지목한 바 있다. 광수는 지 씨가 사용하는 말로 '광주에 온 북한 특수군'을 뜻한다.

지만원씨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 여부 중심으로'란 주제로 발표를 했다. (뉴시스)
정치권이 여야 구분 없이 격분하는 가운데 청와대도 가세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은 역사적·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헌정 질서 파괴 행위자의 법적 심판이 내려졌으며 희생자는 민주화운동 유공자 예우를 받고 있다"며, 김진태·김순례·이종명 한국당 의원의 말을 가리켜 "국민적 합의에 위반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또 국회에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후보를 재추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한국당 후보 중 권태오(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동욱(전 월간조선 기자) 후보가 법이 규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진상조사위는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구성해야 하며 국회에서 합의한 입법 취지와 오랜 세월 동안 이루어진 국민적 합의 정신에서 기초해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법에 따르면 조사위원은 법조인·교수·법의학 전공자·역사연구가·인권활동가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 내에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모독한 건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 자신의 계정에 "최근 일어난 상황에 대해 크게 유감을 표시하며, 해당 의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풀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일갈했다. 김 의원은 "이 땅의 민주화 세력과 보수 애국세력을 조롱거리고 만들고,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국군을 크게 모독하는 일"이라며, "이번 발언은 한국당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며, 역사적 평가와 기록이 완성된 진실이다.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일부 의원의 잘못된 발언이 앞서간 민주화 영령들의 뜻을 훼손하고 한 맺힌 유가족들의 마음에 더욱 큰 상처를 냈다"고 질타했다.

한국당 당적의 권영진 대구시장은 앞서 10일 페이스북에 "황당한 웰빙단식, 국민 가슴에 대못박는 5.18관련 망언, 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 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 논란까지"라며, "요즘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 생명까지 위협할 정도로 논란이 커지자 해당 의원들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10일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작년에 여야 합의로 제정한 5.18진상규명법에 의하면 '북한군 개입 여부'를 진상규명하도록 돼 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짜 유공자'분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에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 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순례 의원도 "북한군 개입설 등 5·18 관련 비하 발언들은 한국당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저 역시 동의하지 않는다. 당시 주최 측 의견과 내빈으로 참석한 제 발언이 섞여 와전된 부분이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제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국민 여러분과 5.18 유공자, 유족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제가 이야기한 부분은 5·18 유공자 선정과 관련해서 허위로 선정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정 기준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 허위 유공자를 걸러내는 것이 유공자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