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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 대낮에 망언 되풀이 하지 않도록"…5.18 왜곡·날조·비방 엄중 처벌법 만든다

등록 2019-02-13 16:29:33 | 수정 2019-02-13 23:22:12

홍영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이 법안 통과 앞장서야”
13일 오후 국회서 자유한국당 5.18 왜곡‧날조 처벌 방안 모색 토론회 열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김재윤 전남대 교수,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한상희 건국대 교수. (뉴스한국)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겨냥한 범죄적 망언이 과거에도 있었지만 이번에 적극적으로 처벌방안 입법 필요성을 인지한 건 국회의원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선동한다는 자체가 국민 입장에서 입법부의 존재에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다른 사안보다 더욱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한 사람인 저부터 국민에게 송구하기 짝이 없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이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자유한국당의 5.18 망언 및 역사 왜곡‧날조에 대한 처벌 방안 모색’을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이달 8일 의원회관에서 김진태‧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북한군 개입 여부를 중심으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자리다. 8일 행사에서 주요 발제자로 나선 지만원 씨는 1980년 5.18 민주화항쟁 당시 북한 특수군 600명이 광주에 내려왔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이 자리에서 김순례 한국당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란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말했고 이종명 의원은 "5.18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논리적으로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음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대 규모 북한군 광주개입설, 최소한 인식 능력만 있어도…”
조진태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가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둘러싸고 불거진 왜곡 및 날조 사례를 설명하고, 이를 사실 확인했다.

여러 왜곡 발언 중 최근 또다시 논란이 된 북한군 광주침투설은 지 씨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2008년 5월 5.18 관련 단체가 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지만 1‧2심이 무죄를 선고했고 2012년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해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지 씨는 2014년에 발행한 5.18 분석 최종 보고서에서 이렇게 기록한다.

“5.18은 순전히 600여 명의 북한 특수군이 일으킨 모략작전이었고, 광주인들은 민주화운동을 위해서든 폭동을 위해서든 독자적인 시위대를 구성한 바 전혀 없다. 북한군 600여 명은 5월 21일 오후부터 22일 새벽까지 마지막 발악을 하듯이 광주교도소 공격에 나섰다. 이때 참호를 파고 대기하던 공수부대와 고지쟁탈전을 벌여 아마도 많은 북한 특수군이 사살되었을 거다.”

5.18 당시 광주에서 직접 취재를 했던 기자 출신 보수 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를 ‘황당무계한 억지’라고 일갈했다. 조 씨는 2013년 5월 23일 조갑제닷컴에 올린 ‘광신을 광신으로 거짓을 거짓으로 이길 수는 없다’는 글에서 “대대 규모 북한군의 광주 개입설 같은 황당무계한 억지, 최소한의 인식 능력만 있어도 허구성을 곧바로 알 수 있는 주장에 넘어가는 것은 자기 폭로가 된다”며, “600명의 군인들이 흔적도 없이 나타나 유혈사태를 저지른 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투명인간이 아니면 불가능하고 SF영화로도 만들 수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밝혔다.

조 이사는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신군부는 5.18 기간 동안 북공작원 독침 사건을 조작하는 등 시민군을 북한과 연계시키려고 안감힘을 쓰고 있던 상황이었음. 그러나 신군부는 그 어떤 북한군의 침투는 물론 북한과의 연계 의혹을 밝혀내지 못하였음.”

“홀로코스트 부인 형사 처벌하는 독일 형법 유사한 처벌 규정 마련해야”
발제자로 나선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하는 행위를 형법 규제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지 씨가 2008년 자신의 홈페이지에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2년 12월 결국 무죄로 확정된 사건을 지적했다. 지 씨의 혐의는 ‘집단표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의율할 수는 있지만 사실과 가치판단 내지 의견의 구별이 쉽지 않고 피해자 개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명예훼손죄 법리가 걸림돌이 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현행법으로는 제2, 제3의 지만원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면 형사 처벌하는 독일 형법 130조 3항 대중선동죄와 유사한 형사 처벌 규정을 마련해 5.18을 부인하는 행위를 형법적 규제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독일이 형법 130조 3항을 제정한 건 1970년대 이후 극우주의자들 이에 더해 나치 추종자와 네오나치 등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기 시작해 급기야 ‘유대인이 독일을 도덕적‧재정적으로 협박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를 날조하고 있다’는 주장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5.18 민주화운동 부인죄는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와 법적 성질이 달라 형법전에 편입하는 게 타당하지 않고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5.18 유공자법 8장 벌칙에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왜곡‧날조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 기타 이와 유사한 목적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위법성조각사유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5.18 부인죄를 신설할 경우 대한민국에서 좌파적 견해는 국가보안법에 의해 우파적 견해는 5.18 부인죄에 의해 철저히 통제됨으로써 현법상의 사상의 자유‧표현의 자유 제약을 확대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5.18 부인은 진지하게 고려할 일말의 진리도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민주화운동을 부정‧왜곡‧날조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를 마친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뉴스한국)
“현재 진행 중인 5.18 유공자 차별이 법의 핵심”
토론자로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5.18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게 ‘역사부정죄’ 범주에 해당한다며, 역사부정죄를 정당화하려면 현재성을 충실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국회에서 발의한 5.18 부인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은 7건에 이르지만 ‘차별’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는 게 홍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유럽식 역사부정죄는 소수자 차별의 현재성이 그 정당화의 중요한 논거이며 혐오표현의 일종으로 역사부정죄를 제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 한국의 역사부정죄 법안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아래는 홍 교수의 말이다.

“한국의 여러 유공자가 중요하지만 ‘제가 ○○ 유공자다’라고 말하는 걸 꺼리는 집단이 있을까. 저는 5.18이 특별한 지위에 있다고 본다. 유공자를 비하하는 말이 너무 많고 그런 부담 때문에 어디가서 5.18 유공자라고 이야기하기 꺼리는, 이는 다른 역사적 진실 부정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뿌리 깊은 지역 감정과 호남 차별과 연결되어 있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현재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5.18 왜곡 행위는 말에 그치지 않고 차별·혐오·폭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5.18 역사 왜곡은 다른 역사 왜곡과 구분이 된다. 역사부정죄를 정당화하려면 현재성을 충분히 살펴야 한다. 5.18이 얼마나 중요하냐보다 표적집단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차별받고 있다는 점을, 그 인구 집단이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역사부정을 금지해야 한다는 점을 논증할 때 5.18 역사 부정의 현재성을 논의할 때 역사부정죄의 정당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

홍 교수는 5.18 역사부정죄 도입이 정당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법이 만능 해결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부정죄를 제정해도 이런 행위들을 일망타진하거나 모두 다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법의 상징성이 중요하다”며, “법을 제정함으로써 5.18 역사 부정만큼은 우리 사회가 허용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대안을 마련해 나갈 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18 부정은 우파 포퓰리즘 전형…선동 유발해 정치적 목적 추구”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부정 발언은 역사부정이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5.18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이러한 행태는 우파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우파 포퓰리즘은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선동해서 행동을 유발하고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모습 그대로를 반영하는 것인데 표적으로 하는 가장 좋은 사례가 5.18이다”고 말했다. 이어 “우파 포퓰리즘의 특징은 두 개의 집단 경계를 만들고 한편을 적대하면서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5.18을 ‘북한군’의 ‘폭동’으로,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식으로 재규정하려는 건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렇게 정치적 목적으로 5.18을 부정함으로써 5.18 관련자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5.18과 관련이 있거나 5.18을 기반에 두고 정치적‧사회적 입지를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유공자와 피해자 혹은 그 후손들의 기억을 말살하고 목소리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교수 역시 5.18 부정 발언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의 범위를 확대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5.18은 특수성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5.18을 부정하는 언어 폭력에 지역주의라는 고질적인 병폐와 반공주의라는 국가적 허위의식이 결합해 있고, 이 점이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성 보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또한 바로 이 때문에 무엇보다 우선해 5.18 부정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5.18 부정표현을 처벌함에 있어서는 세 가지 방법을 고려하자고 제안했다. 5.18 부정표현 금지를 위반할 때 형별로 처벌할지, 위반할 때 별도의 시정조치를 명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처벌할지, 형벌적 제재가 아니라 자격이나 혜택을 박탈하거나 반박글을 게시하는 등의 행정적 처분을 할지다.

한편 이날 토론회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홍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역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그런 세력이 백주 대낮 국회에서 망언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공동으로 5.18 민주화운동 왜곡·날조·비방 행위를 엄중 처벌하는 법을 추진하겠다”며, “한국당이 어제(12일) 세 명(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범죄적 망언을 사과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법이 통과하는 데 한국당이 앞장서야 그 진정성을 이해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