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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노동적폐 유령 막겠다” 노동법률가들 단식 농성 시작

등록 2019-02-27 14:54:46 | 수정 2019-02-27 19:06:38

“경사노위 '탄력근로제 최장 6개월‘ 합의는 밀실 야합…노동자 생명‧건강 위협”

노동법률가들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뉴스한국)
지난해 6월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이하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합의하는 등 노동법 개악안을 추진한다며 노동법률가들이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노동위원회‧민주주의법학연구회‧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총 8개 단체는 27일 오후 경사노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집단 농성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사노위가 이달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기로 합의한 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밀실 야합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는 고무줄이나 기계가 아니다. 사용자 마음대로 노동시간을 늘리고 줄인다면 생체리듬이 깨져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며, “사용자에게 저항할 수 없는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고 이를 뻔히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한 한국노총‧경총의 밀실 야합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로제는 업무량에 따라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되 단위기간 동안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현행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경사노위 합의를 통해 최장 6개월로 늘었다.

노동법률가들이 단식 농성까지 시작하는 건 비단 탄력근로제 확대 때문만은 아니다.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사용자 측이 내놓은 다섯 가지 의제를 논의하는 데에도 우려를 제기했다. 의제를 살펴보면 ▷파업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용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처벌하지 않고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의 유효기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노동법률가들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은 기자회견 직후 농성장을 설치하는 모습. (뉴스한국)
김재민 노노모 사무국장은 “하나같이 생각도 못해본 이런 안들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을 보장하지만 실상 단결권은 근로자성 문제로 진입장벽이 턱없이 높아져 노조 가입률이 10% 안팎인 상황”이라며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체행동 실현인데 이 안대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변경하면 단체행동권은 글자로만 남는 조항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경사노위는 노동3권을 제약하는 이 안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기본협약 비준과 바꾸겠다고 논의하고 있다는데 만국의 노동자들이 누리는 노동3권을 거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 권리를 침해하거나 없애려는 모든 의도를 가진 어떤 조직이라도 반드시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인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은 “탄력근로제 개악안 합의보다 더 크고 무서운 파도가 바로 노동법 개악”이라며 어떻게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은 이 노동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진실을 추적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적폐의 유령이 이곳 경사노위 새문안로 S타워를 배회하고 있다.…21세기 노동자들을 19세기 단결금지·노동조합 혐오법률로 묶어놓고 얼마만큼 풀어줄지 재벌들과 협상해 오라는 정부 태도에 절망하고 분노한다”며, “노동권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지 흥정이나 거래·바겐세일 대상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재벌과의 음험한 거래가 아니라 헌법상 노동3권과 국제노동기준에 따른 노동권 보장을 요구한다”며 “노동3권을 수호하기 위해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집단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여 분에 걸친 기자회견이 끝난 후 노동법률가들은 곧바로 경사노위가 입주한 S타워 앞에 초록색 지붕의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장을 마련했다. 노동법률가들이 단식으로 집단농성을 하는 건 10년 만의 일로, 신 법률원장이 경사노위 본회의가 열리는 내달 7일까지 단식하고 다른 단체 대표 등이 이날 함께 단식 한 후 이튿날부터는 릴레이 형식으로 순번을 정해 동조 단식한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