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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전두환, 법정서 사자명예훼손 혐의 전면 부인

등록 2019-03-11 16:45:23 | 수정 2019-03-11 17:37:57

76분 만에 심리 끝나…광주 시민들, “사죄하라” 거센 비난 ‘모르쇠’
다음 공판 4월 8일 예정…재판 관할 이전 신청 의견서 제출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공판을 마치고 나서는 모습. (뉴시스)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검찰이 공소 제기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전 씨는 11일 오후 2시 30분 광주광역시 동구에 있는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재판은 장동혁 형사8단독 부장판사 심리로 이뤄졌다. 전 씨는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서 조비오(1938~2016)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록해 재판에 넘겨졌다.

조 신부는 생전에 국회 청문회 등에 출석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로 사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바 있는데 전 씨가 헬기 사격을 부인하며 조 신부를 비난한 것이다. 조 신부의 가족은 2017년 전 전 대통령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이 지난해 5월 3일 전 씨를 기소했다.

전 씨는 알츠하이머와 독감 증세를 호소하며 앞서 열린 두 차례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고, 이에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다. 전 씨가 이날 자진 출석하면서 법원은 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인 전 씨가 처음 출석한 만큼 인정신문부터 시작했다. 인정신문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다. 전 씨는 판사의 말을 잘 알아듣기 힘들다며 헤드셋을 썼고, 생년월일‧주거지 주소‧기준지 주소 등을 확인하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검찰이 전 씨에게 적용한 혐의가 사자명예훼손인 만큼 유무죄는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했는지 여부와 헬기 사격이 있었다면 전 씨가 이를 알고도 조 신부가 거짓말을 했다며 고의로 허위사실을 기록했는지 여부다. 전 씨 측은 “과거 국가 기관 기록과 1995년 검찰 조사를 토대로 회고록을 썼으며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전 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조 신부가 말한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 광주 불로교 상공 헬기 사격 여부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다며, 이를 ‘거짓말’이라고 한 전 씨가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5.18 당시 광주에서 기총 소사가 없었으며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지목한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고의로 명예를 훼손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총은 항공기에 장착한 기관총을 말하며 소사란 상하좌우로 연달아 쏘는 행태를 말한다.

이날 심리는 76분 만에 끝났으며 다음 심리는 4월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심리가 열리는 동안 전 씨 부인 이순자 씨는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전 씨와 나란히 앉았다. 전 씨 측은 사건 범죄지 관할을 광주로 볼 수 없다며 재판 관할 이전 신청 의견서를 제출했다.

전 씨는 심리를 마친 후에도 곧바로 법원 청사를 벗어나지 않고 30분 이상 머물다가 오후 4시 16분께 청사 밖으로 나왔다. 취재진과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미리 설정한 포토라인은 무너졌다. 기자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느냐”‧“사죄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 씨는 대답할 경황도 없이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대기하던 차량에 탑승했다.

전 씨가 차량에 탄 후에도 시민들은 차 앞뒤를 쫓으며 전 씨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사기꾼”‧“××놈” 등의 욕설이 나왔다. 시민들이 바짝 몰려들면서 차량은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경찰 병력이 차량을 둘러싸 시민들의 접근을 막으며 조금씩 움직이는 속에서 차츰 움직일 수 있었다. 법원청사에서 정문까지 15분 정도 걸렸고, 정문을 벗어난 후에는 빠르게 속도를 내 광주를 벗어났다.

전 씨는 이날 5.18 피해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지근거리에서 가감 없이 들었지만 사죄의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시종 고개를 들고 법정을 들고 났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