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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만 교직원 채용하는 차별적 관행 개선하라” 숭실대, 권고 거부

등록 2019-04-05 16:43:06 | 수정 2019-04-05 23:29:28

숭실대,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면 모든 교직원 기독교인 제한 필요”

교직원을 채용할 때 종교를 이유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법인 정관과 직원인사규정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숭실대학교가 거부했다. 인권위는 5일 숭실대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숭실대 총장에게 “종립학교의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직원 채용 시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과 위 취지에 맞게 직원인사규정 일부를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숭실대 이사장에게도 같은 이유로 정관 일부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숭실대가 교직원을 채용할 때 기독교 교인증명서 또는 세례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다는 진정인의 진정을 받았다. 진정인은 “교직원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종교가 불가결한 요소가 아님에도 기독교인만을 교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숭실대는 신입 직원 채용 공고를 하면서 ‘이 법인이 경영하는 대학교의 교원은 무흠한 기독교인이라야 한다’고 명시한 정관 43조 6항 등을 공고하며, 제출 서류로 기독교 교인증명서 또는 세례증명서를 요구했다. 2017년 숭실대 신입 직원으로 지원하고 싶었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라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게 진정인의 주장이다.

숭실대는 “설립 목적을 ‘기독교 신앙과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의거하여 국가와 사회 및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유능한 지도적 인재를 양성함’으로 정관에 정하고 있으며 이는 사립학교법 10조에 의하여 교육부의 허가를 받은 사항으로 적법함을 인정받았다”며, “따라서 기독교인이 아닌 교직원이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하는 건학 이념을 구현할 대학의 비전을 설계하고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한 행정체계 수립 및 실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립대학교의 직원 채용은 사법상의 고용계약으로 고용인(학교법인)과 피고용인(진정인) 간의 계약 체결 행위는 계약 자유의 원칙에 입각하여 시행되어야 하므로 계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고용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숭실대학교가 성직자를 양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한 대학이 아니고 고등교육법이 인정하는 교육기관으로 공공교육을 공적 업무로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신입생 선발 시에도 기독교인일 것을 지원 자격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학교를 설립할 때와 그 후 교육부의 지속적인 지도‧감독을 받는 점을 들어 숭실대가 일반적인 종교단체와 구별된다는 점을 꼬집었다.

인권위는 “모든 교직원들을 채용함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기독교인임을 요건으로 하거나 교직원들의 업무가 영적 또는 종교적 업무와 밀접하게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기독교인일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독교 신자 요건은 교직원이 되기 위한 진정직업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교직원 채용 시 비기독교인을 모든 경우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헌법과 법률의 각 규정에 위배하며 위 학교법인 정관에서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권위 권고 약 5개월 만에 숭실대는 “기독교 신앙과 대한민국의 교육 이념에 따라 국가와 사회, 교회에 봉사할 유능한 지도적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면 모든 교직원의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학 자율성 보장 측면에서 교직원 채용에 대한 학교법인의 독자적인 결정권은 인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숭실대가 권고를 거부한 사실은 인권위를 통해 알려졌다. 인권위는 학교 설립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수적인 경우가 아님에도 모든 교직원의 지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는 건 종교를 이유로 한 고용차별이라며,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기독교 이념으로 설립한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교직원 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한편 2010년 5월 재단 종교의 신자로 교직원 지원 자격을 제한한 종립 사립대 두 곳에 시정 권고를 하자 해당 학교가 권고를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