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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헌재 판결, 임신 22주 이후 임신중지 규제하란 뜻 아냐”

등록 2019-04-12 15:36:40 | 수정 2019-04-12 20:58:36

나영, “임신 주 수에 따라 전면‧제한적 허용 나눈 건 헌재 판결에 뒤처지는 안”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이 12일 오후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판결의 입장을 발표했다. (뉴스한국)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 중 '의사' 부분을 위헌 선고하면서 임신 주 수를 언급한 게 특정 주 수 이후의 임신중지를 규제하란 뜻은 아니라고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이 밝혔다. 모낙폐는 성과재생산포럼‧사회진보연대‧한국여성민우회‧한국성폭력상담소 등 23개 단체가 2017년 결성한 연대체로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서명운동‧캠페인‧집회 등 다양한 형태로 낙태죄 폐지 운동을 이끌어왔다.

모낙폐는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헌재의 낙태죄 위헌 소원 결정을 환영했다. 이와 함께 판결의 주요 의미를 되새기며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임신중지를 허용하거나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헌재의 결정문을 살펴보면,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은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우리는 헌법불합치의견이 지적하는 기간과 상황에서의 낙태까지도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 대하여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다만 우리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임신 1삼분기(대략 마지막 생리기간의 첫 날부터 14주 무렵까지)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 자기낙태죄 조항 및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헌법불합치의견과 견해를 달리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헌재는 낙태죄를 위헌 판결하면서도 특정한 임신 주 수를 언급하며 해당 주 수 이내의 낙태를 여성의 자기결정권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앞으로 법 개정 과정에 특정 임신 주 수를 기준으로 낙태를 허용 또는 규제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앎 모낙폐 집행위원은 “헌재는 임신 주 수를 제한해서 어느 주 수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금지하라고 결정한 게 아니라 여성이 임신 초기에 지지를 받으며 결정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을 지고 이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설희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도 “여성이 임신을 인지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하며 이를 숙고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며, 이를 도식적으로 구분하고 주 수 간에 차등을 두는 것보다는 임신 22주 내에서 이러한 과정을 충분히 보장해야 함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관 3인이 단순위헌 의견에서 “임신한 여성에게 자기결정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자신의 몸을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그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 결정문을 인용해 “입법자들은 특정한 주 수를 우선적 기준으로 검토하는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권이 임신 전 기간에서 어떻게 보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헌재의 의견을 존중하는 입법적 방향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헌재가 임신 주 수를 언급한 건 해당 주 수 이후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 태아의 성장 과정에서 모체에서 나와 생존할 수 있는 기준으로 언급했을 뿐이지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준비하는 법안을 두고 “헌재도 주 수에 제약이 필요하다고 언급하지 않았는데 14주‧22주로 나누어 전면 허용 또는 제한적 허용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며, “이는 헌재 판결에 뒤처지는 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임신 14주까지 임신중지 전면 허용을, 임신 14주~22주까지는 사유에 의한 임신중지 즉 제한적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이 이 대목을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는 12일 오후 2시 3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지만 기자회견을 약 30분 앞두고 수정할 내용이 있다며 발의를 보류했다. 정의당의 경우 법안 발의 구조상 법안 내용을 변경하면 의원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6일 의원총회 이후로 미뤄졌다.

제이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과 재판관 3인의 단순위헌 의견 모두 임신중지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할 게 여성의 건강임을 명시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입법 과정에서 ‘어떻게 여성의 건강을 더욱 보장할지’에 방향성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서구의 입법례에서 나타나는 ‘사유의 선별’‧‘상담의무제’‧‘숙려의무제’ 등은 이미 임신중지 실행 과정을 더욱 어렵게 하며 궁극적으로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오고 있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이 공동집행위원장은 “입법자들의 입법 재량은 헌재가 설시한 한계 내에 있다”며, “헌재 결정의 핵심적 요지는 임신을 중지하는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게 여성의 판단과 결정이며 임신중지에서 여성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산부인과전문의는 “어떠한 피임법도 100% 성공률이 아니며 세상에는 종종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성행위가 일어나므로 ‘원치 않는 임신은 무책임의 산물’이라는 말이야말로 가장 무책임하며 현실에 맞지 않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임신중지는 위기에 처한 여성에게 마지막 비상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 의료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한 임신중지 서비스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및 예비의료인 교육이 필요하고 △대학병원과 공공의료기관에서 임신중지를 제공하도록 제도화하고 △유산유도약을 도입하고 △피임과 임신중지에 관한 가치중립적 정보를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의료상담환경을 조성하고 △임신중지와 피임을 보험 급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 기자 dew@newshankuk.com